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 만지도를 걷다

사사소소 여행기

by 무우

연대 & 만지도를 걷다

통영 사람들 이곳을 `달애`라 불렀다. 통영의 땅 끝, 달아羍牙. 신비한 이름이었다. 양을 몰 듯 쉬엄쉬엄 가야 하는 곳, 권력자를 피해 숨던 애달픈 땅, 물고기 창자의 옛말 `애`, 어느 것이 맞는지 몰라도 뱀 모양의 구불 길이 힘든지 달아를 찾아가는 버스가 엔진 울음을 토했다.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달아라는 글을 찾아보았다. 쉬엄쉬엄 갈 착辶 부수에 어린양 달羍, 코끼리 상아의 어금니 아牙 자였다. 통달할 달達에 어금니 아牙 자인지 짧은 지식으로는 알 수 없었다. 고민하기 싫었다. `코끼리처럼 걸으며 통영의 바다를 보다`라는 개똥철학을 부여해 버렸다. 항아리 모양의 선착장은 배를 섬으로 쏘았다. 달아항을 나선 여객선이 깊은 뱃고동을 신호로 보냈다. 깊은 울림이 있는 저음이었다. 수면 위로 검은 삿갓이 솟았다. 연대도였다. 섬은 바위에 붙은 삿갓조개 모양이었다. 섬과 섬에는 현수교가 있었고 빨간 원색의 작은 섬을 움켜쥔 거대한 촉수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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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거칠었다. 전날 내린 비가 한자 폭의 둘레길을 어지럽혔다. 원시의 섬은 걷는 내내 바다를 내어주지 않았다. 숲이 고기잡이배의 엔진 소리마저 차단했다. 7월의 섬은 야생화 한 포기 피우지 않았다. 바람 한 점 스며들지 않아 땀이 뚝뚝 떨어졌다. 하늘이 열리자 전망대가 나타났다. 전망대에서 파도에 쓰러진 공룡을 보았다. 가뭄의 논처럼 섬의 등이 말라비틀어졌다. 바다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안쓰러웠다. 막걸리 한잔으로 땀을 식혔다.


시간이 걸음을 재촉했다. 하늘이 보여 멈춰 선 길은 섬사람들이 지게로 땔감을 나른 길이었다. 섬사람들의 삶의 질곡을 배경으로 우리는 사진을 찍었다. 땔감을 대신하는 태양광 발전소가 해무로 흐릿한 햇볕을 빨아들였다. 혈관처럼 작은 골목길을 지났다. 수백 년 해송이 길을 막았다. 해풍을 견디지 못한 소나무가 안타까웠다. 해송의 방풍림 끝에 출렁다리인 현수교가 보였다. 건너편 바위를 당기고 있었다. 만지도 건넘을 시기한 연대도가 다리를 심하게 흔들었다. 만지도 바위가 멈춘 우리를 당겼다. 사람들이 자석의 쇳가루처럼 만지도 바위에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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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사람들의 분칠로 화려했다. 육지 문명에 뒤덮여 죽어가고 있었다. 만지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섬은 섬 속의 섬이었다. 멀리 멸치잡이 배들이 애를 많이 쓰는지 검은 연기를 뿜었다. 욕지 가는 여객선이 바다 위의 부표 같았다. 불어오는 바람이 걸음을 재촉했다. 동백림의 길이 좁고 어지러웠다. 동백 숲을 벗어나니 갯냄새가 진했다. 깔린 데크 길이 육지 사람과 바다의 접촉을 막았다. 걸음은 편했지만 족적을 남기지 못함이 아쉬웠다.

작은 섬이 고왔다. 육지 사람들 발길을 계속 잡았다. 출렁다리가 여행객들로 더 붐볐다. 때를 놓친 점심에 걸음이 빨라졌다. 종종 있는 일인지 예약한 식당에서 전화도 없었다. `늦는다` 기별에 `당연하다` 통보를 보냈다. 볼락 선어회가 부드러웠다.


달아항 돌아가는 배는 조용했다. 황새가 많은 학림도를 지났다. 달아항이 배를 빠르게 빨아들였다. 멸치 삶는 배가 큰 파도를 일으켰다. 멸치잡이 선단에 한 눈이 팔린 사이 연대도가 사라졌다. 바다가 삼켰는지 보이지 않았다. 통영 바다가 보이는 창가 쪽으로 옮겨 앉았다. 섬이 많았다. 바다 백 리 길 걷는 즐거움이 잠을 불렀다. 다음 길이 어디가 될지 정하지도 못했는데 배는 나를 달애항으로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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