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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구의 엄마 Jul 15. 2023

아이의 잠

나랑 있으면 대체로 잠을 자기 싫어하는 아이

엄마랑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아주 어릴 때부터 재우는 것이 힘들었다. 나랑 있으면 자려고 하지를 않는다.


언젠가 잠깐 남편이랑 아이를 두고 택배 보내고 온 사이에 남편이랑 아이가 잠들어 있었다.


나랑 있을 때는 졸리다면서 책을 읽어달라고 하고 내 무릎에 누울 때가 있다. 한 번 읽어주면 또 읽자고 하고. 또 읽어줬더니 갑자기 다시 일어나서 놀기 시작했다. 책을 읽지 않고 그냥 쓰담쓰담하면서 있어도 어느새 금방 힘이 생겨서 다시 놀기 시작한다. 자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면서.


내가 아이한테 주유소 같은 존재인가 싶기도 하고. 나의 존재가 아이의 잠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돌 전후에도 낮잠을 자려고 해서 안아주고 있다가 아이가 다시 깨서 놀고, 또 졸리다고 해서 같이 누워서 재워보려고 하면 또 깨서 놀고. 그렇게 낮잠 한 번 재우려면 두세 시간이 걸렸었다. 사실 딱히 낮잠 시간을 정해서 자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제 안 졸리다고 놀려고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 그냥 아이의 흐름대로 받아주곤 했다. 다만 아이의 이런 행동이 어느 날은 양치기 소년같이 느껴지는 날이 있다. 내가 유난히 피곤한 날. 그런 날은 이 행동에 화가 나는 날도 있었다.


아이가 졸리다고 신호를 주거나 말을 하면 나도 ‘이제 적어도 한 시간 안에는 자겠구나.’ 하고 생각을 하게 되고, 마지막 힘으로 아이의 잠투정을 받아주고, 안아주고 그러는 것인데, 그러다가 결국 내 품을 박차고 일어나서 ‘안 자고 놀래!’가 되면 맥이 빠지는 날이 있다. ‘이럴 거면 졸리다고 하지를 말지... ‘라는 속마음으로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금방 또 같이 놀곤 했는데, 저 속마음이 짜증 섞인 말로 나올 때가 있었다.


사실 이런 시간에는 아이랑 노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가 자지는 않아도 컨디션이 좋지는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래서 짜증이 나기도 하는 것이다. 엄마도 사람이다보니. 졸려서 이러는 줄 알기 때문에 그냥 받아주다가도 그게 안 되는 날이 있다. 엄마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아이에게 가끔 상처를 줘서 미안하다.


그래도 낮이든 밤이든 잠을 많이 자지 않는 편인 아이 덕분에 깨어있는 시간에 쌓은 추억이 엄청나게 많다. 다시 놀자고 하면 또 뭔가를 했으니까.




그런데 또 잠을 자는 동안은 나랑 살이 닿아야 푹 잔다. 조금 떨어져서 잠들어도 금방 나를 찾아온다.


아이랑 나 사이에 자석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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