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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대 Jul 02. 2023

한 명은 과잉보호, 한 명은 방치.
결과는 같았다.

문 너머 시리즈 2권, '뱀파이어 세계로 간 쌍둥이'

쌍둥이 구분하기


 작품의 초반부는 체스터세레나 부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체스터와 세레나 부부는 직장 동료들이 데려오는 자식들을 보며 각각 아들을 바란다. 자식을 가지고 싶다는 이해가 일치했던 부부는 열심히 노력해서 임신이라는 결과를 얻게 된다. 의사가 진단을 하고 딸이 하나 있다는 말을 하자, 세레나는 행복해한다. 그와 반대로 체스터는 실망을 한다. 

 그러나 의사가 한 마디를 더 한다. 자식이 한 명 더 있네요. 체스터와 세레나는 다시 기대했다.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또 딸이었다. 체스터와 세레나는 크게 낙담했다. 그리고는 쌍둥이가 태어나자, 그 둘을 구분할 방법을 고안하여 적용시켰다. 이게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다.


잭은 드레스, 질은 오버핏 자켓


 체스터는 아이들(, )이 네 살이 되기 직전, 백화점에서 아이들의 옷을 사준다. 잭에게는 드레스를, 질에게는 오버핏 자켓을 말이다. 이 시점부터 그들은 정반대의 삶을 살게 된다. 그저 구분을 위함이 아닌, 아들을 키우고 싶었던 부모의 어리석음으로부터 기인한 일이다.


 그 결과 은 서로의 드레스를 보며 감탄하는 여자애들과 놀았고, 남자애들과 고무공을 차며 놀았다. 체스터와 세레나는 한 술 더 떴다. 잭에게는 매일 드레스를 입히면서 옷을 더럽히지 말 것을 주문하였고, 질에게는 아무 요구를 하지 않았다. 얼마 뒤, 잭은 결벽증이 생겼고 질은 '예쁜 애'로 평가받는 쌍둥이와의 비교에 지치게 된다.

잭은 왼쪽처럼, 질은 오른쪽처럼 자랐을 것이다.

 사람들은 잭에게 '모자란 동생이 있어서 참 안 됐다.'고 하고, 질에게 '예쁜 누나가 있어서 참 좋겠다.'고 한다. 이 작품의 세계관에 유튜브나 SNS가 없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두 가지가 있었다면, 아마 둘 중에 한 명, 혹은 둘 다가 자살을 택했을 지도 모른다. 익명 뒤에 숨어서 무가치한 품평질이나 쓸데없는 간섭질, 짜증나는 비교질, 근거없는 소문 양산질 등의 다양한 미친 행동들이 비일비재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종종 신문만 있었을 때의 감성과 분위기가 조금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기술의 발전 덕에 이렇게 브런치 글을 쓸 수 있긴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항상 장점만을 소환하는 것은 아니란 건 확실히 해두고 싶다.


과잉보호와 방치의 결과는 같았다


  은 우연히 구멍, 그러니까 이세계로 통하는 문을 발견한다. 만약 그 둘이 부모님의 사랑을 더 받으려고 경쟁하는, 일반적인 쌍둥이였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둘은 외부로부터 경쟁을 하도록 강요받았고 서로의 존재 때문에 피해를 보았던 경우가 많은 터라 구멍을 통해 세계로부터 탈출한 것이다. 즉, 과잉보호와 방치의 결과는 같았다는 거다. 이 경우에서는 둘 다 자유를 억압하는 가스라이팅이었으니까.


 1편보다 훨씬 친절해진 설명, 매력적인 설정!


 문 너머 시리즈 1편인 <문 너머의 세계들>의 서평을 쓰면서 많은 비판을 했는데, 2편인 <뱀파이어 세계로 간 쌍둥이>는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 작가가 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1편의 가장 큰 문제였던 설명 부족과 공감이 어려운 작품 설정을 완벽하게 고쳐냈다.

구멍을 찾은 아이들 (AI가 그림)

  누가 주인공인지 모르겠고, 어떤 것이 메인 사건이었는지 알기 어렵고, 설정 역시도 심오하여 읽는 내내 조금 버거웠던 1편이었다. 2편은 확실하게 주인공을 쌍둥이인 잭과 질에 할당하고, 잭과 질의 탄생 배경과 성장 스토리를 간략하지만 재미있게 풀어내는 친절한 구성에다, 쌍둥이가 이세계를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서사까지 공감하기 쉽게 풀어낸다. 개인적으로 큰 감명을 받았다. 


' 반대로 성장하면서 느끼는 감정선'과 '생기는 사건들', '인간의 본성과 후천적 변이에 대한 시각'에서 특히 더 말이다. 이후 후반부에 나오는, '이세계로 간 뒤의 판타지스러운 표현들'보다! 나는 초중반부까지의 쌍둥이에 대한 설정, 디테일. 여기서 이미 책에 빠졌다.


 이 책의 핵심 문장을 남기며 마무리한다.

*도서를 협찬해주신 하빌리스 출판사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게시글의 모든 그림은 AI를 통해 그렸습니다.

"한쪽은 예쁜 애로, 한쪽은 용감한 애로, 우린 그렇게 키워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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