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통기타 입문 편
인정함이 많을수록 새로움은 점점 더 멀어지고 그저 왔다 갔다 시계추와 같이 매일매일 멀어지겠지
가볍게 산다는 건 결국은 스스로를 얽어매고 세상이 외면해도 나는 어차피 살아있는 걸
아름다운 꽃일수록 빨리 시들어가고 햇살이 비추면 투명하던 이슬도 한순간에 말라버리지.
서태지와 듀스, 넥스트 밴드, 그리고 HOT, 젝키를 좋아하던 고등학생 소년은 우연히 이 노래를 듣습니다.경쾌한 리듬에 어쿠스틱 기타 반주가 돋보이는 김광석 님의 <일어나>라는 곡이에요. 어두운 교도소 같은 회색 건물에 갇혀 강제적으로 참여해야 했던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영원한 가객' 이라 불리는 김광석 님을 접했어요. 고등학교의 3년 수감을 마치고 대학으로 출소한 후로는 잃었던 자유에 주력한 나머지, 자연스럽게 그 분의 노래는 잠시 잊혀졌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출소하고 2년이 지났어요. 이번에는 다시 국가의 강제력에 동원되어 군대에 수감됩니다.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절이에요. 온갖 구타와 세상의 모든 불합리, 부조리가 가득한 그 회색 공간에서 다시 한번 김광석 님을 만났습니다. 그의 모든 음악을 듣기 시작했어요. 통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그의 이야기와 소리에 매료됐습니다.
통기타 하나 둘러매고 삶과 사랑을 노래하던 그의 영향이 컸어요.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루고 싶다는 생각에 군대에서 출소하자마자 저렴한 기타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아르페지오 주법으로 연주하는 <바위섬>이라는 곡으로 연습을 시작했어요.
능수능란하게 왼손을 움직이며 시선은 먼 곳을 응시한 채 노랫말에 젖어들고 싶습니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제 모습이죠. 이제 기타를 꺼내 왼손으로 코드를 잡고 기타 줄을 튕겨 봅니다.
"파도가~~ 부서지는."
C코드와 Em 코드로 전개되는 두 마디만 계속 부릅니다. 제 마음이 부서져요. 원곡 악보에는 도돌이표가 없는데 연습하는 저는 무한 반복이에요. 현실세계는 늘 이상적인 저에게 괴리감을 건네 줍니다. 기타 소리가 이렇게 뭉퉁했나요? 손가락이 아파오면서 소리는 더욱 둔탁해집니다.
프랑스에서는 중산층에 들어가려면 '악기를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사람이니 프랑스의 기준과는 상관이 없겠다 생각이 들지만, 간단한 악기를 하나 정도 다루면 좋겠다는 생각에는 동의해요. 주체적인 글쓰기와 음악이 함께 하는 삶이라면 어느 정도는 행복하지 않을까요?
여러 악기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통기타는 진입비용도, 연습의 기회비용도, 연주의 공간적인 측면에서도 아주 탁월합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즐길 수 있고요.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최근에 통기타를 취미로 시작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너튜브 영상을 찾아보시면 좋은 선생님과 강의들이 참 많아요. 좋아요와 구독을 드리고, 우리는 좋은 강의를 따라하며 노력하면 됩니다.
저의 경우에는 기타를 독학으로 배우다 보니 안 좋은 습관이 너무 많아져서 지금은 고치기가 힘들어요. 모든 것이 다 똑같습니다. 통기타 입문도 처음에 잘 배우는 것이 아주 중요해요. 편법으로 잡는 코드를 지양하고 스트로크도 피크를 사용하여 꾸준하게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 적으로 기타는 기타 줄을 튕겨서 소리를 냅니다. 핑거링을 통해 각 화음의 음을 차례대로 하나씩 연주하는 아르페지오 주법, 피크를 통해 각 음을 동시에 소리를 내는 스트로크 주법 모두 소리가 중요해요. 코드를 누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줄을 잘 튕겨야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 기타를 구입하실 때에 10만 원대의 저가모델은 지양하는 것이 좋아요. 소리가 잘 잘 나질 않아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코드를 잡고 기타 줄을 튕기는 데에 효율이 나질 않습니다. 고*우드, 핵* 같은 가성비 좋은 모델들이 많이 있어요. 처음부터 고가의 장비는 과분합니다.
기타의 주법은 정말 종류가 많아요. 그리고 주법 또한 연주에 따라 여러 스타일들이 있기 때문에 본인에게 잘 맞는 너튜브의 선생님을 잘 선택하시고, 꾸준하게 따라가면 됩니다.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이고, 코드를 잡는 왼손이 적응을 마치는 2주 정도만 잘 참아내면 그때부터는 속도를 낼 수 있어요.
C, G, Em 3개의 코드만으로도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참 많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코드를 익히고, 손가락이 좀 익숙해지면 조금 난이도가 있는 하이코드의 연주 방식을 이해하고 연습하면 돼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주법입니다. 코드에 익숙해지고 나면 다양한 주법을 연습합니다. 기본적인 주법인 슬로우고고 주법도 박자에 따라 연주하는 방법이 가지각색이에요. 서둘지 말고, 좋아하는 곡을 선택한 후 한 곡씩 연주하면서 감을 익히면서 연습합니다. 몇 개의 반복된 코드와 주법에 익숙해지게 되면 상당히 많은 곡을 다룰 수 있어요. 어렵지 않습니다. 그 이후에 타브 악보를 연습하면서 실력을 좀 더 키우면 되겠죠.
코드를 잡고 줄을 튕기면서 김광석 님의 많은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입니다. 그 덕분에 기타를 배웠어요. 시대를 달리 했고, 만난 적도 없는 그지만, 그가 쓰고 연주하며 소리 내었던 음악은 계속해서 제가 지탱할 의식에 큰 영감을 주곤 합니다. 듣고 보는 음악도 즐겁지만, 소소할지라도 직접 행하는 음악도 참 즐거워요. 소소한 행복입니다.
어두운 밤에 남들은 다 자고 있을 거라는 느낌. 나만이 깨어 있다는 기분 좋은 착각으로 <혼자 남은 밤>을 연주하며 능동적인 외로움을 즐깁니다. 아프레지오 주법이 매력적인 <그루터기>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추가해요.
가을이 높고 깊은 토요일 오후에 맥주 한 잔을 들이킵니다. 기분 좋은 나른함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따라 불러요.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를 부르며 하늘을 나는 돛단배를 상상합니다.
백 번을 듣고 불러도 늘 새로운 곡들이 많아요. <사랑이라는 이유로> 하얗게 세운 많은 날들 속에, 그대의 음성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희열 했던 <그날들>의 나는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이별을 배웠습니다. 수많은 <거리에서> 함께 했던 기억과 추억들 이건만 이젠 그대 모습도, 함께 나눈 사랑도 더딘 시간 속에 잊혀져 가요. 작은 가슴을 모두 모아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에게 <먼지가 되어> 날아가고 싶지만, 그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나간 시간은 그냥 그렇게 묻어두면 되니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를 노래하며 추억합니다. 언제쯤이면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까요? 여전히 사람에 이르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기다려줘> 노래까지 마치고 나면, 업 다운을 섞은 스트로크 주법으로 경쾌하게 소리 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를 흥얼거립니다. 잊혀져 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 싶어요.
이제는 조금 비움을, 내려놓음으로 마음을 채우는 법을 알아가고 있는데, 불후의 명곡 <서른 즈음에> 덕분입니다. 꿈을 담은 <나의 노래>는 나의 힘이고 삶이에요. 오늘에 충실하는 삶이 중첩되어 언제고 맞이할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어른의 삶과 지혜를 배우려고 합니다.
수준급 연주 실력은 아니지만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은 없습니다.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골라서 통기타화 함께 한번 흥얼거려 볼까요? 조금 부족하면 어때요. 좋은 글에 아름다운 음정이 더해지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대문 사진 출처: pixabay
사진 출처 : 새로
노래 소개 출처: 새로. 그 분의 노랫말을 감히 몇 소절 옮겨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