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사 [이목스모크다이닝]
‘유 퀴즈’를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바베큐계의 일인자로 불리는 유용욱 소장님의 ‘이목스모크다이닝’에 드디어 방문했다.
카카오 김범수 회장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는 바베큐의 맛이 예전부터 너무 궁금했는데 주말 예약에 성공해 식구들과 함께 다녀올 수 있었다.
점심시간에 맞춰 식당에 도착하니, 주방 뒤편에 숨겨진 룸 좌석으로 자리를 안내받았다. 착석하니 자리 앞에 의문의 책자가 하나 놓여있었다.
책자의 정체는 바로 식당 소개와 오늘의 코스 메뉴.
이목스모크다이닝은 불과 연기를 주제로 다양한 맛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목욕탕을 개조해 불을 피울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스모크드 스캘롭.
오늘의 첫 번째 메뉴. 통영 홍가리비 위에 캐비어가 얌전히 올라가 있다. 참나무 연기로 훈연한 향이 났는데 정말 부드러웠다. 입안에 있었다가 그대로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양송이스프.
특이하게도 스프가 폼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래서 사진에서처럼 기포가 보인다. 스프가 아닌 거품을 먹는 식감이라 살짝 어색했지만 재밌었다. 갈려있는 트러플 향도 꽤 진하게 난다.
한돈 베이컨.
소장님께서 직접 메뉴 설명 후 고기를 눈앞에서 잘라주셨다. 8시간 동안 훈연한 삼겹살과 항정살 부위. 손으로 찢어주신 빵과 함께 고기를 즐기면 된다. 짭짤하고 두툼한 베이컨.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이 좋다. 피스타치오 가루와 메이플 시럽이 고기와 적절히 이루는 단짠의 조화가 예술이다. 역시 단짠단짠의 조합은 옳다.
미니코스 샐러드.
샐러드가 나오기 전에 물티슈를 주시길래 왜 그런지 싶었는데, 심지를 손으로 잡고 먹어도 된다고 알려주셨다. 미니코스는 처음 먹어봤는데 작고 귀여운 상추 같은 느낌이었다. 샐러드에는 치즈와 건새우 파우더가 듬뿍 올라가 있고, 새우젓 소스가 뿌려져 있었다. 한 입 베어무니 숯불향이 가득. 과장 조금 보태서 내가 지금 채소를 먹고 있는지 고기를 먹고 있는지 싶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인상적인 메뉴였다. 이런 샐러드라면 매일 먹고 싶다.
대광어와 구운 뼈 육수.
얇은 베이컨이 대광어를 감싸고 있다. 그 위를 덮은 채소는 마치 과자칩 같은 느낌. 대파 오일이 국물에 풍미를 더했다. 메인으로 넘어가기 전 기분 좋게 입가심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너무 만족스러운 메뉴였다.
대망의 시그니쳐 비프립.
코스의 하이라이트다. 소장님께서 들어오시더니 갑자기 룸의 조명을 끄셨다. 그리고 뮤지컬의 주인공처럼한줄기의 빛 아래에서 비프립이 등장했다. 만화에서나 볼 법한 비현실적인 비주얼의 거대한 갈비에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조리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시면서 고기를 자르기 시작하신다. 뼈대에서 고기가 쏙 하고 빠지는 게 신기했다.
갈비를 간장베이스 소스로 20시간 수비드 조리 후 참나무에 3시간 동안 훈연한 시그니처 비프립. 소갈비의 6,7,8번 뼈라고 한다.
고기는 부드러우면서 동시에 쫀득했다. 고기의 진한 향과 육즙이 너무나도 황홀했다. 부위에 따라 입에서 사르르 녹기도 하고, 바삭하기도 하고, 쫄깃하기도 했다. 함께 나오는 치미추리 소스와 백김치는 비계와 껍질에서 나오는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양은 4명이서 충분히 부족하지 않게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송화솥밥과 갈비라면.
이미 꽤나 배부른 상태였지만 이 둘도 남김없이 깔끔하게 처리했다. 라면은 생각보다 매콤했고, 평범한 신라면 국물에 살짝의 고기향이 느껴졌다. 고슬고슬한 밥알의 솥밥도 고소하니 맛있었다.
티와 봉평 메밀 아이스크림.
이제 디저트다. 눈길을 사로잡는 비주얼의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흑임자가 뿌려져 있었고 바삭한 튀일이 그릇을 장식했다. 특이하게도 아이스크림 아래 감태 오일이 깔려있었는데 이 조합은 살짝 호불호가 있을 것 같다. 차는 시원한 매실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유용욱 소장님의 고기에 대한 사랑과 철학을 느낄 수 있었던 ‘이목스모크다이닝’. 다소 느끼하다고 여길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코스 하나하나 특색과 매력이 넘치는 요리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바베큐는 기대한 만큼 너무나 훌륭했다. 온 식구가 만족했던 최고의 한 끼였다.
나올 때 소장님께서 인사해 주시며 사진도 흔쾌히 함께 찍어주셨다. 코스마다 식기류를 교체해 주는 것부터 중간중간 테이블 부스러기를 치워주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주는 점에서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접객이었다.
유용욱 소장님은 원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고 한다. 취미가 본업이 된 케이스. 자신의 열정을 선택한 용기와 그것을 실력으로 성공시켜 낸 소장님이 멋있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