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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미골 Mar 28. 2023

기지개

별을 따는 농부

수탉 볏 성할 날 없는 닭장에

실금 가던 달걀 세 개 네 개 늘어난다

처마 밑에 걸린 마늘

레깅스 같던 껍질 헐거워지고

메주 들여가면 참숯이 덤이라는 오일장엔

묵나물 보따리보다 미나리가 눈에 들어온다     

물오를세라 참나무 표고 목 베는 소리

묶은 각질 털어 내듯 산기슭 울리는 산동네

저수지 위 강태공 슬그머니 엉덩이 빼는데

밤새 입덧하던 고라니 겨울난 시금치밭

걸음 했다가 제바람에 놀란다

가을부터 코 찌르던 거름 냄새

삭을 대로 삭아 구수한 들녘

묶은 포도 나뭇가지 자르는 농부

목이 칼칼해지도록 해는 남아

막걸리에 막국수 한 사발 내어 온 아낙이

호미보다 긴 냉이를 낚아 올린다      

냉이 오른 저녁상 앞 텔레비전엔

봐 두었던 겨울옷이 빅세이란다

미리 지어보는 농사 밤은 짧아지고

나비야 나비야 길고양이 애가 타는데

살구나무 옆 누렁이가

별 시리 빛나는 별을 향해 컹컹 헛기침해댄다  



             


시습작노트


아직 브런치를 탐색 중입니다.

글 쓰기도 서툴고 시도 서툽니다

배운다는 자세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입춘이 되기 전에 써 놓았던 시를 올려 봅니다.


겨울부터 수탉들의 서열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하루에 한 개 놓던 달걀이 추위에 갈라져도 숫자가 늘어납니다.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이지요.

해도 길어지고 농부의 발걸음도 길어집니다.


오늘 아침 포도밭을 둘러보다가 몸을 살짝 움츠린 꽃마리를 담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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