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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구의 엄마 Mar 18. 2023

친정 엄마가 생각나는 순간들 (1)

웃픈 순간들인데 정말 생각난다. 엄마가. 그리고 너무 이해된다.

어렸을 때 내가 “엄마는 왜?”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이제는 너무나도 이해된다. 매우 사소한 순이지만 자꾸 떠오른다.


항상 거칠거칠한 엄마 손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어느새 내 손도 거칠거칠할 때가 많다. 아기를 낳고 설거지를 급하게 하다 보니, 장갑을 끼지 않고 설거지를 하는 경우도 많고, 설거지 횟수도 늘어나면서 주부 습진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아이가 사용한 것들은 조금 더 깨끗하게 닦겠다는 생각에 뜨거운 물로 여러 번 헹구게 되기도 하고. 아빠는 엄마한테 로션을 잘 안 바른다고 뭐라고 하신 적도 있는데, 이게... 참 로션을 바르기가 쉽지 않다. 로션을 잠깐 발라도 금방 손에 물 묻힐 일이 생긴다. 설거지 말고도 물 묻힐 일은 엄청나게 자주 생긴다. 아이 셋을 키우신 우리 엄마는 오죽하셨을까. 손에 물 마를 날이 없으셨겠지. 로션을 바를 여유도 나보다 없으셨겠지.


항상 갈라져 있는 엄마 발

아이를 낳고 나면 몸 전체의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인지 분명히 임신했을 때까지만 해도 발바닥이 이렇게 갈라지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우리 엄마 발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타고난 체질 영향이 있겠지만, 정확히 출산 이후부터 나타난 증상이다. 나 말고도 이런 몸의 변화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은 우리 아들이 내 발을 보고 “엄마 발이 하얘. 엄마 아파?” 하면서 걱정해 주기도 한다. 여전히 각질 제거를 위해 무언가를 했는데도 며칠 안 가서 또 금방 갈라지곤 한다.


화장품 냄새 때문에 멀미 날 것 같다고 한 엄마

아이가 태어난 뒤로 자연스럽게 화장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몇 년 동안 아이가 너무 어리기도 하고 코로나 때문에 가족 동반 식사 약속도 거의 없고, 친구는 더더욱 만난 적도 없었다. 아이랑 하루종일 부비적 부비적 하는 동안은 화장을 할 필요도 없고, 할 시간도 없었다. 화장품이 아이 피부에 닿으면 좋지도 않을 테고. 내가 화장한다고 하면 내 화장품을 다 망가뜨리면서 놀거나 안 놀아준다고 징징대거나 했으니. 그렇게 몇 년을 지내고 나서 가족 동반 식사라도 가끔 하게 되어서 간단한 화장을 하니, 화장품 냄새가 역하게 느껴졌다. 피부에 화장품이 얹어지는 느낌도 답답하고. 남편은 화장품이 오래돼서 냄새도 이상해지고 피부에 안 좋은 상태가 된 것은 아니냐고 걱정도 해줬다. 나름대로 꼭 필요한 화장품은 최근에 구매했는데도 그랬다. 엄마가 생각났다. 시댁에 간다고 오랜만에 화장을 하고 아빠차를 타고 할머니 댁에 가는 날, 엄마가 화장했더니 화장품 냄새 때문에 속이 안 좋다고 했던 그 순간이. 엄마 나도 이제 화장하면 그 냄새 때문에 힘들다.


똥개 훈련시킨다고 투덜대던 엄마

며칠 전에도 아이가 밥을 먹는다고 했다가 안 먹는다고 했다가 먹는다고 했다가 안 먹는다고 해서. 휴... 엄마! 엄마라는 자리는 똥개훈련의 연속 맞아. 진짜 다 기록할 수 없는 똥개훈련의 연속. 아이한테 화를 많이 안 내는 편인데,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변덕”을 부리면 별 거 아닌 것에도 화가 날 때가 있다. 돌아서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반복되는 변덕에 지침과 화남이 동시에 올 때가 있다. 엄마는 우리 셋을 키우면서 이런 느낌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받으셨겠지. 지금은 다 잊어버리셔서 우리한테 너네는 힘들게 안 키웠다고 하시지만, 진짜 안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 기억이 미화된 것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안다. 저절로 크는 아이는 한 명도 없으니까.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우리들의 사소한 행동에도 짜증이 난다고 하신 엄마

기분 나쁠 때 깨작대면서 먹거나 젓가락 이상하게 쥐고 먹는 것을 보면 더 짜증이 난다고 지나가듯 하셨던 말씀이 생각날 때가 있다. 우리 엄마는 심하게 화를 내시는 스타일은 아니셔서 이런 말을 대부분 지나가듯 하셨다. 그때 나는 속으로 젓가락을 이상하게 쥐는 것이 왜 엄마를 짜증 나게 하는 것일까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어렸을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사실 나는 아직도 젓가락질을 완벽하게 올바른 방법으로 잘 못 한다. 그런데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이제 너무 잘 알겠다. 엄마 마음속에는 아이가 어떤 방향으로 행동해야 좋을지에 대한 정답지가 어느 정도 있는데, 아이가 그곳으로 향하지 않는 수많은 행동들을 보이게 된다. 그것들이 엄마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는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게 되고, 때 되면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켜봐 줄 수 있다. 그러나 엄마 마음에 여유가 없고, 개인적인 이유로 기분이 안 좋은 날은 있기 마련이고, 그런 날은 이런저런 아이의 행동이 모두 안 좋게 보이고, 짜증이 나게 되고, 잔소리를 유난히 많이 하게 되는 날이 있다. 이제 너무 잘 알 것 같다.


문 닫고 화장실 청소를 하는 엄마에게 화장실 문 열고 하라고 해도 내 말을 잘 듣지 않으시던 엄마

락스로 화장실 청소를 할 때 나는 냄새가 집안 전체에 퍼지는 것이 더 싫으셨던 것 같다. 그냥 얼른 청소하고 나가면 되는데, 이 공기가 괜히 집안 전체에 퍼지고, 아이들이 그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 영 찝찝하셨던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청소할 때 물이 튀는 것도 신경 쓰이고, 옷을 벗고 화장실 청소하는데 문을 열고 하는 것도 그렇고. 참 이제 너무 이해되는 포인트들이 많다. '엄마 몰래 화장실 청소 몇 번이라도 해볼껄.'하는 후회도 되지만... 사실 엄마는 집안일을 어차피 나중에 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하지 말라고 하면서 못 하게 하셨었다. 정말 결혼하고 집안일을 실컷 하면서 엄마가 무슨 마음으로 그러셨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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