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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야토 Aug 05. 2024

아키하바라와 일본의 서브컬처 2편

아키하바라를 완전히 즐기다

1편에 이어서, 2편은 아키하바라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얘기해 보겠다. 이번 동행인 타마키 군과 아키바역에서 보기로 하고 지하철을 타고 역에 도착해 electric town gate(아키하바라 전자상가 출구) 앞에서 만났다. 아키바는 애니와 만화 같은 오타쿠 서브컬처 문화로 유명하긴 하지만 원래 2000년대 이전에는 전자상가로 유명했다. 현재도 빅카메라나 요도바시 같은 유명매장을 필두로 중소전자매장, 중고매장 등 여러 전자기기점이 입점해있으며 역 근처에 IT기업이 많아서 양복을 입은 직장인들도 많이 보였다.


출구 바로 앞에는 광장밖에 없지만 만화와 애니 광고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조금만 더 안으로 들어가면 정말 신기한 풍경이 펼쳐진다. 건물에 빽빽이 붙어있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간판들, 메이드카페나 콘셉트카페를 홍보하려고 서있는 수많은 코스프레한 사람들,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애니 및 게임 음악들, 그에 대비되는 역을 오고 가는 양복 입은 회사원들. 정말 눈이 쉴 틈이 없이 놀랍고 재밌다.




아키하바라 풍경


그런데 아키하바라에서 처음에 타마키 군을 만났을 때는 좀 놀랐다. 등에 기타를 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대 준비한다고 했는데 음악도 하나보네...대박이다!'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전혀 칠 줄 모르고 도쿄에 어느 한 악기점에서 너무 간지가 나서 샀다고 한다(무려 150만원..). 정말 특이한 친구다 ^^.



옷이랑 잘어울리길래 밤길에 한컷~


타마키 군은 이전에도 도쿄에 와본 적이 있고 만화와 애니를 좋아하다보니 이번 여행에서도 아키하바라를 자주 들렀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 타마키 군의 가이드를 받으며 유명한 굿즈샵인 '라디오회관'과 '애니메이트'를 가보는 걸로 아키바 여행의 시작을 끊었다. 두 곳 다 정말 엄청 방대한 양과 규모의 굿즈가 진열돼있었고 이런 곳을 처음 와본 오타쿠인 나로서는 정말 기절하기 직전으로 두근대고 행복했다ㅎ. 관광지라 그런지 물가가 싸진 않았지만 굳이 구입하진 않더라도 보는 재미가 정말 쏠쏠했다.


이후에는 '라신반'과 '트레이더' 같은 중고 굿즈샵에 갔다가 '코토부키야'라는 정말 재밌는 굿즈샵도 갔다. 피규어는 무조건 중고굿즈샵을 추천하는데 왜냐면 대부분 미개봉 상품에다가 가격이 라디오회관이나 애니메이트에 비해 2/3에서 1/2까지 저렴하다. 그리고 '코토부키야'라는 곳은 피규어 판매도 하면서 제작까지 하는 가게라 애니뿐만 아니라 게임캐릭터, 영화캐릭터(스타워즈나 마블), 톰과 제리 같이 특이한 만화캐릭터 굿즈까지 구경할 수 있다!



위: 일반 굿즈샵 / 밑: 중고 굿즈샵


왼: 중고굿즈샵 / 오: 코토부키야
길가다 들른 옷가게에서 산 티셔츠


그렇게 재밌는 굿즈 구경을 끝내고 돌아다니는데 길거리에서 메이드 알바들이 호객행위를 하길래 뭔가 가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타마키 군한테 한번 떠봤는데 자기도 가본 적 없다고 하길래 "한번 가볼래?" 하니까 바로 콜했다ㅋㅋ(이녀석 내심 가고 싶었구나..ㅎㅎ). 그래서 우리는 'at home cafe'라는 유명 메이드 카페에 방문했고 무려 7층이나 되는 엄청 큰 규모의 대형카페였다. (층마다 다 메이드들이 있음 ㄷㄷ)


그래서 들어간 대망의 '메이드카페'!!!!!! 유튜브에서 보기만 했는데 내가 직접 가게 되다니... 사실 메이드카페는 일본살이 버킷 중에 하나였다. 메이드카페 알바생은 한국어를 못해서 일본어 아니면 영어로 얘기해야 되는데 같이 간 타마키 군이 일본어를 할 수 있으니 카페로 가는 마음이 든든했다. 타마키 군은 엄청 내향적이고 수줍음이 많아서 내가 메이드한테 먼저 말을 걸면 타마키가 통역을 해주는 형식으로 대화했다.


처음에 메이드 카페로 입장하면 가게 안에 7명 정도의 메이드들이 "이랏샤이마세~ 고츄신사마!(어서오세요~ 주인님)"이라고... 외친다..... 처음엔 부끄러웠지만 나는 'ENFP 하야토', 주인님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마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를 안내해준 메이드(마루 짱)에게 이거 저거 물어보고 각종 명령어를 외쳐댔다(진상). 한번은 마루짱한테 "우리 한국인인데 몇 살처럼 보여요?"라고 물어보니 대학생 같다고 해서 (타마키는 대학생 나이긴 하지만) 내 실제 나이를 말하니까 "에에~~ 신지라레나이(믿을 수 없어), 우소우소! 스고이!" 하면서 완전 혜자 리액션을 해주셨다. 지금 생각하니까 좀 미안하다.. 먹고 살기 위한 노력이었을까..ㅋㅋ


앳홈카페 안내판 / 벨(메이드를 부를 때) / 라이센스카드(주인님이라는 증거)


근데 그렇게 말을 많이한 외국인을 처음 봐서 반가웠는지(?) 원래 메이드는 메이드의 개인적인 질문에 대해 대답을 안 하는데 오히려 마루 짱이 먼저 자기는 몇 살이고 어디 출신이고 이런 얘기를 쭈우욱 늘어놓는 거다..(당황)


어쨌든 그렇게 이런 저런 재밌는 대화를 하고 나서 마지막에 '체키 사진'을 찍기로 했다. 체키 사진은 자기가 맘에 드는 메이드를 골라서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찍을 수 있는 유료 옵션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와 대화한 마루짱 말고 다른 메이드를 골랐다... 왜냐면 돈내고 찍는 체키 사진은 좀더 이쁘고 내 취향인 메이드랑 찍고 싶었기 때문에.... (고멘..)



체키 사진


내가 다른 메이드로 고르니까 마루짱이 엄청 아쉬워하면서 주먹을 쥔채로 양손을 얼굴에 갖다대며 장난스럽게 우는 리액션을 하는데 장난인 걸 알지만 되게 미안했다ㅠㅠㅠ. 너도 충분히 이쁘고 귀엽지만... 미안해.. 내가 나쁜 주인님이라서... ( ᵕ ̯ ᵕ̩̩ )


(이상 과몰입 종료)


그렇게 폴라로이드 사진까지 남기고 계산을 하고 가려고 할 쯤 선물이라면서 'at home cafe'가 써져있는 젓가락을 선물로 줬다. 이걸로 먹으면 음식이 더 맛있어진다고 한다... 아참 그리고 카페에서 음료 먹을 때도 유튜브에서 본 "오이시쿠나레(맛있어 져라) 오이시쿠나레, 모에모에 큥!" 하는 주문도 같이 했었다 ^^. 대부분 다들 수줍어 하는데 나는 엄청 크게 따라 불렀다(타마키 군 오열). 하지만 다 하고 나면 현타가 오는 건 감수..^^


그렇게 아주 재미났던 첫 아키바 여행 끝~! おわり



모에모에 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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