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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어 Aug 27. 2024

나의 차력을 돌아보다

나는 스물여섯 살에 첫차를 마련했다.   

  

사회생활을 한 지 3년째 되던 해였는데 착실한 편이어서 돈을 잘 모았다.

술을 좋아하지 않고 친구도 자주 만나지 않다 보니 크게 돈 쓸데가 없기도 했다.

당시 첫 월급이 90만 원이었는데 청약통장에 50만 원을 넣고 나머지로 한 달을 살았다.

지금 생각하면 40만 원으로 어떻게 생활이 됐을까 싶은데, 그때와 지금의 물가는 차이가 있기도 하고, 또 살면 살아진다…   

그렇게 모은 약 3백만 원의 돈으로 당시 현대에서 나온 녹색 액센트를 샀다.

장안동 중고차시장에서 차값을 치르고 집으로 몰고 왔을 때의 기분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수동변속기가 달린 차였고 10만 정도 주행했기 때문에 실내가 그렇게 깨끗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무슨 스포츠카를 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둥글둥글한 디자인에 색은 또 어찌나 멋스러운지 수시로 세차도 하고 차 관련 액세서리도 많이 샀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2001년이다.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 나는 테슬라를 주문했다.

정확하게는 2024년 8월 3일 토요일 저녁 7시경.


나의 차종의 역사를 짚어보면 대부분이 중고차였다.   

첫차인 액센트를 시작으로 결혼과 동시에 당시 신형이었던 검은색 프라이드 해치백 디젤 모델을 새 차로 구매했다. 베이지색 실내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거의 5년 정도를 타고 다녔다. 그 후 가솔린 2.5 QM5를 중고로 구매해서 1년 정도 타고 다니다가 유류비가 많이 나와서 팔았다.

그리고 폭스바겐 CC 디젤을 중고로 샀다. 3만 km도 뛰지 않은 ‘새 차‘에 가까운 컨디션이었고 무려 3천만 원의 현찰을 주고 개인 간 거래를 했다.

CC는 연비가 참 좋았다. 고속도로를 타면 20km/L 이상의 효율을 보여줬고 잔고장도 전혀 없었다.

남양주에서 을지로와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나의 먼 직장생활에 고마운 친구가 되어주었다.

12년을 타고 23만 km를 넘게 주행하고 단돈 250만 원에 중고로 팔았다.

집 앞에 4호선이 개통되면서 팔게 되었지만 소모품을 잘 수리하고 탔으면 40만 km도 탔을 것 같다.

그리고는 처제가 타던 디젤 QM5를 데려왔다.   

디젤 QM5는 다양한 기능과 공간으로 우리 부부에게 많은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차박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았고 바다와 산의 정취를 느끼게 해 주었다. 3년 동안 5만 km 정도를 달렸다.

크게 잔고장은 없었지만 현재 주행거리는 약 13만 km로 다양한 소모품을 갈아주어야 할 때가 왔다.

특히 이차는 에어컨필터 교체가 셀프로 하기 힘든 단점이 있다.

먼지와 냄새에 민감은 우리에게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는 결혼 20주년 기념 이벤트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우리 차를 가져가서 제주도 일주를 해보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차박을 할 수 있는 ‘멋진 차’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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