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패션의 성지에 방문하다
[일본 50일 살이 15일차]
오늘은 비가 그치고 구름이 개면서 날씨가 좋아졌다. 그래서 모처럼 도쿄 패션의 성지라고 불리는 '하라주쿠'를 가보기로 한다. 낮에 객실 청소를 끝내고 늦은 점심을 먹으며 카톡 오픈 채팅방에서 동행을 구했는데 아무도 연락이 없길래 혼자 갈려는 찰나, 스물 한 살의 어린 남자에게 카톡이 왔다.
"혹시 동행 가능할까요?"
음 그래, 어린 남자라면 옷에 관심이 많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바로 수락하고 만났다. 실제로 만나보니 호기심 정말 많고 싹싹한 부산남자였고 나중에 해경 특채를 보기 위해서 군대를 안 가고 화물 나르는 배에서 보조항해사로 일을 한다고 했다. 계속 배에서 일하다 지금은 육지로 나와 장기휴가를 받고 잠깐 도쿄로 여행을 왔다고 한다. 동생 이름은 'O산', 내가 도쿄에 두달살이 하는 중이라고 하니까 나를 형님~ 형님~ 이라고 부르며 앞으로 나만 믿고 따라다닌다고 했다 (.. 저기, 나도 하라주쿠는 처음인데?)
여튼 그렇게 산이와 같이 하라주쿠에 갔다ㅋ.
하라주쿠의 첫 느낌은 개성 넘치는 패션도시 그 잡채였다. 패션의 성지로 관광화돼서 그런지 남들에게 일부러 보여주기 위한 어그로식 패션도 있지만 정말 자신의 개성이 돋보이도록 특색있게 잘 갖추어 입은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곳곳에 특이하고 재밌는 옷가게와 편집숍이 즐비해 있었다. 아키하바라처럼 눈이 재밌는데 다른 느낌으로 매력있었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
하라주쿠 역에서 내려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하라주쿠의 중심부이자 최대 번화가 '타케시타도리'가 나온다. 평일인데도 관광객이 정말 많아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살짝 명동 같은 느낌도 나고 10대 애들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뭔가 한국의 시내 느낌도 나고 길거리 음식도 정말 많이 있었다. 특히 크레페!
그러고 저녁쯤에는 내가 인스타 스토리에 하라주쿠 올린 걸 보고 타마키 군도 우리랑 놀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합류하였다. 우리는 도쿄 고인물 타마키의 안내를 받아 셋이서 여러 옷가게와 편집숍, 빈티지숍을 구경했다. 하라주쿠에는 지뢰계 패션도 많이 보였는데 여기서 지뢰계란..~
*지뢰계: 서브컬처 패션의 일종으로, 밟으면 터지는 지뢰처럼 조금 무섭고 다크다크한 계열의 옷이 주가 됨. 병적으로 관심이나 애정을 갈망하는 성격의 여성인 '멘헤라(mental helth error)'와 엮여 조금 부정적인 어감을 띠기도 하지만 요즘은 하나의 패션 문화로 인식되어 10대, 20대들이 많이 입는 패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마스코트 캐릭터로는 '쿠로미'
*양산형: 지뢰계와 반대로 완전 밝고 핑크핑크한 서브컬쳐 패션의 한 종류. 아이돌을 추종하고 최애한테 관심을 받기 위해 공주공주한 느낌의 귀엽고 달콤한 패션을 입는 것으로 시작되어 현재는 지뢰계처럼 하나의 패션 문화로 자리 매김했다. 마스코트 캐릭터로는 '마이멜로디'
이런 지뢰계 패션이 모여있는 백화점이 하라주쿠에 한 군데 있는데 바로 '라포레 백화점'이다(타마키 군의 추천!). 혹시나 양산형이나 지뢰계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한번 들러보길 바란다. 이런 패션뿐만 아니라 최근 일본의 10~20대의 전반적인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그리고 편집숍도 참 다양하게 있는데 빈티지 편집숍부터 고가의 명품 편집숍까지 아주 다양하다. 편집숍을 둘러보다가 되게 특이한 외관의 가게가 있어서 들어가 봤는데...
어머 이게 뭐야..! ( ͡°⊖ ͡°)
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입고 다니나........
하라주쿠는 참 재밌고 귀여운 동네다. 하라주쿠와 붙어있는 오모테산도쪽으로 가면 명품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부터는 돈좀 있는 형님 누님들 많이 등장하고 거리가 뭔가 럭셔리~ 해진다. 사기에는 망설여지지만 구경하기는 딱 좋은 그런 동네다. 분위기가 말해준다, 여기는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부자동네입니다~ 샤랄라 ˚✧₊⁺˳✧༚ (이런 느낌 ㅎ)
첫 하라주쿠 여행 끝.
おわ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