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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야토 Aug 12. 2024

도쿄 지진 발생!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흔들림

[일본 50일 살이 10일차]


오늘 오전 9시경 도쿄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정확히는 도쿄 근방 이바라키현(진원지)이라는 곳에서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하여 수도권(도쿄, 치바, 사이타마)이 전부 흔들렸는데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큰 흔들림이었다. 나는 이 시간 아주 꿀같은 숙면을 취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핸드폰에서 긴급경보가 울리며 지진이 났다는 문자가 날라왔다. 



내가 잠에서 깨기 전에도 흔들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막 자고 일어나서 문자를 봤을 때는 아무 일도 없었다가 깬 지 10초 정도 되었을까? 갑자기 내 침대랑 방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엄청나게 흔들리는 것이다. 30년 살면서 생전 처음 겪어보는 지진이었기에 너무 무서워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 일본 오자마자 이렇게 뒈지는 건가?? ㅎㅎ.. 그래.. 나름 즐거운 인생이었다... 안녕 엄마, 아빠, 친구들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모든 이들이여, 굿바이 사요나라....' 그리고 머릿속에는 내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렇게 2~3분 정도 꽤 길게 (실제로는 더 길게 느껴짐) 흔들렸다가 갑자기 멈췄다. 다행히 그 이후로 별 다른 여진 없이 지진은 잠잠해졌다. 이번 지진으로 신칸센도 잠시 중단됐었고, 진도 5의 지진이면 선반의 식기류나 책이 떨어지는 수준의 큰 흔들림이라고 하니 처음 겪어보는 사람은 진짜 무서울 만하다. 하지만 일본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본인들 반응을 보니 별 관심이 없었고 도쿄 여행 카페나 단체 오픈채팅에서도 여행 온 한국인들만 난리법석이고 오래 거주한 한국인들은 이번 지진 관련해서 무심했다. 이 당시 도쿄의 한 카페에 있었던 한국인 한 분은 자기는 엄청 놀라고 당황했는데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했다(...)


역시 지진이 일상인 나라라 그런지 사람들이 이런 상황이 와도 당황하지도 않고 침착한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가까이 일본에 있는 동안 이후로도 번의 지진을 경험하고 나니 이번처럼 큰 지진이 아니기도 했고 이젠 그냥 가만히 있으면 지나가겠지 싶더라ㅎ. 


아침에 그렇게 지진의 여파가 있었지만 오늘도 체크인이 있기 때문에 평소처럼 열심히 방청소를 했다. 일이 끝나고 나서 점심을 먹는데 이제 사장님 방으로 이사해서 책상도 생겼겠다, 일본어 공부도 할 겸 밥을 먹으며 노트북으로 무자막 애니 시청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은 오프라인에 일본인 친구를 사귀진 못했지만 어느 정도 일 적응도 됐고 여유가 생겨서 언어교환하는 어플로 열심히 일본어 공부를 하고 랜선친구도 만들었다. 그리고 신오쿠보쪽에도 한일교류회가 있다고 하여 조만간 교류회에 참가해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도 사귈 계획이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별일 없이 무사히 보내나 싶었는데 밤중에 갑자기 우리 민박의 한 객에서 히터 리모콘이 고장났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객실에 들러 리모콘을 받아왔는데 처음엔 건전지만 바꾸면 되는 간단한 건 줄 알았더니 건전지를 바꿔도 작동이 계속 되지 않았다(멘붕). 사장님 한국 가시자마자 바로 일이 터지는 이 시트콤 같은 상황 뭐지!? ㅋㅋ 재밌군. 아직 3월이라 밤에는 추워서 나도 방에 있는 전기담요를 쓰고 있었는데 손님이 우선이니 내가 쓰던 담요를 드리고 내일 고쳐보기로 했다. 나는 히터의 건조함이 싫어서 얼마 전에 신주쿠 유니클로에서 산 히트텍을 껴입고 잤다. (히트텍 최고~!^^) 


おわ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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