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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 Aug 05. 2023

드랍 더 비트

3. 전자드럼 입문 편

Drop the beat.


딱딱딱딱


네 개의 소리를 신호로 음악이 시작됩니다. 나무 스틱 두 개로 내는 소리의 짧은 공간과 찰나로 시작된 네 개의 짧은소리가 이내 여러 악기들과 어울려 마법을 부립니다. 메탈과 락, 그리고 강한 베이스 비트가 주를 이루는 힙합까지 저는 드럼의 비트가 참 좋습니다.


ppt를 만들어 보고서를 작성하고, 교육 과정을 기획해요. 강의를 하고, 연간 사업계획을 구상합니다. 월급을 받는 대가로 제가 사(社)측에 제공하고 있는 노동입니다. 여러 업무 중에 보고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업무의 대다수는 그냥 소멸돼요. 대기업 최악의 단점입니다. 보고를 위한 보고에 50% 이상의 노동이 집중돼요. 음악이 좋습니다. 소리와 쉼표가 전하는 비트와 음의 운폭의 조화가 좋아요. 쉼표 사이의 여운에도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전하는 음악과 감히 비교할 대기업의 업 따위가 아닙니다.


드럼은 중학교 시절부터 배우고 싶었어요. 드럼 연주를 알려준다는 동네 형을 따라 교회를 간 적도 있습니다. 믿음이 부족해 실패했어요.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딩이 되고부터는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해야 할 일도 배워야 할 일도 너무 많아요. 워크홀릭으로 지내는 삶이 적응되고 나니 진급과 승진급이 마치 인생의 상장 같았습니다. 나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과 시간은 늘 우선순위 밖이에요. 다른 직장인처럼 저 역시도 스스로를 채울 시간은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싱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드럼의 베이스와 두둠칫 하는 박자감을 쫓습니다. 음악을 들을 때, 영상을 볼 때에도 늘 드럼 연주자에 눈과 귀가 집중되는 건 변함이 없어요.


더 늦기 전에 집 근처 드럼 학원에 등록이라도 해서 도전을 해보고 싶은데, 쉽게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한 번은 집 근처 직장인 모집이라는 드럼학원 홍보물을 보고 용기를 내 본 적이 있어요. 하아..

모두 학생들입니다. 첫 발을 떼는 것이 꽤 어려워요. 회사를 다녀야 하니 시간적인 여유도 부족합니다.

한 번의 실패와 오랜 시간의 눈팅 속에 다시 한번 용기를 내요. 학원의 강습시간도 맞지 않고, 학생들 속에서 쿵딱쿵딱 박자를 배우기에는 많이 부끄러운 INFJ 입니다. 유튜브도 있고, 교재도 있으니 독학으로 시작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말이에요.


공연장에서의 멋진 공연이나 버스킹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목표는 없어죠. 자기만족이라는 목적이 있을 뿐입니다. 제 삶에는 업무와 책임감이 아닌 즐거운 자극도 필요합니다. 제가 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목표라는 객관적 수치가 기준이 되겠지만, 목적이라는 방향이 있다면 할 수 있어요.  저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배우기 난이도

어떤 악기도 첫 시작이 참 어렵습니다. 어쿠스틱 기타를 시작하려면 손가락에 쥐가 와요. 쉬운 코드 한 개 두 개도 잡기가 어렵습니다. 힘 배분이 수월하지 못하고 어색한데 소리도 일정하지 않아요. 이틀 정도가 지나면 손에 굳은살이 박이는 통증까지 생기니 생각보다 초반을 넘기기 쉽지 않습니다.


이내 포기하게 돼요. 그에 비하면 그래도 드럼은 좀 수월합니다. 시작이 반 이상이에요. 난생처음 스틱을 잡고 패드를 두드려 보자니 처음에는 너무 어색합니다. 혼자 하는 연습이다 보니 이게 잘 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부끄러움은 덜 합니다. 제가 감당하면 돼요.


영 어색한 포즈가 불안하고 궁금해지면 유튜브 쌤들의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좋은 선생님들이 참 많아요. 그렇게, 그냥 했습니다. 드럼 산다고 인터넷 검색하고, 구매한 드럼을 설치하는데 들인 수고가 너무 아깝기도 했어요. 독서처럼 조용한 취미가 아니다 보니 제가 하는 드럼 연습을 주변사람들이 모를 리 없습니다. 나무 스틱 두 개를 들고 이불 먼지라도 좀 털어야 할까요? 저도 생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 한 주가 지나고, 몇 달이 지나고 나니 소리가 제법 납니다. 할 만해요. 제 수준의 목적에는 다가가고 있습니다. 수준급 연주자가 목표는 아니니까요.


▷전자 드럼 구입

선택의 길이 없습니다. 그냥 전자 드럼으로 시작해요. 드럼 자체가 타격에 의한 소리를 내야 합니다. 제 방을 방음처리 할 수도 없어요. 그렇다고 시골 마을의 한적한 단독주택으로 이사할 수도 없습니다. 전자드럼이 답입니다. 헤드폰을 끼고 들어보니 제법 소리가 좋아요. 인터넷으로 전자 드럼을 검색해 보니 꽤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야마하, 롤랜드 전자 드럼처럼 좋은 소리와 타격감을 가지고 있는 모델도 있지만 초보자기 진입하기에는 좀 부담스러워요. 백만 원을 넘는 모델들이 많습니다. 꾸준하게 드럼을 연주한다면 모르지만, 우리가 무엇을 시작할 때 무조건 성공만 하는 건 아닙니다. 30~40만 원 사이 입문 모델을 추천해요. 연습을 해보니 무척 과분합니다. 어쿠스틱 드럼과는 다른 타격감이 있겠지만, 어차피 그 이질감을 느낄 단계는 아니에요. 몇 가지 특징은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킥 패드 & 페달 - 실제 어쿠스틱 드럼 같은 타격감을 제공하는지          

심벌 패드 - 손으로 잡으면 소리가 멈추는 초크 기능 등 기능 여부 확인

스네어 탐 패드 - 메쉬 소재 여부로 어쿠스틱 드럼과 최대한 비슷한 타격감을 느낄 수 있음          


▷ 스틱 잡기

드럼은 스틱으로 패드를 타격을 해 소리를 냅니다. 그래서 패드의 중앙을 잘 때려야 해요. 연습을 할 때는 나와 드럼의 거리에서부터 어색한 게 참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스틱을 잡는 것은 꽤 어색했어요. 스틱을 쥐는 법도 딱 정해진 것이 아니라 여러 방법이 있더라고요. 우리에게는 많은 유튜브 쌤들이 있습니다. 본인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으시면 돼요. 드럼이라는 악기 또한 기본적인 연습이 정말 중요합니다. 스틱은 별도로 구매를 해서 연습했어요. 드럼을 구매할 때 주는 기본 스틱보다 무게감도, 그립감도 더 좋더라고요. 시간 날 때마다 집에서 스틱으로 쿠션이라도 때렸습니다. 일단 손에 많이 익숙해져야 할 거 같아서요.


▷방진 보드

이웃과 가족들과의 원활한 생활을 위해서 준비하셔야 합니다. 헤드폰과 방진 보드는 이웃 간 소음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준비물이에요. 주의할 점은 그냥 매트 같은 러그는 전혀 방진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두꺼운 매트나 러그를 사는 게 아니라, 구조물에 흔들림이 전달되지 않도록 방진 기능이 있어야 합니다.

전자 드럼이라고 하지만 울림과 타격 소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방진 매트 없이는 집에서 연습은 어려워요.


의 오늘을 위해서 타인을 오늘에 폐를 끼쳐서는 안 됩니다. 좀 비싸긴 하지만 방진기능이 탁월한 보드를 구입할 수 있어요. 보드 사이에 스프링 등을 설치해서 진동을 잡아주는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구매 가능한 곳이 많아요. 저는 실패했지만 셀프로 제작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너튜브 검색하시면 테니스 공을 이용해서 방진 보드를 만드는 영상이 몇 있습니다.


▷교재

궁금하고 막힐 때마다 유튜브를 이용해서 흉내 내고 따라 했어요. 정말 좋은 영상들이 참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사용한 교재는 '미치도록 쉬운 드럼' 시리즈예요. 쉬운 연주곡의 박자와 리듬을 시작으로 단계별로 따라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 같은 입문자들이 드럼 연주를 흉내 낼 수 있도록 아주 잘 만들어주셨어요.


▷연습 기간 (6개월)

주로 주말에 연습을 했습니다. 연습을 할수록 어려워져요. 그래도 노래 한 곡은 어떻게든 마무리해 보자는 마음으로 조금씩 조금씩 스틱을 잡았습니다. 한 곡 연습을 마치고 나니 다른 노래도 연습해 보고 싶어 져요.

겨울에 시작했던 드럼 입문이었는데,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찾아옵니다.


확실히 타격감이 강한 악기이다 보니 연주하는 중에 느끼는 자기만족이 참 좋습니다. 어디 가서 내세울 정도는 아니지만 성취감도 상당해요. 조금의 여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분이라면 한번 도전해 보시면 좋습니다. 보고서 만들고, PT 하고, 회의하고, 기획안 만들고 하는 것보다 몇 배는 재미있습니다.


드럼 연주자들이 제 글을 볼까 봐 사실 조금 부끄럽습니다. 드럼 소리가 좋아서 흉내를 내는 정도의 모습이니 널리 양해를 바랍니다. 당연히 시간과 여건이 되신다면 전문 학원의 강사님들을 통해서 배우시는 것이 좋아요. 다만 집에서도 드럼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PPT와 회의, 보고, 기획 등 사무실에서 소모당하고 있는 저 같은 일개미도 충분히 혼자 할 수 있어요. 음악의 기준은 주관적이니까요.


대문 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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