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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셋진 Jul 16. 2023

낙성대 언덕 집에서 마련한 첫 자취방

그 당시, 어떤 용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으나 3주간 주말에는 서울에서 집만 보러 다닌 것 같다.

다행히도 내가 예전에 파리바게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함께 했던 친구가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토-일에 걸쳐 잠만 자게 해달라는 양해를 구할 수 있었다.

요일 저녁에 서울로 올라가서 자고 일어난 뒤 토요일 아침부터 밤까지 그리고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을 보고 대구에 내려오는 것을 반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넘치는 패기와 열정 하나만으로 서울에 집을 구하겠다는 집념 하나로 왔다갔다 할 수 있었는지 나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들끓는 열정과 패기만큼 집을 단번에 뙇-! 마련할 수 있었는가, 전혀 아니다.

요약하여 말하자면 서울의 집 구하기는 정말 쉽지 않았다.


서울의 집 구하기에 앞서 몇 가지 고려해야 할 계획이 필요했다.

1) 보증금 200만원으로 해결하기

2) 어떤 지역 위주로 집을 구할것인가?

3) 집을 볼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집을 구해보는게 처음이었을뿐 더러 그것도 더군다나 내가 20몇 년 간을 살아온 고향을 떠나 생판 모르는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서울이라는 도시는 엄청나게 큰 도시였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다양하게 맛보는 뷔페처럼 다채롭게 집을 볼 수는 없었고 한쪽 지역이나 구체적으로 정하고 그 지역을 살펴보아야 했다.

예를 들면, 낙성대-서울대입구-신림 아니면 합정-홍대입구-신촌 등 서울의 지하철역 위주로 지역을 나누어보면 좀 더 쉽다.

또한, 집을 볼 때 깨끗하고 깔끔한 방, 햇빛이 잘 드는 곳인지, 교통 접근성, 치안, 주변 환경, 편의시설 등 여러가지 생각해야 할 것들이 다분했며 다 만족할 수는 없다는 것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현실적으로 봐야 할 부분이 보증금과 월세와 같은 금전적인 부분이었는데 나는 처음부터 보증금 기준선을 정하고 갔기에 그 기준에 맞는 집을 구하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지금도 물론 서울의 집 값과 시세는 어마어마 하지만 그때에도 보증금 200만원으로 해결하는 것은 사실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런데 어떻게 집을 구했냐?라는 물음에 답을 한다면 말 그대로 정말 발품을 열심히 팔았다고 답하고 싶다.


위의 3가지에 대한 답변을 달아본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1) 보증금 200만원으로 해결하기

- 무언가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3번의 질문에서 무언가 내가 욕심을 품고있다면 깨끗하게 버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깨끗함이라던가 주변환경 등 말이다.

2) 어떤 지역 위주로 집을 구할 것인가?

-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가 처음 구하는 첫 집이기도 하였고 지역은 딱히 중요하진 않았다. 집값은 어느정도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집들이 모여있다는 관악구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주거단지로 시끄럽지 않고 첫 집으로 괜찮다는 이야기를 여럿 들었던 점도 있었다.

3) 집을 볼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 깔끔한 방과 치안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1번 항목과 연관지어 얘기를 안할 수가 없는데 나는 내가 자고 쉴 수 있는 공간만큼은 안락하고 편안하고 안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럼 나는 무엇을 포기했는가? 깔끔한 방과 치안을 얻었으나 나의 첫 집은 역에서 내리면 언덕을 3번 올라가야 했으며 이 언덕은 언제 끝나는가 하고 숨이 턱 끝에 차오를 때쯤 집이 나왔다.

   그렇다. 나는 역세권을 포기했다, 하하.


이 3가지에 대한 답변이 나오기까지 내가 집을 구하기까지의 여정에 대하여 조금 풀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일단 집을 구하는 것에 있어서 그것도 서울 집을 내가 최대한 원하는 조건에 맞추려면 그냥 죽어라 뛰어야 하며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물론 무식해보일 수도 있는 단편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집이라는 것은 보면 볼수록 내가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깨닫기도 하고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안목이 생긴다.

직방이나 카페에 올라와 있는 집들의 사진을 보면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고 정말 살기에 괜찮은 방처럼 보인다.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보이는게 다가 아니다.


직접 가서 그 곳의 내부 환경, 벽지에 곰팡이는 슬지 않았는지, 냄새나 습도 및 온기는 괜찮은지 더 나아가서 주변 시설, 밤이 되었을 때 주변 소음 등까지도 고려해야하는게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이건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는 수 밖에 없다. 그만큼 부지런하게 발로 뛰고 내가 직접 보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보지 않으러 다녔을 때보다 한번 더 1개의 집이라도 더 봤을 때 내가 원하는 집을 얻는 것에 가까워진다.


주말 하루 동안 부동산을 3개씩 돌았다. 그리고 3주동안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을 반납하고 똑같이 집만 보러 다녔다.

부동산을 3개 돌아본다는 것은 부동산 1개 당 집을 한 2-3개 정도 볼 수 있는데 많을 때는 9개 정도의 방을 둘러보았다.

다양한 부동산 중개업자들을 만났으며 그만큼 한 지역에서 과연 이런 집에서 내가 살 바에는 고시원에 들어가는게 낫겠다 수준의 집까지도 봤었다는 말이 된다.


내가 봤던 집들 중 인상 깊은 집 몇 개를 소개해볼까 한다.


첫 번째로 인상에 남는 집은 어떤 건물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으나 안에 내부 화장실이 기억이 강하게 난다.

들어갔을 때 방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화장실이 정말 정말 좁았다. 안에 사람이 들어가면 불투명하게 비치는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들어가면 발 두개 앞 옆 뒤로 딛을 공간이 없다.

들어가자마자 왼쪽으로 몸을 향하게 하여 손을 씻는 세면대가 있고 오른쪽으로 몸을 향하면 바로 변기다. 그리고 샤워기를 그 좁은 공간에 위치시킨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혹시나 틀어봤는데 덜그덕거려서 천하장사가 되는 날이면 수도꼭지가 터질 것 같았다.


두 번째로 인상에 남는 집은 부동산을 하루에 몇 개씩 돌다보니 똑같은 집을 3번이나 봤다.

처음에는 중개해주시는 분이 '이 집 되게 깔끔하고 괜찮아요'라고 칭찬을 많이 하던 집이었는데 들어갔을 때 아직 집주인이 집을 빼지 않은 상태라 가구들이 나열되어 있었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은 들었으나 또 그렇게 끌리는 집은 아니었다. 조금 더 생각해볼께요 하고 다른 집 몇 개를 본 뒤에 다른 부동산을 찾아갔다.

두번째로 갔던 부동산에서 '이번에 가는 집 지금 할려는 사람들 많으니 한번 둘러보셔요' 라며 소개 해 줄 집으로 차를 타고 같이 갔다.

가는 길이 첫번째에서 얘기했던 집과 같은 루트로 가고 있었고 이내 똑같은 집인걸 알아차렸고 예의상 한번 더 보았다.

그리고 세번째로 갔던 부동산에서도 똑같이 위의 집을 보여주려고 하시길래 이 집 그만보겠습니다라고 단호박으로 말씀드렸다.

할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냉철하게 알게 되는 시점이었다.


세  번째로 인상에 남는 집은 집을 둘러보기도 전에 그 건물 창문에서 담배를 피며 인상을 무섭게 하신 조폭 느낌의 대머리 아저씨가 보였다.

눈이 마주쳤는데 기분탓인지 모르겠으나 무언가 기운이 좋지 않았다. 내가 조심성이 커서 그런진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 건물의 집은 보지 않았다.


이러한 집들을 보다가 친구 집 가서는 정말 잠만 잤다. 오직 서울의 집 구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수도 없이 많은 집들을 전전하며 깊게 생각해봤는데 집 구하기란 정말 쉽지 않구나 많이 느꼈고 내가 오랫동안 지내야 할 집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더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가 집 구하러 다닌지 3주차가 되던 시점 일요일 두 번째로 집을 보러갔다.


지역은 낙성대였다. 낙성대역 1번 출구에서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꺾는 지점이 나오는데 그 곳에 들어가니 먹거리 가득한 인헌시장이 나를 반겨주었다.

시장길을 지나가고 나서 거리에 길게 즐비한 주거단지들을 지나 한 언덕을 올랐다. 그리고 한 언덕을 오르고 나니 네일아트샵, 편의점, 애완동물 용품점, 야채가게 등 상가들이 조금씩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고 있는 가로등 사이의 또 다른 언덕길을 지나니 중개인분이 소개해주는 집이 보였다.

외관상 나쁘지 않고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졌다. 그 때 집주인 아주머니가 방을 함께 보여주시기로 하셔서 같이 보는데 인상도 푸근하고 되게 좋아 보이셨다.

206호라고 붙어있는 호수판을 인지하고 문을 열었다. 신축이나 새 것 같은 집은 아니었지만 딱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자그마한 현관을 지나서 보이는 주방과 책상, 옷장, 그리고 침대와 큰 창문이 있었다. 그리 넓은 평수는 아니었지만 혼자 지내기에 안락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화장실도 깨끗했으며 난방, 수압, 그리고 올라오면서 자연스럽게 보게 된 편의시설(편의점, 마켓 등)과 경찰서까지 집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나로써는 만족스러운 조건이었다.


다만 단점이라고 하면 역에서 언덕을 3번 올라야 한다는 것.

하지만 언덕 3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군더더기 없이 괜찮은 방의 컨디션이었다. 까짓거 내 다리와 발만 조금 고생하면 되니까 문제 될 것 없어 보였다!

단, 내가 하나 걱정스러웠던 것은 처음부터 기준 상한선을 정하고 왔던 보증금이었다.


주인 아주머니께 조심스럽게 문의를 드렸다.


"혹시 보증금 200만원으로도 가능할까요?"

주인 아주머니는 중개인분과 잠시 상의하였다.


"아가씨가 대구에서 멀리 오신다고 하니 보증금 맞춰드릴께요"

중개인분과 나는 집을 소개받기 전에 간단하게 어떻게 집을 보러오게 됐는지와 내가 대구에서 와서 집만 보러 다니고 있다고 대화를 잠시 나눈적이 있었다.

그 부분을 아마 아주머니께 얘기드리신 것 같았다.


마음이 따뜻해졌고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를 드리고 곧 연락을 드리겠다고 했다.


이후로도 낙성대쪽에서 여러 집들을 방문하여 봤지만 앞에서 봤던 언덕 지나 206호 집이 계속해서 눈에 밟혔다.

준비해주신 집을 다 보고 나서 돌아가는 길에 나는 결심했다.


서울에서 지내게 될 첫 집, 내가 지낼 곳은 여기다 라고 확신이 들었다.

서울에서 집만 보러 다닌지 3주차에 나는 드디어 마음에 들었던 낙성대 집과 계약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저 아까 낙성대 집 206호 계약할께요" 라고 중개인분께 말씀 드렸다.

부동산으로 가서 필요한 서류들과 사안들을 논의했고 계약하기 전에 여러가지 검토해야 할 사항을 확인하였다.

난생 처음 집을 혼자 구해보는 것이라서 그 전에 블로그나 유튜브 등으로 집 구할 때 중요한 것들, 필수 확인 사항들을 확인했었는데 실제 집 구할때 적용해보니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 중 내가 조금 중요하게 본 사항은 집주인 융자와 파손이나 수리요청 시 집 주인쪽에서 배상을 해줄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였다.

꼼꼼하게 검토 한 뒤 문제 없음을 확인한 뒤 가계약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며칠 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서류들과 신분증, 통장사본 등을 준비하여 이 집에 대한 최종 계약을 완료하였다.


처음으로 내가 내 손으로 마련한 나만의 공간이었다.

그 당시에 집을 보러 다닐 때는 힘들었지만 내심 뿌듯함이 몰려왔다.

완전한 나의 집은 아니지만 내가 서울에서 지낼 공간이 생긴다는 것은 독립감, 해방감 그리고 꿈을 향해 달려갈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나라는 사람의 앞으로가 궁금해졌다.

서울에서의 진짜 새 출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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