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모님의 맛

by 선셋진

부모님의 맛에 대하여 생각을 해본다면 나는 가장 먼저 소고기 무국을 떠올린다. 냄비에 참기름을 적당량 올려 붉은 마블링을 뽐내고 있는 소고기를 넣고 고소한 향이 전체적으로 스며들 때까지 볶고 하얀 옷을 입은 무들도 고기기름으로 다시 새로운 옷을 입도록 볶는다.

그리고 적당하게 잘 볶아진 소고기들이 갈색 옷을 점차 갈아입고 있을 때쯤 물을 붓고 고기 국물이 잘 우러나도록 장시간 끓인다.

다 끓여졌을 때쯤 어슷썰기 해 놓은 대파를 넣고 마지막으로 푹 끓이면 소고기 무국이 완성된다. 이런 간단한 레시피지만 어머니가 끓이시는 소고기 무국은 뭔가 사뭇 다르다.

나는 사실 언제부터 어머니의 소고기 무국을 먹게 되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머니의 손맛과 정성이 들어가서 그런지 집에서 어머니가 푹 끓여준 소고기 무국이 가끔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내가 어디 추운 곳에서 오들오들 떨고 왔을 때 감기라도 걸릴 것 같이 몸이 으슬으슬 할 때, 속이 안 좋아 무언가 기름지거나 무게감 있는 음식을 못 먹겠을 때, 새벽 일찍 일어나거나 바빠서 정신이 없을 때와 같은 상황이 생길 때면 나에게 따뜻한 소고기 무국을 한 그릇 건네던 어머니의 손길이 떠오른다. 그럴 때 소고기 무국에 밥을 한 그릇 말아먹으면 온 몸이 따뜻해지고 다른 반찬을 먹지 않아도 든든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또 다른 부모님의 맛에 대하여 생각한다면 두 번째는 숭늉이다. 매번 밥솥에 밥을 해먹지만 어머니가 가끔 냄비밥이 그리워 일부러 냄비밥을 하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항상 기대가 됐던 것은 냄비밥을 다 비우고 나서 거기에 물을 채우고 끓이면 뽀얀 숭늉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밥도 물론 맛있었지만 숭늉 한 그릇씩 가족들이랑 함께 먹을 때면 옹기종기 모여서 따뜻함을 나누었던 것 같다.


나는 특히 숭늉에 밥 알이 너무 많은 것도, 너무 적어서 숭늉 국물만 있는 것 보다도 밥 알이 적당히 섞인 숭늉이 좋다.

어머니도 나의 취향을 잘 알고 계신지 항상 내가 좋아하는 적당량의 밥 알로 숭늉을 해 주시는데 그 마음이 숭늉 국물에 비쳐 잔잔하게 빛나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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