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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구의 엄마 May 01. 2023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

어제 어버이날 식사가 있었다. 우리 아이도 조카들과 놀고 싶어 하고, 조카들도 우리 아이랑 나와 놀고 싶어 해서 식사가 끝난 뒤 아이와 함께 동생 집에 놀러 갔다. 놀아줄 때는 신나게 아이들과 놀아주는 편이라 이것저것 하면서 쉴 새 없이 놀았다.


그러다가 6살, 7살 아이들이 간식 먹으러 간 사이에 가장 어린 조카와 잠시 둘이 대화했었다. 별거 아니지만 난 우리 아이와도 이렇게 하루종일 아이와 대화하면서 지내곤 했었다. 아이가 말을 많이 하기 전에도. 가끔 나한테 어떻게 하루종일 아이랑 이야기하면서 보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냥 적어본다. 사실 갑자기 질문을 받으면 딱히 구체적인 대답은 떠오르지 않고, ‘주변에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계속 대화해요.’라고 얼버무리게 돼서. 이렇게 대화하면 끝없이 대화할 수 있는데. 긁적긁적.


나 : 윤재야 노래할 줄 아는 거 있어?

윤재 : (고개를 젓는다.)

나 : 준이 형은 요즘 이런 노래를 좋아해~

나 : (노래를 한다.) 친구야 친구야 나의 친구야 사랑하는 나의 친구야 장난감을 빌려 주어서 고마워 나의 친구야.

나 : 윤재야 친구들은 장난감 잘 나눠줘?

윤재 : (고개를 젓는다.)

나 : 그럼 내꺼야 내꺼야만 해?

윤재 : (고개를 끄덕끄덕) 어.

나 : 윤재는 친구들한테 장난감 잘 나눠줘?

윤재 :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나 : 그럼 윤재도 막 내꺼야 내꺼야 해?

윤재 : (웃는다.)

나 : 친구들이랑 장난감 같이 가지고 놀아야 되는 거야~ 친구들도 그러면 안 되는데...

동생 : 윤재야 뭐 하고 있었어? 이모랑 대화하고 있었어? ㅎㅎ


조카가 상황 이해도 모두 하고, 말도 잘 하지만, 나를 많이 본 건 아니라서 동생이나 할머니랑 있을 때만큼 나한테 먼저 말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나의 일방적인 대화였지만, 조카의 표정이 참 귀여웠었다. 다 이해하고 대답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조카는 나와 교류가 많지 않아서 이 정도 대화를 나눴지만, 라포 형성이 잘 된 관계라면 30개월 즈음이면 책을 보면 책 내용을 기반으로 아이 주도 역할놀이 하고, TV를 보면 TV에 나오는 것 보면서 또 아이 주도 역할놀이를 쉴 새 없이 할 수 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아기와도 하루 종일 대화하면서 놀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집은 엄마랑 아이랑 둘이 있어도 오디오가 잠시도 비지 않았다. 아이도 말 많은 엄마를 닮아 옹알이를 할 때부터 말이 많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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