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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하루는 없다.

일본 영화 <퍼펙트 데이즈>

by 온정 Jan 11. 2025


[출처] 네이버 영화

⭐️ 점 : 4.7점 (5점 만점)

완벽한 하루가 있을까?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내 생각과 마음대로 흘러가는 하루를 보낸 적이 있는가? 말 그래도 완벽 그 자체인 하루는 생각보다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언제나 하루를 완벽하게 보내고 싶어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거. 그래도 완벽한 하루를 꿈 꾸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퍼펙트 데이즈, 영화 이름처럼 주인공은 완벽한 하루를 보냈을까? 주인공에게 완벽한 하루는 무엇일까? 그런 하루를 보낸다면 정말 행복할까? 많은 질문을 쏟게 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주인공의 하루와 감정을 유심히 관찰해 보았다.

초반 기획은 다큐멘터리였던 이 영화는 정말 다큐에 가까운 영화였다. 오히려 다큐보다 더 고요했다. 말소리가 거의 없는 침묵에 가까운 영화이다. 오로지 주인공의 하루를, 그리고 주인공의 미묘한 감정 및 표정 변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 한 사람의 하루 일과를 바로 옆에서 관찰하는 기분이랄까.



주인공 '히라야마'는 규칙적인 사람이다. 자신이 만든 루틴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요즘 유행하는 모닝 루틴까지 세세하게 있는 그였다. 정해진 시간에 눈을 뜨고, 곧바로 이불을 개고, 양치와 세수를 하고, 화분에 물을 준다. 옷을 입고 집 밖으로 나가기 전 가지런히 놓인 물건들까지 챙기면 나갈 채비 완료이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하늘을 올려다보고 집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아 마신다. 올드팝을 좋아하는 그는 출근길 운전 때 카세트테이프를 트는데, 시야에 스카이 트리가 보이면 음악을 재생한다. 이는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전 히라야마의 루틴이다.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인 그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여러 공중 화장실을 청소한다. 그것도 아주 깨끗하게 말이다. 직접 청소 도구를 만들고 보이지 않는 구석까지 꼼꼼하게 청소한다. 누군가는 기피할 냄새나고 더러운 공중 화장실 청소를 히라야마는 최선을 다한다. 주어진 일에 열심히 임하는 것, 그것이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것, 이는 히라야마가 일을 할 때 가지는 태도이다.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여러 변명과 핑계로 섞인 지난날의 행동들이 스쳐 지나갔다. 완벽한 하루를 보내는 첫걸음은 해야 할 일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히라야마는 일상에서 작은 틈을 만든다. 그 틈은 곧 행복으로 연결된다. 점심시간에 도심 속 숲으로 가 자연을 느낀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보며 필름 카메라를 꺼낸다. 일을 마친 후에는 지하에 위치한 작은 식당에서 술 한 잔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 책을 읽다 스르륵 잠에 든다. 주말에는 인화한 사진을 정리하고, 서점에서 책 한 권을 사 단골 식당에서 책을 읽으며 술을 마신다. 이 모든 것이 히라야마 일상의 틈이자 숨을 트이게 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보면 히라야마의 하루는 완벽하다. 슴슴하지만 계속 생각나는 음식처럼 잔잔하지만 매력적인 하루이다. 하지만 언제나 똑같을 수 없듯이 히라야마 일상에도 새로운 파장이 일어난다. 히라야마 차를 빌리는 것도 모자라 돈을 빌려 가서 갚지 않고 일까지 그만둔 동료 청소부, 갑자기 찾아온 조카와 오랫동안 만나지 않은 여동생과의 만남, 단골 식당 주인의 전 남편과의 대화 등 정돈된 히라야마 일상을 흐트러 놓는 일이 뜻하지 않게 다가온다. 결국 완벽한 하루는 없었다. 완벽에 가까운 하루만 있을 뿐.

그럼, 히라야마에게 완벽한 하루는 어떤 의미일까? 나는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히라야마의 눈빛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공허함이 느껴진다. 분명 입은 웃고 있고 전체적인 표정은 편안해 보이지만 무언가 빠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이유를 여동생과의 만남에서 알 수 있었다. 정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았지만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고 거의 왕래하지 않는다는 점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동생을 배웅한 후 참아왔던 눈물이 터졌을 때, 그에게 완벽한 하루는 무탈하게 지나가는 하루라는걸, 그 하루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켜주는 존재라는 걸 느꼈다.

그 후 나온 히라야마의 하루는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몇 가지 변수가 있었지만 지난날에도 변수는 있었다. 하지만 견고히 쌓아온 히라야마의 일상이 삐걱대고 있음을 감지했다. 지금까지 히라야마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일상 속에 상처가 있는 마음을 숨겨놓은 게 아닐까. 애써 그 마음을 들춰 보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하루가 잘 지나가길 바란 것이 아닐까.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웃는 히라아먀의 표정에서 만감이 교차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의식하지 못했던 마음의 깨달음, 완벽한 하루에 대한 허탈함과 회의감 등 온갖 감정이 쏟아지는 듯했다. 표정으로 모든 걸을 말한다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소름이 돋는 장면이었다.

히라야마 하루를 보며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그 시간이 깊은 고독으로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깊은 고독은 외로움을 만들어 자신만의 세계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렇게 퍼펙트 데이즈가 만들어진다.





곱씹게 되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 위에 적은 영화 후기와 별개로 차분히 흘러가는 히라야마 일상은 힐링이다. 특히, 흘러나오는 올드팝은 예술이다! 내용부터 연출, 영상미, 음악까지 모두 좋았던 영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낸 점에 감탄해 본다.



영화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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