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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Mar 16. 2024

카리브해의 거장, 해리 벨라폰테가 부르는 노래...

2023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노래 "Matilda"는 영원합니다.

1. 해리 벨라폰테를 아십니까?


어느 유행가 가수가 1950년대에 발표한 노래가 그로부터 근 7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불려지고 있다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한두 곡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곡이 70년의 세월을 격하여 각종 라이브 콘서트에서 여전히 그것도 꽤 자주 불리고 있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일 아니겠는가?


그런 가수가 있다. 젊은 층에게는 무척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지만,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 1927~2023)라는 자메이카 출신의 가수가 바로 그 사람이다. 아, 해리 벨라폰테를 그저 노래 잘 부르는 가수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해리 벨라폰테는 흑인과 소수민족의 의견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인권운동가였으며, 당대 최고의 포크 뮤지션들인 조안 바에즈(Joan Baez, 1941~)나 밥 딜런(Bob Dylan, 1941~)과 함께 반전(反戰) 평화주의 운동에도 헌신했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언젠가부터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유니세프 친선대사로도 활발히 활동하기도 했다. 


2. 해리 벨라폰테의 음악 개관


해리 벨라본테의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그의 음악적 다양성에 놀라게 되는데, 그건 어쩌면 해리 벨라폰테의 혈통이 매우 복잡한 것에 기인하는 것일 수 있다. 즉, 그에게는 스코틀랜드 - (네덜란드계) 유태인 - 흑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데, 이런 배경이 그의 음악이 팝과 포크, 칼립소 등을 아우르는 다양성을 갖게 된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해리 벨라폰테는 자메이카 출신으로 흑인의 피가 흐르는 관계로 그의 곡들 중에는 자메이카를 필두로 한 카리브해의 음악, 특히 흑인들의 음악인 칼립소(Calypso)에 기원을 두고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런가 하면, 유태인의 피가 흐르는 관계로 이스라엘을 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음악들도 있다. 이런 점에서 해리 벨라폰테는 백인음악이 주류를 이루는 음악계에 소수민족의 음악을 발굴하여 소개함으로써 제3세계 음악 발전에 초석을 놓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리스 출신의 나나 무스꾸리(Nana Mouskouri, 1934~)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미리암 마케바(Miriam Makeba,1932~) 또한 해리 벨라폰테가 발굴해 냄으로써 비로소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을 생각해 보면 그의 업적은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해리 벨라폰테는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맛보았는데, 그의 많은 히트곡을 소개하기 전에 맛보기 차원에서 그의 노래가운데 완성도란 측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Matilda"(1953년)를 들어보자. 내 자신 있게 말하거니와 젊은 친구들도 충분히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익숙한 곡일 것이다.


3. 해리 벨라폰테의 노래들


해리 벨라폰테의 대표적 앨범으로는 1956년에 발표한 Calypso를 들 수 있다. 이 앨범은 그의 음악을 집대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명반(名盤)인데, 실제로 미국 음반차트에서 무려 31주 동안이나 1위를 차지했었다. 이 앨범의 제목인 칼립소(Calypso)는 서인도제도의 트리니다드섬에서 생긴 흑인들의 노래를 일컫는 말이기도 한데, 그 기원은 서아프리카의 노동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Calypso 재킷. 사진출처: https://musiceureka.wordpress.com/category/harry-belafonte-albums/

이 앨범에는 해리 벨라폰테를 말할 때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거론되는 곡들이 실려 있는데, 우선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이자 미국 싱글차트에서 5위까지 올랐던 "Day-O"를 들 수 있다. "Day-O"는 자메이카 민요인 "Banana Boat Song"을  칼립소풍으로 부른 것으로, 해리 벨라폰테가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곡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칼립소가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으며 하나의 독자적 음악장르로 인정받게 되기에 이른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노래, "Day-O"이다.

그런가 하면 이 앨범에는 곡명에 아예 '자메이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Jamaica Farewell"이란 곡이 실려있다. 사실 "Jamaica Farewell"이란 노래를 내가 알게 된 것은 스탠더드 팝의 여왕이라고 불렸던 패티 페이지(Patti Page, 1927~2013)를 통해서였는데, 결국 그것이 해리 벨라폰테가 불렀던 노래의 Cover곡이었던 것이다. 이 곡은 너무도 유명해서 전 세계의 많은 가수들이 너도나도 이를 불렀는데, 때문에 유튜브를 찾아보면 엄청나게 많은 가수들의 버전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원곡인 해리 벨라폰테의 버전으로 들어보도록 하겠다.

이 앨범에 실린 곡 가운데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곡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I Do Adore Her"이다. 사실 곡목만 봐서는 전혀 모르는 곡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데, 1960년대에 서유석이란 가수가 이를 번안하여 "사모하는 마음"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곡이 바로 이것이다. 그래도 느낌이 안 온다면, 1971년에 쉐그린이란 이름의 남성 듀엣이 불렀던 "동물농장"을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거의 동요처럼 우리 모두가 불렀던 동물농장, 그 곡의  원곡이 바로 "I Do Adore Her"이다.

말 나온 김에 서유석과 쉐그린의 노래도 함께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 서유석의 사모하는 마음이고, 

쉐그린의 동물농장이다.

앞에서 해리 벨라폰테의 음악에 이스라엘적 요소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런 스타일의 곡으로는  "Erev shel shoshanim"(밤의 장미라는 의미의 히브리어)가 있다. 다만 이 곡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원곡은 해리 벨라폰테의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요셉 하다르(Yosef Hadar)란 작곡가가 결혼식에 쓰이던 유대 전통의 토속적 멜로디를 모티브로 작곡한 것을 야파 야르코니(Yafa Yarkoni)란 가수가 처음으로 불렀던 곡이다. 그런데 이 노래가 유명세를 탄 것은 역시 해리 벨라폰테의 공이 크다. 이 곡 또한 수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불렸는데, 역시 해리 벨라폰테 버전으로 들어보자.

이스라엘 민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멋지게 편곡하여 발표한  "Hava Nageela" 또한 같은 스타일의 곡인데, 어느 대학교의 응원가로 쓰이고 있는 이 곡 또한 많이들 들어 보았을 것이다.

유튜브에 이 곡에 맞추어 추는 이스라엘의 전통 춤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어서, 이곳에 가져와 봤다. 역시 포크 느낌이 강한데, 이를 해리 벨라폰테의 음악과 비교해 들어 보면, '칼립소'란 음악의 실체가 드러난다.

여기에 소개한 곡들 외에도 해리 벨라폰테의 곡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가운데 미국 인디언의 민요에 기원을 두고 있는 "Shenandoah"는 그의 다른 곡들과는 전혀 분위기를 달리 한다. 잔잔히 흘러가는 강물의 편안함이 그대로 전해지고, 무언가 슬픔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들리는, 때문에 어찌 들으면 흑인 영가의 분위기까지 풍기는 독특한 노래 "Shenandoah"이다.

해리 벨라폰테의 음악을 한 자리에서 풀로 느껴볼 수 있는 것으로는 1959년에 카네기홀에서 있었던 공연의 실황 앨범만 한 것이 없다. 그의 주옥같은 곡들을 집대성한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앨범, 가히 라이브 앨범의 백미로 꼽히는 이 앨범을 소개하는 것으로 해리 벨라폰테 이야기를 끝맺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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