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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순 Nov 18. 2023

엄마는 입원실로 출장 중

11월 주말, 코끝이 시린 추위가 찾아왔다. 작년보다는 살짝 늦게 찾아온 추위. 지난 주말부터 첫째 아이가 살짝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주말에 집에서 푹 쉬면 괜찮아지겠지 별스럽지 않게 여겼다.

이번 주는 7살 첫째 아이의 졸업여행과 친한 친구 생일파티가 예정된 아이에게 나름 중요한 스케줄이 있는 한 주였다. 그래서 나도 아이도 정말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한 주.

아이의 기침이 좀 심해져 병원에서 항생제를 포함한 복용약과 호흡기 치료약을 처방받았다.  

그런데 2~3일 정도면 괜찮아질 줄 알았던 감기가 갑자기 열까지 나고 기침은 멈출 줄 몰랐다. 엄마의 직감으로 이건 입원이 필요한 폐렴 증상 같다고 느껴졌다.

보호자 이불, 세면도구, 수저, 옷가지... 캐리어에 입원할 때 꼭 필요한 준비물을 대충 챙겨 넣는다. 여기서 대충이라는 건 '입원할 정도의 병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원 중이면 꼭 있어야 할 물건을 뜻한다.

'내가 지난 주말 모임에 참여하지 않고 아이들을 돌보았더라면 괜찮았을까?'라는 괜한 죄책감과 그때 저장해 두었던  즐거웠 기분을 빌려 와 기운을 내본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병원은 접수 마감이 되어 먼 거리의 입원 가능한 어린이병원으로 차를 타고 향했다. 창 밖에는 비인지 눈인지 모를 우박이 내리고 있었다. 기다림 끝에 진료 보고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역시나 폐렴 증상. 다행히 입원실 자리가 있어서 의사 선생님은 입원을 권유하셨다. 올해는 입원을 피해 가나 했는데...

1인 입원실로 들어오니 밖이 훤히 보이는 창문도, 공기청정기도, 냉장고도 있는 곳이었다. 추울 줄 알았는데 방도 따뜻했다.

둘째 아이는 남편과 집에서 함께하는 중이다. 둘째 아이도 감기 증상이 있어서 꽤나 신경이  쓰였으나 이 일은 남편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집에서 무엇을 요리해서 먹을지, 집안 정리 정돈 등의 일을 잠시 뒤로 하고 첫째 아이 돌봄에만 열중해 본다. 그리고 아이가 잠든 사이 사부작 글을 쓰며 잠시 나에게 집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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