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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구의 엄마 Aug 24. 2023

아이한테 배운 표현 방식

솜사탕


나 : (설거지하다가 부엌 창문을 봤는데 풍경이 너무 예뻤다.) 오빠! 산 꼭대기에 솜사탕이 걸린 것 같아!

남편 : (직접 와서 보더니) 정말 그러네.

나 : (부엌 창문이 높이 있어서 아이에게는 잘 보이지 않아서 잘 보일만한 방에 데려가서 보여줘야 할 것 같았다.) 준이한테도 보여주자!

남편 & 아이 : (방으로 향한다.)

남편 : 준이야! 저 거봐! 솜사탕 같지?

아이 : 그러네! 멋지다!

남편 : 와~ 진짜 멋지다!


아이가 전에 집 앞 꽃을 보고 솜사탕 같다고 했었다. 그 기억 때문에 단번에 솜사탕 같아 보였던 것 같다.


고기도 축구 열심히 해서 갈색 됐나 봐!


우리 아이는 수육처럼 삶은 고기는 잘 먹는데, 불고기처럼 양념된 고기는 먹지 않는다. 같이 식사를 하기 전에 다른 반찬도 먹어보라고 한 두 번 권유는 하는데, 몇 년째 그 소통은 성공한 적이 없다.


어제 돼지갈비를 구워 먹었는데, 깔끔하게 구워져서 작은 조각 하나를 아이 반찬 그릇에 살짝 올려두었다. 어제도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게 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갈색인 고기가 수상하다는 아이 말을 받아친 내 말이 마음에 들어서 기록한다.


아이 : 이거 색깔이 이상한데? 왜 이렇게 갈색이지?

나 : 준이처럼 축구 열심히 해서 타서 갈색 된 거야.

아이 :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아무래도 이상해. 안 먹을래.

나 : 그래. (몇 년째 이런 상태라 그냥 쿨하게 받아들이고, 이후에 '엄마가 먹을게. 이게 그냥 고기보다 더 맛있는 건데. 먹으면 내가 그동안 왜 안 먹었지 할 텐데. 아. 진짜 맛있다.' 이런 류의 말을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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