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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구의 엄마 Mar 18. 2023

나를 닮은 구석들

나를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나를 닮아서 그런거라 어쩔 수가 없다

무언가 하면 지쳐서 잠들 때까지 하는 편이다.


아이가 낮잠을 자는 경우는 갑자기 기절하듯 잠든다. 참 중간이 없다. 휴식을 모르는 아이의 성향 때문에 뒷감당을 하느라 힘든 엄마이지만, 이 모습이 나를 닮은 것 같아서 ‘어쩌겠나.. 내가 책임져야지.’ 하는 마음으로 신나게 놀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를 안고 낑낑대면서 집으로 온다. 우리 남편한테 "오늘도 결국 이렇게 집에 왔어. 힘들어 죽겠어."라고 말하면 "참 누구 닮았다."라고 한다. 사실 나의 육아도 그렇다. 내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활용해서 아이와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 사실 이런 성향은 나이가 들수록 가속도가 붙고 있는 느낌이다. 어릴 때는 나름대로 열심히 해도 요령을 피운 순간들이 좀 더 있었기 때문에 후회가 남기도 했는데, 점점 더 요령을 피우기 보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게 된다.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로. 


잠이 없는 편이다.


우리 남편은 새나라의 어린이이기 때문에 잠이 없어서 힘든 것은 정말 나를 닮은 것이다.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구가 큰 편이라 애기때부터 잠이 없었다. 하나에 꽂히면 계속 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이들의 기본 성향 중 하나인데, 그것이 좀 강한 편이다. 잠도 중요한데, 잠 자는 것보다는 노는 것이 좋다는데 어쩌겠나. 나도 좀 그렇다. 매일 밤 늦게 자는 아이를 재우고 나서 조금이라도 더 꺠있고 싶은 생각이다. 아이가 유치원 가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매일 매일 육아일기를 열심히 남겨놓으려고 아둥바둥했다. 그 떄는 정말 육아에 미쳐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나의 관심 영역이 아이를 낳기 전 영역으로 확장 중이라 잠을 줄여서 육아 일기를 쓸 정도는 아니지만, 아이가 꽤 컸는데도 항상 잠이 부족해서 피곤하다.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아이가 다섯살 때 여섯살 형한테 달리기를 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항상 이겨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매우 진지하게 다섯살은 여섯살보다 가벼워서 달리기에서 유리하다고 주장을 했다. 나름 항상 근거가 만들어서 이야기할 줄 안다. 비록 자기 중심적일지라도. 이렇게 순간 순간 이유를 잘 설명한다는 것은 고집이 센 아이이기도 하다. 이것도 육아가 힘들어지는 포인트 중 하나이지만, 어쩌겠나. 나를 닮은 것을. 사실 내가 육아와 관련해서 내린 이런저런 소소한 결정들에 대해서도 나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매일 힘들다고 하면서 아이를 기관에 보내지 않았던 것과 유치원도 병설 유치원을 택한 것도. 주변에서 '힘들면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라고 한 조언들을 다 나름의 논리로 결국은 받아치고 내 마음대로 육아 중인 엄마의 아들다운 사고 방식과 행동이다.


내가 직접 해야 마음이 놓인다.


유치원에서 가지고 논 장난감을 정리할 때 자기가 직접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남이 도와주면 오히려 속상해 하기도 하나보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꼐서 나올 때 시간이 좀 걸렸다고 그러신 날이 있다. 이것도 왠지 모르게 나랑 닮은 구석이 있는 지점. 사실 괴로워 하기도 하면서 이렇게 육아를 붙잡고 있었던 것도 결국은 내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이다. 중학교 2학년 때 교생 선생님께서 마지막에 주신 엽서에 적혀있던 문구가 아직도 기억에 난다. "혼자서도 잘 하는 아이"인 것 같다시면서 조금은 남에게 도움도 요청하고 그러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해주셨었다. 한 달 동안 어떻게 이렇게 나를 잘 파악하신 것인지. 이 분 다시 뵙고 싶다. 왠지 매우 좋은 선생님이 되어 계실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 조언을 듣고, 정말 크게 감동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언제나 내 에너지를 최대치로 쓰면서 남에게 최대한 기대지 않으려고 하는 "혼자서도 잘 하는 아이"인 것 같다. 우리 아이는 주변에 조금은 더 도움도 요청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지만 엄마도 잘 못하는 것을 아이에게 잘 하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서. 알아서 크겠거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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