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맞이한 첫 휴일
3월 20일, 오늘은 일본의 공휴일 중 하나인 '춘분(春分)'이다.
일본은 되게 재밌는 공휴일이 많다. 천황과 관련된 공휴일이나 명절을 제외하고, 산의 날(山の日, 야마노히)이라든가 바다의 날(海の日, 우미노히) 같은 자연을 기념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24절기 중 하나인 '춘분'이나 '추분' 날에 봄과 가을을 축하하는 공휴일도 있다. 일본인들은 종교에 대한 관념이 희미한 편이라 (종교를 이중, 삼중으로 들기도 하며 종교를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함) 우리처럼 성탄절, 초파일 같은 종교에 특권을 주는 공휴일이 없고 자연을 찬양하고, 생물을 소중히 여기는 날이 많다. 그런 점에서 뭔가 일본은 순수함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민박도 금일 체크아웃이 없어서 나도 얼떨결에 휴일을 맞이했다. 점심까지 늑장좀 부리다가 근처 맥도날드에 들러 봄 신상으로 나온 데리타마(데리야끼+타마고)와 딸기밀크소다(벚꽃 에디션)를 먹었는데 정말 맛도리였다. 예로부터 일본 맥도날드 신상메뉴는 항상 필승이라고 하더라. 그러고나서 도토루 카페(일본의 이디야 포지션)에 들러 저녁 전까지 일본어 공부를 하고 일기도 썼다.
원래는 나가서 돌아다닐까 생각도 했었는데 춘분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늦겨울 같은 날씨로 너무 추워서 패스. 그리고 휴일이라 어딜 가도 사람이 많을 듯해서 식당도 안 가고 그냥 편의점에서 벤또와 몽고탄멘(세븐일레븐 1위 컵라면)을 사서 바로 집에 들어가 먹었다. 몽고탄멘은 일본에서 엄청 매운 라면으로 유명하다. 신라면도 맵다고 하는 일본인들인데 일본 컵라면이 얼마나 맵겠어 생각하고 먹었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맵고 맛있었다.
일본 와서 아무 일도 안 하고 여유롭게 맞이한 정말 휴일 같은 첫 휴일이었다. 하지만 첫 휴일이자 마지막 휴일이 되어 버렸다. 왜냐면 이 이후부터 바로 벚꽃시즌이라 일본으로 오는 여행객들이 엄청 많아져 일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예약이 매일 들어왔기 때문이다.. 뭐.. 일하느라 심심할 틈도 없고 오히려 좋아~! ★
おわ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