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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구의 엄마 Mar 22. 2023

체력 좋은 엄마

나는 아들 한 명을 키우고 있는 체력이 좋은 엄마이다. 운 좋게도 아들 키우기 좋은 바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체력이 좋은 덕분에 몸으로 놀아주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과 몸으로 잘 놀아주는 편이다.



코로나 때문에 외출이 자유롭지 않았을 때도 날씨가 좋을 때는 주변 공원에 자주 갔었다. 아이가 무작정 걷는 것을 좋아하던 때는 같이 무작정 한참을 걸어 다니면서 놀았다. 나뭇가지, 나뭇잎, 흙, 모래는 우리의 좋은 친구였다. 모래 놀이를 참 좋아해서 모래와 한 몸처럼 놀곤 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물 웅덩이에서 옷과 신발이 다 젖을 정도로 점프하면서 노는 것도 좋아했고. 이렇게 놀고 나면 옷에 모래가 많이 묻어서 애벌빨래를 해야 세탁기에 넣을 수가 있다. 신발도 자주 심하게 더러워지고.



두 돌 조금 전부터 밸런스 바이크를 매일같이 탔다. 매일 타니까 금방 금방 실력이 늘었다. 내가 봐도 신기할 정도로 잘 탔다. 우리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우리 아이가 특별해서 잘 탔다기보다는 많이 타서 잘 탄 것이다. 하루에 한두 시간씩 매일 연습하면 무엇이든 잘하게 될 테니까. 옆에서 뒤에서 계속 아이를 쫓아다니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기절하듯 잠들면 아이와 자전거를 낑낑대며 안고 집으로 돌아온 적도 많다. 유모차를 가져가도 힘들고 안 가져가도 힘들고. 우리 집이 엄청 가파른 언덕에 있어서 공원에 한 번 다녀오면 그 길이 참 험난했기 때문이다.



한 때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에 푹 빠져 있었던 적도 있다. 일부러 사람 없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에 찾아가서 한 시간씩 계단만 오르내리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면서 논 적도 있다. 불안 불안하게 걷고 뛰던 시기였어서 오래 놀다가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순간적으로 화가 난 적도 있지만 최대한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행동이 생기면 민폐 끼치지 않는 수준에서 해볼 수 있도록 도와줬다.


보통 여름, 겨울에는 나가서 놀기도 어려운 날씨이고, 매번 코로나 환자가 폭증해서 3개월씩 집에서만 버티곤 했는데, 집에서도 내 체력 덕분에 아이는 난장판 놀이를 즐겨하곤 했다. 욕실에서 물놀이, 거품놀이, 물감놀이, 설탕놀이, 청소놀이 두 시간은 기본이었고, 편백놀이, 쌀놀이, 책 탑 쌓기, 옷 탑 쌓기 등등 집안에서 이용 가능한 모든 물건으로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면서 놀곤 했다.


아이의 시선의 움직임에 따라 아이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하루를 보낼 수 있게 엄마가 지원해 주기 위해서는 엄마의 체력은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 참 힘들었지만 내 체력 덕분에 버텨냈고, 지금은 참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나도 사람인지라 아이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는 하루하루에 지치는 날도 있고, 내 한계치를 넘어가는 날에는 아이의 작은 투정에도 화를 낸 날도 있지만. 그런 날 누군가에게 힘들다고 털어놓으면 아이의 행동을 중간에 끊어서 너무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가지 않도록 하라고 했는데, 참 나도 아이도 끝을 보고야 마는 성격이다 보니 시너지가 나서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이제는 엄마 내공이 쌓이다 보니, 다시 돌아간다면 더 잘 지원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우리 둘 다 모든 순간이 처음이었으니까 그렇게 부딪히면서 조율해 나가는 시간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난 오히려 어린아이를 키우고 계신 엄마, 아빠라면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사소한 행동도 끝장을 볼 때까지 하게 해줘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힘들지만 분명히 가치가 있다. 유난히 웃음이 많고 행복한 아이로 자랄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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