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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야토 Jul 29. 2024

만남에 관하여

하나의 만남이 존재하는 곳에 발견이 존재한다

[일본 50일 살이 7일차]


전날 난파의 여파로 조금 힘들긴 했지만 S형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라서 아점으로 같이 브런치 카페를 가기로 했다. 원래는 도쿄의 유명한 팬케이크 카페인 시아와세노 팬케이크를 가기로 했다가 너무 멀기도 하고 비싸서 20대때 나름 해외를 많이 다녀봤던 짬으로 폭풍구글링을 해서 가까운 팬케이크 맛집을 찾았다!


신주쿠 중앙공원에 위치한 '무사시노모리 다이너(むさしの森 Diner)'


https://maps.app.goo.gl/FmEX7LLh6v8wW7hq5



가격도 저렴하고 분위기도 너무 좋았는데 역시 팬케이크 맛집이라서 그런지 팬케이크의 식감이 너무 ふわふわ(푹신푹신)해서 입에 들어가자마자 구름을 한껏 머금은 것처럼 황홀한 느낌이었다. 신기하게도 식당 안에 동양인은 안 보이고 서양인만 있었다. 그래서 뭔가 유럽에 있는 카페에 와있는 느낌도 들었다. 커피랑 샌드위치도 같이 주문했는데 양도 많고 맛있어서 아점으로 배를 채우기에 딱 충분했다.



S형과는 특별한 추억(?)을 함께해서 그런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빨리 친해졌고 함께 있는 동안 너무 재밌어서 한국에서도 또 만나자는 기약을 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그러고 약속대로 한국와서도 계속 연락하며 가끔 만나는 사이로 남았다.)


그렇게 S형을 보내고... 민박으로 컴백.


오늘은 체크인은 없지만 체크아웃이 두 개 있는 날이라서 오후에 천천히 돌아와 방청소를 끝내고 저녁에 사장님께 요리 대접을 하기 위해서 장을 보러 갔다. 사장님이 평소에 너무 잘 챙겨주는데 한국 가시기 전에 요리라도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제일 잘하는 감바스+알리오올리오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장을 보러 마트로 갔다.


그런데 일본어를 아직 잘 읽을 줄 몰라서 어찌저찌 폰으로 검색하고 번역기도 돌리고 주변 직원들한테 물어보면서 하다 보니 1시간이 넘도록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ㅠ.


1시간 동안 장 본 결과


사장님은 방에서 살림을 하시다 보니까 다행히 웬만한 조리도구가 다 있었고 그걸 가지고 내가 한국에서 하던 레시피대로 열심히 요리를 했다! 하지만 원래 감바스는 페페론치노, 못해도 청양고추로는 간을 내야되는데 일본 고추는 매운 게 없다 보니까 그 매콤한 맛이 안 나서 간은 조금 밍밍했다. 심지어 파스타면도 일반적인 면이 아니라 납작한 걸로 사왔다(노답ㅎㅎ). 그래도 사장님께서 맛있게 드셔주셔서 감사했고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또 인생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사장님은 술을 엄청 좋아하신다. 밥만 먹으면 무조건 술 필수..)


나름 비주얼은 봐줄 만한데(?)


술을 마실 때면 알딸딸해지면서 몽롱해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일본에서 사는 게 실감이 잘 안난다. 이제 이틀 뒤면 사장님은 한달 간 한국으로 가시는데 혼자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지만 사장님이 없는 동안 내 외향적인 성격을 살려서 게스트랑 소통도 열심히 하고 민박 컨디션 관리도 열심히 해서 소중한 시간을 내서 오는 여행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돼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장기여행이든 단기여행이든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이 중요한 건 사람과의 만남이다. 오고가는 인연속에서 항상 중요한 것들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살면서 좋은 만남을 통해 받은 유익한 영향이 많았기에 내가 스텝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또 좋은 감정을 느끼고 새로운 무언가를 깨닫는다면 그것이 성공한 만남인 것이다. 30년 살면서 인간에게 데이는 일이 있어도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내 성향은 '사람과 연을 맺었을 때 9가 안좋아도 1이 좋아서 그걸로 내가 무엇이라도 얻고 좋은 사람이 되었다면 괜찮다'라는 나의 만남철학에서 기인한다.


앞으로 남은 여정에 좋은 인연이 함께하길 소망하며 잠을 청한다.



'나는 내가 마주친 것이 당신인지, 나인지, 나의 운명인지, 아니면 이 세가지 모두인지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은 바로 이것이다. 하나의 만남이 존재하는 곳에 발견이 존재한다'

'자신에게 도달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바로 타인을 거치는 길이다'

《만남이라는 모험》- 샤를페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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