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밸런스 바이크를 한참 재미있게 탈 때 밸런스 바이크의 장점에 대해 적었던 것을 다시 들춰봤다. 아이가 본격적으로 밸런스 바이크를 타기 시작한지 한 두달 정도된 시점이었다. 그 해 봄, 여름에 코로나 때문에 집콕으로 버틴 시간들이 대부분이었다가 아이와 규칙적으로 공원에 가서 밸런스 바이크를 타기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어려움들이 해소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역시 어른이나 아이나 햇빛을 보고 운동을 하면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 같다.
아이가 밸런스 바이크를 타면서 준이랑 우리 가족이 얻은 것들.
#1
자전거를 탄 날은 아이 기분이 초록불이었다. 아이 기분이 좋으면 엄마도 기분이 좋다. 엄마의 기분이 아이에게 전이되듯, 아이의 기분도 엄마에게 전이된다. 엄마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에게 전이된다.
#2
아이에게 성취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 매일마다 조금씩 더 잘 타는 것이 내 눈에도 보였다. 준이는 스스로 얼마나 뿌듯하고 재미있을까 싶었다. 이런 준이를 지켜보는 엄마, 아빠도 뿌듯하고 행복해진다.
#3
아이가 타고난 것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것에 대한 칭찬을 자꾸 하게 된다. 아마 아이가 자전거를 스스로 익혀 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 칭찬이 저절로 나올 것이다.
주변 사람들도 준이가 자전거를 잘 타는 것에 대해서 칭찬을 해주시곤 한다. "저 아가 좀 봐!", "우와! 잘탄다!", "어이구 잘탄다!" 라고 칭찬을 해주기도 하는데, 아이가 이 말 듣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런 칭찬은 아이에게 소중한 칭찬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노력에 대한 칭찬을 들으면 아이가 얼마나 뿌듯할지.
#4
우리가 아이를 믿고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다. 아이가 넘어져도 화들짝 놀라지 않고 아이 스스로 툭툭 일어나서 다시 자전거를 탈 때까지 기다려주면 울지 않고 그 과정을 혼자 해낸다. 믿어주는만큼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아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에 대한 연습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5
밥을 잘 먹는다. 참 잘 먹던 아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밥을 잘 먹지 않았었다. 아무래도 코로나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무리 집콕 놀이를 열심히 해도 총 운동량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았다. 가끔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산책을 하는 날도 안 먹는 습관이 생겨서 그런지 꽤 많이 움직이고 들어와도 잘 먹지 않았었다. 그런데 밥을 잘 먹지 않는 문제가 자전거를 탄 뒤로는 해결이 되려는 조짐이 보였었다. 아무래도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끌고 다니기도 하는 과정에서 체력 소모가 많이 되다 보니.
밥 먹이는 것이 힘들었던 나에게 이 부분도 참 큰 장점으로 느껴졌었다. (그러나 우리 아이는 네 돌이 조금 넘은 지금도 여전히 잘 먹지 않는 아이이다. 휴...)
#6
자전거를 열심히 타는 동안은 잘 먹고, 운동하고, 푹 자고 일어나니까 키가 부쩍 자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리에 근육이 붙는 것도 느껴진다. 우리 아이는 잠이 없는 편이라 자전거를 타도 아주 오래 자지는 않았지만, 외출을 하지 않던 때나 가벼운 운동을 할 때 보다는 규칙적이고 깊은 잠을 자는 것이 느껴졌다. 두 돌 즈음 이미 낮잠이 사라지거나 자더라도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만 자는 날이 많았지만, 밤잠은 확실히 푹 자기 시작했다. (아이가 자전거 타는 것을 쫓아다니고, 공원에서 같이 뛰어놀고, 아이와 함께 공원에 오가는 길에 매일 엄마의 운동량도 상당했다. 이 때문에 엄마가 깊게 잠들어서 아이의 뒤척임도 못 느끼고 잤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7
자전거는 아이가 아빠랑 친해질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아이가 "자전거를 탈 때마다 아빠가 최고!" 라고 말할 정도였다. 대부분 나랑 함께 자전거를 탔었지만, 가끔 아빠랑 함께 타면 아빠가 자전거 균형도 잡아주고, 약간의 요령도 알려주고 하니까 아빠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자전거를 못 탄다. 튼튼한 두 다리로 아이를 잘 쫓아다닐 뿐. 나는 보통 성실함으로 승부하는 편이고, 남편은 스마트하게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는편이다. (엄마, 아빠랑 같이 자전거를 탈 때 주로 항상 따라다니는 것은 엄마였기 때문에 아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빠는 느릿느릿 거북이", "엄마, 거북이는 언제와?" 라고 묻기도 했다. )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노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몇 개월인지, 언제부터 탔는지 등등을 물어보시면서 우리 아이도 이 자전거 사주면 좋겠다고 하고 돌아가시는 분이 많았다. 언젠가는 공원에서 야구 연습 중이시던 어떤 분도 우리 아이가 계속 자전거를 타고 노는 것을 보시면서 야구 연습 보다는 우리 아이만 쳐다보시기도 했다. 우리 아이도 얼른 사주고 싶다는 눈빛으로.
#8
발로 탕탕 땅을 차면서 타는 자전거이기 때문에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도 생기고, 안장에 앉아서 두 발로 타기 때문에 높이만 잘 맞춰주면 생각보다 안전하다. 가장 작은 밸런스 바이크는 두 돌 전후면 시도해 볼 수 있다. 우리 아이도 그 즈음 시작했고, 안장 높이를 가장 낮게 해서 시작했었다.
#9
아이가 밸런스 바이크에 익숙해 지면 가르쳐 주지 않아도 두 발을 땅에서 떼고 균형을 잡으면서 타기도 한다. 이 때를 대비해 발판이 있는 밸런스 바이크를 사면 좋다. 밸런스 바이크를 열심히 타면 페달이 달린 두발 자전거도 자연스럽게 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