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회인야구 입문 편
어릴 때부터 연예인보다는 스포츠를 좋아했습니다. 드라마보다는 스포츠 경기를 찾아봤어요. 야구는 일곱 살 어린이부터 보기 시작했으니까요.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던 때에 가입한 어린이 야구회원이 계기였습니다. 아빠가 가입해 주신 팀은 MBC 청룡이라는 팀이었어요. 해태 타이거즈나 삼성 라이온즈였으면 좋았을 텐데요. 덕분에 참 오랜 시간 LG트윈스의 어려운 희망고문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선택이 주는 교훈을 여기서도 느끼게 되는군요.
아버지 감사합니다. 여전히 저의 인내심은 진행 중이에요.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금메달을 따고 wbc에서의 감동스러운 경기로 엄청난 야구 붐이 일었던 때가 있습니다. 기조에 맞춰 방송계에서는 연예인들의 사회인 야구를 예능으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참 좋은 기회였습니다. 덕분에 사회인 야구의 저변이 잡혔어요.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휴일에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던 장기치료환자, 중증 환자, 사망사고 미결, 소송 미결의 굴레에서 벗어났어요. 유족과의 면담, 변호사 손해사정사들과의 다툼을 잠시나마 잊었습니다. 야구를 하는 동안에는 공을 던지고 공을 치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여전히 저는 사회인 야구의 오타니를 꿈꾸고 있어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지는 못했습니다. 나머지는 제가 선택할래요. 회사와의 거리를 두고 부터는 주변에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즐길 것이 너무 많아요.
야구는 실패가 주를 이루는 특이한 스포츠입니다. 열 번을 나와서 일곱 번을 실패하면 3할 타자가 돼요. 한국프로야구에서 3할을 기록하는 타자는 FA 계약 시 연간 수십억의 돈을 받습니다. 3할의 성공이 어려운 스포츠예요.
그런데 취미로 즐기는 사회인 야구로 보자면 그렇게 어려운 운동은 아닙니다. 팀을 정하고 함께 조금씩 연습하고 준비해 나가면 누구가 야구선수가 될 수 있어요, 진입장벽도 낮습니다. 주말 2~3시간 정도의 시간을 이용해서 게임을 즐길 수 있어요. 취미로 즐기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운동을 좋아했던 학생들도 어른이 되면서는 마음 편하게 스포츠를 즐기기가 쉽지 않아요. 체력과 운동신경 저하 등의 신체적인 이유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른들이 하는 대부분이 운동이 등산인 것이 이유가 있어요. 사회인 야구에 대해 좀 알아볼게요.
- 사회인 야구 가입
우선 팀에 가입해야 합니다. 야구를 하는 지인이 있다면 지인을 통해서 야구팀에 가입할 수 있겠지요. 직장에 야구 동호회가 있다면 더 수월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직장과 지인들 사이에서도 야구팀을 찾기가 어려우신 분들은 사회인 야구 사이트에 들어가시면 지역 별로 팀 구인광고가 제법 많습니다. *게임원* 이라고 가장 크고 활성화되어 있는 곳이 있어요.
사이트에 가입 후 사회인 리그를 뛸 경우 본인 기록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참 유용해요. 서툰 아마추어 초보에, 사회인 야구 3부, 4부 리그지만. 야구 선수가 됩니다.
앞 서 언급했듯이 야구는 7할의 실패가 주를 이루는 스포츠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프로 야구의 경우예요. 사회인 야구라면 다릅니다. 꿈의 경지라는 4할을 넘어 5할도 칠 수 있어요. 90마일의 공을 치는 게 아닙니다. 60마일의 수준이고 빨라야 70마일이거든요.(112km)
- 준비물 - 글러브, 야구화
말 그대로 시작이 반입니다. 가입하실 팀을 구하셨다면 이제부터는 일정에 맞춰 던지고, 치고, 뛰시면 됩니다. 다만 몇 준비물은 있어야겠어요.
팀을 구하셨다면 야구 유니폼과 모자는 당연히 가입한 팀에서 제공이 됩니다. 팀 회비는 내셔야겠죠? 헬멧과 야구 배트는 팀에서 공용으로 쓰는 것이 있어요. 따로 준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향후에 상황을 봐서 준비하시면 돼요.
개인 글러브는 준비하셔야 합니다. 글러브는 외야 글러브가 내야 글러브보다 약간 더 커요. 야구 입문자의 경우는 어떤 포지션을 맡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팀의 상황에 따라 포지션이 정해질 거예요. 감안하셔서 구입하시면 됩니다. 보통은 올라운드용 글러브로 시작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글러브는 종류도, 가격도 참 여러 가지입니다.
메이저리거가 쓰는 윌슨 브랜드는 100만 원이 넘기도 합니다. 야구를 시작하고 어느정도 적응을 하게 되면 포지션과 본인 스타일에 맞는 글러브를 다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부터 고가의 제품을 구입하실 필요는 없어요. 10만 원 대의 다이아몬드, BMC 등의 국산 가성비 브랜드를 추천합니다. 국산 글러브도 좋습니다. 장비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우리의 손이 문제입니다.
야구화도 준비해야겠지요. 나이키, 아디다스 등 보통의 일반 매장에는 야구화가 없습니다. 야구 전문매장을 방문해야 해요. 가장 편한 건 역시 온라인 구매입니다. 유의할 점은 인조 잔디 구장의 경우에는 바닥에 징이 박힌 스파이크를 금지를 하는 야구장이 많아요. 징 스파이크 야구화는 피하는 것이 좋겠네요. 가격은 10만 원 전후면 구매할 수 있습니다.
- 레슨 (공 던지는 법, 공 받는 법)
다른 운동도 그렇겠지만. 야구 역시 기초가 상당히 준비합니다. 특히 송구와 포구 정도는 레슨을 받으시길 추천합니다. 팀별 레슨, 개인 레슨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늘어난 사회인 야구인 수만큼이나 레슨장 또한 넘치고 있습니다.
대부분 야구를 시작하는 분들이 타격에 관심이 많아요. 호쾌한 안타나 홈런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우선은 공을 던지고 잡을 줄 알아야 합니다. 포지션에 따라 송구 법도 좀 다릅니다. 10년이 넘게 주말마다 나가서 하고 있는 저인데도, 공 던지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가장 재미있기도 해요. 공을 던지게 되면.. 야구의 매력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될 겁니다.
- 레슨 (배팅)
점수를 내야 이기는 스포츠입니다. 공격해야죠. 골프 스윙과 유사한 스윙법이 있습니다. take back 동작부터 fallow through 스윙의 단계까지 배우고 연습하다 보면 야구가 참 어렵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그런데 사회인 야구는 나무배트를 쓰지 않습니다. 알루미늄 배트를 쓰기 때문에 파워보다는 콘택트가 중요해요. take back 동작이나 fallow through 동작이 좀 엉성하더라도 콘택트 단계에서 배트로 공만 맞출 수 있으면, 공이 쭉쭉 뻗어 갑니다.
*공을 앞에다 놓고 기다렸다가 받쳐 놓고 때려라.*
좋은 조언들이 참 많은데, 앞이든 뒤든 배트에 맞추기만 하면 쭉 뻗어갑니다. 전략적으로 밀어 친 안타도, 실수로 밀려 맞은 안타도 모두 안타니까요. 그래서 사실 레슨은 배팅보다는 수비 쪽으로 하는 것을 더 추천해요. 물론 시간과 금전 여유가 되시는 분이라면 배팅도 무궁무진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시합에서 손맛을 한 번 느껴본다면, 역시 주말 경기의 타석이 계속 기다려지겠지요.
- 경기 시간
보통 사회인 야구는 2시간 또는 2시간 반 경기로 진행합니다. 야구장을 통째로 빌리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팀들과 나눠 써야 해요. 리그마다 나름의 콜드게임 규정도 있습니다. 주말 저녁, 새벽 같은 경우에는 용병 게임이라고 해서 친선게임도 열려요. 각 야구장 홈페이지 또는 앞서 말씀드린 게임원 사이트를 통해서 원하는 포지션으로 게임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연습만큼이나 실전 감각도 중요해요. 리그 일정이 없는 날이라면 용병 게임을 통해서 실전 연습을 해보는 것도 참 좋습니다. 실력자들도 종종 나오기 때문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요. 게임보다 좋은 수비연습과 타격연습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승패와 기록의 스트레스 없이 감각을 익힐 수도 있겠지요.
h대학교 동호회와의 연습게임이 첫 시합이었어요. 팀원들 보다 발이 빠르다는 이유로 1번 타자로 들어갔습니다, 첫 타석의 떨림과 긴장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너무 떨린 나머지 정신이 하나도 없던 저는 공만 맞추고 전력질주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첫 타석에 들어갔어요.
첫 게임의 첫 타자라니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끝까지 공을 보자고 마음먹고 타석에 들어갔는데, 공이 제대로 보일 리가 없지요. 18.44m 앞 투구판에서 공을 던지는 상대방이 155km 공을 던지는 오타니 같습니다. 몸이 굳어 공만 쳐다보다가 결국 투 스트라이크에 몰렸습니다. 삼진 당하기 싫은 마음에 배트를 휘둘러요. take back이고 뭐고 없어요. 그냥 배트를 휘둘립니다.
앗. 운 좋게도 공이 날아와서 제 배트에 맞았네요. 제대로 휘두르지 못한 스윙이니 당연히 배트가 밀립니다. 프로에서는 밀어서 쳤다고 표현해요. 저는 밀려 쳤습니다. 타이밍을 잘 못잡아서 엉성한 타격이 된 것이지요. 그런데 그 덕에 공이 2루수 키를 넘어 우익선상으로 빠졌어요. 2루타입니다. 의도를 가진 밀어치기로 2루타를 만든 게 아니고 실수로 잘못 휘두른 게 그만….
사회인 리그 중에서도 유명하지 않은 나만의 리그일지도 몰라요. 팬도 없고 상금도 없는 사회인 3부 리그입니다. 그래도 저는 여전히 제 인생의 오타니를 꿈꿉니다. 홈런을 치지는 못하더라도 열심히 치고 달려요. 타석에서도, 오늘에서도 제 의지로 배트를 휘두르겠습니다. 내일도, 다음 시합도 모두 기다려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