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고 Dec 06. 2023

출산율 추락에 대한 단상

출산의 역설


일반적으로 나라가 너무 평화로우면 출산율이 떨어지고, 나라가 위기 속에 있고 불안정하면 출산율이 올라갑니다. 유니세프 광고에 늘 나오는 소말리아 같은 아프리카 후진국들, 종교적 이유로 오늘내일이 불안한 이라크 같은 중동의 국가들, 우리보다 잘 살지만 나라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 속에 있는 이스라엘, 또한 남미에 망했다고 하는 국가들, 이런 나라에서는 출산율이 아주 높죠.  과연 이들의 시스템이 문제라서 산아 제한을 못하는 걸까요? 예를 들면 성교육을 안 하고 콘돔 보급이 안되고 되고, 종교적으로 낙태를 금지하고 등등... 그것도 일부의 이유는 되겠죠.


궁극적 사실은, 현실에서 개인의 생존이 불안정해질 때 자신의 영속성을 지키는 가장 수월한 방법은 자손을 갖는 것이란 점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 끝이 찾아온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세계는 매일 그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는 반면, 평화로운 세계에서는 그 인식이 좀 늦게 찾아오게 되죠. 개개인이 경험과 경력, 인맥의 확장을 통해 자아실현이 이루어지면서 자신의 삶이 영속적인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그 점이 자손에 대한 욕구를 후퇴시키지만 그 성취감은 허상에 가깝습니다. 사람은 반드시 죽게 마련이니, 그 시기가 되었을 때는 일말의 아쉬움이 남게 마련입니다. 


원래 세계는 계속 변하게 마련이고 변화 자체가 세상의 본질입니다. 세계는 어느 시대에도 위기를 겪었으며 늘 불안정했습니다. 선진 국가는 단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잘 갖추어 여러 위기에 대한 완충 장치를 잘 마련해 놓았을 뿐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어렵게 살아가던 최빈국 조선이 갑자기 신생 국가 대한민국이 되었다가, 또 어느 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코리아가 되었으니, 그 국민들은 얼마나 풍요로움을 느끼겠습니까? 한 세대 사이에 감당 못할 풍요로움이 오니, 그 시스템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세상 모든 것을 다 누릴 수 있는 듯이 느껴지고, 자손보다는 이 시스템을 누리면서 자아실현을 더 하고 싶지 않을까요?


싱글을 자처한 사람들은 당장은 못 느끼겠지만, 어느 순간엔 이게 내가 가질 수 있는 모습의 전체가 아니란 생각이 들 겁니다. 일말의 아쉬움이 반드시 오게 됩니다. 오래전에 느꼈어야 할 위기감이 죽음의 즈음로 지연되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 이 평화로운 대한민국이 언제까지 평화로울 수 있을까요? 북한, 중국, 러시아,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예상되는 분쟁을 미국을 동원해 겨우 막아내고 있는 이 효과가 언제까지 갈 수 있으며, 언제까지 삼성전자는 승승장구할 것이며, 언제까지 원화의 가치가 유지될 것이며, 언제까지 에너지는 펑펑 쓸 수 있을까요? 아마도 머지않은 날, 다른 국가에서 시작된 작은 문제로 지구 사회 전체가 요동치게 될 것이며, 그럴 때 대한민국도 그 파도 속에서 힘겹게 살아남아야 할 겁니다. 단순한 비관주의, 디스토피아적 관점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가 절대적으로 안정된 사회란 없음을 증명합니다. 


세상이 요동치면 출산율은 그런 세상 맞추어 함께 요동칩니다. 인간의 불안은 영속성에 대한 욕망을 건드립니다. 내 몸은 죽어도 나란 존재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또 오래 살지 못할 첫째 자식의 삶을 둘째 자식으로 계속 이어 주기 위해서 그런 본능적 욕망이 출산율로 이어질 겁니다. 현재의 저출산에 대한 대책이야 세워야겠지만, 국가 소멸로 갈 거란 생각은 지금 평화로운 시대 한 순간만을 본 것이죠. 예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전에 이 나라는 지금보다 훨씬 위태로워 질 것이고, 아마도 오히려 출산하고 싶어 난리가 날 테죠.

작가의 이전글 10살 생일을 축하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