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있는 것 같아도 계속, 무언갈, 일단은 하자!
페루, 이키토스에서의 생활도 벌써 4주 차를 향해 가고 있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쏜살같이 지나갔는지. 4주 동안 딱히 엄청난 걸 한 것도 아니라 시간의 흐름이 괜히 섭섭하다. 꼭 크게 다가오는 무언가를 얻어야만,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있어야만 할 것 같은데 아쉽게도 지금 당장은 내 손에 쥐어진 결과물이 없다.
엄마와 페이스톡을 하는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심심하지는 않나?” 이건 정말 단 0.1초의 고민도 없이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아니, 심심할 틈이 없어. 오히려 시간이 너무 잘 가.” 진짜 누가 내 시간을 야금야금 뺏어가고 있는 걸까? 하루하루가 왜 이렇게 잘 가는지 모를 일이다. 한국에서보다 근무시간은 줄었는데 왜 그때보다 시간이 잘 간다고 느껴지는 걸까. 오히려 좋은 건가.
한국에서는 하루하루가 재미없고, 무의미하게 느껴지곤 했는데 여기서는 적어도 그런 기분은 안 든다. 내가 하는 모든 경험들이 새롭고 낯설어서 그런가. 참, 환경 자체가 새롭고 낯설긴 하다. 내가 쓰는 언어, 내가 있는 환경 이 모든 것들에 적응을 하는 기간이라 그런 걸까.
아, 내가 시간이 없는 가장 큰 원인을 왠지 알 것만 같다. 바로 집안일이다. 특히, 하루 2끼를 챙겨 먹는 것만 해도 엄청난 시간이 든다. 재료 다듬기, 요리하기 등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 없으면 안 될 유튜브를 보며 밥을 먹는 시간, 먹고 치우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또, 다행인지 불행인지 입맛은 날이 갈수록 좋아져서 잘 먹고 있는데, 그래서 장을 자주 봐야 한다. 장 보는 시간도 무시 못한다. 또, 세탁하기, 깨끗한 스위트홈을 위한 청소하기 등 집안일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든다. 사실 이 시간이 귀찮거나 싫은 건 아니다. 다만,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는 것.
생각해 보면, 4주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아도 나름 열심히 살았다. 스페인어 공부도 꾸준히 했고, 현지 생활에 익숙해질 만큼 적응했고, 재테크 공부도 시작했다. 가끔, 하루가 되게 허무하게 갔다고 생각될 때도 있다. 특별히 뭔갈 한 게 없는 거 같은데 하루가 가버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 반대로, 계획했던 만큼의 스페인어 공부, 재테크 공부, 글쓰기 등의 미션을 모두 완수한 날은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생각해 보면, 이런 하루하루가 쌓여서 무언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거다. 내가 하는 일들이 당장의 결과가 보이지 않아서 마음이 섭섭할 때도, 나는 이렇게 나를 달랬다. “그래, 이런 하루하루가 쌓여서 나중에 결과로 돌아올 거야.” 맞다. 사실 한 달 전의 나보다는 지금의 내가 더 성장했다. 이제 스페인어를 어느 정도 알아듣고, 말하고, 읽을 수 있다. 아직 초등학생 수준이겠지만. 재테크도 예적금밖에 몰랐던 내가 주식기초용어는 알아들을 수 있게 됐다. 틈틈이 작성한 기록도 쌓여있고, 독서를 위해 밀리의 서재 가입도 했다.
이제 시작만 하면 된다! 당장 손에 잡히는 무언가가 없는 것 같고,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는 것 같지만 조금씩, 천천히 나는 성장하고 있다. 물론 나중에 DELE 시험성적과 같은 결과물이 나온다면 지금보다 더 크게 와닿는 무언가가 있겠지! 아무튼 잘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춰있는 것보단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1년 뒤의 성장한 내 모습을 기대하면서 뭐라도 계속하자. 아, 블로그는 미루지 말고 얼른 시작하자. 재테크도 마찬가지, 독서도 마찬가지. 이제 말로만 하기보단 결과가 좋든 나쁘든, 실패하든 성공하든 일단 시작하자! 나에겐 '실행력'이 부족하니까. 일단 뭐든 하고 보자, 그러면 나중에 어떻게든 돌아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