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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 Oct 05. 2023

빠르게 멀리 갈 필요는 없어

8. 산악 달리기 입문 편


"내려올 산을 왜 올라가는 걸까요?"


"그냥 뛰는 것도 싫은데 산을 뛰라고요?"


신체적 활동을 통해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운동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폐와 심장, 다리의 근육들이 적응할 시간을 잘 견뎌내야 하는데, 초보자에게는 그것이 결코 쉽지 않아요. 2~3주, 길게는 몇 개월 동안의 기간에 운동은 고행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운동을 지속하기 어려워요.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이 운동은 나랑 맞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더 이상 지속하지 못하고 본래의 안식으로, 패턴으로 돌아가요.


운동의 목적 중 하나가 건강을 유지하는 것임은 분명해요. 번거롭고 귀찮지만 루틴을 만들고, 잠을 줄여 가며 운동을 합니다. 병원을 가보면 어떤 진료과이든 의사 선생님께서는 늘 한 말씀이에요.

"운동하십시오."


반면 신체의 외적인 측면의 효과도 대단해요. 정신적 치유 효과가 그것입니다. 마음과 기억에 스트레스의 흔적으로 남은 찌꺼기를 제거해야 하는데, 운동을 통해 얻는 성취감과 작은 성공들이 마음의 정화 작용을 일으켜요. 운동을 통해 얻는 순수한 도파민이 정신 건강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작은 시련들을 극복해 가면서 얻는 자존감과 성취감은 나를 일으킵니다.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해요. 지속함으로써 얻는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입니다. 운동은 내일을 기약하며 오늘을 소비하는 고행이 아닙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산을 달립니다. 포장된 도로를 밟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어요. 숨이 턱 하고 막힐 때가 있지만, 초록빛 안에서 흙을 밟으며 뛰는 청량함에 비할 어려움이 아닙니다.

뛰기 위해 자주 가는 산은 고도 200m가 안 되지만 왕릉이 있는 산이라 관리가 잘 되고 있어 꽤나 산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40분 전후로 산을 돌아 6km 정도를 뛰어요.


출처 : by 새로 폰

조금 빨리 걸으면 됩니다. 내리막은 선물이고요 산이라고 하면 우선 더 힘들 거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리막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수월하다고 할까요? 급 경사가 나와 올라갈 때는 좀 빠르게 도보로 이동하면 됩니다. 짧은 코스라도 무리를 하면 과호흡이 올 수 있어요.


100대 명산 같은 깊은 산을 뛰진 않아요. 동네 뒷산 정도가 좋습니다. (앞 산도...좋아요) 많이 오르지 않고, 무엇보다 많이 내려가지도 않아야 해요. 일반적으로 달리기를 하는 장소는 거의 정해져 있어요.  집 가까운 곳에 수목이 우거진 공원과 한강공원 같은 탁 트인 공간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보통은 집 근처의 포장된 도로를 달리게 될 겁니다. 도시의 회색 소음과 인위적 냄새가 가득한 곳이에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제게 익숙한 것들이지만, 좋아하는 것들은 아니에요.


산은 조금 다릅니다. 기지개를 켜는 해가 대지 전체를 비추기 시작하는 아침이나, 바람에 의지해 땅과 산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낮 시간이나, 강렬했던 빛을 거두고 산속 너머로 내려가 쉼을 준비하는 저녁시간. 어떤 때에도 산은 잠시라도 방문하는 이방인을 너그러이 반깁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간은 이른 아침이에요. 아침을 깨우는 땅의 기운을 받으며 산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그 안의 신비로운 기운이 온 몸을 휘감습니다. 폐부 깊숙하게 크게 한숨 들이마시고 나서 산으로 들어갈 때의 경건함이 좋아요. 밤새 잠들었던 온갖 풀들과 나뭇가지들이 기지개 켜며 내뿜는 초록 향은 뛰는 발걸음을 가볍게 합니다.


해 지기 전 오후 시간이라면 붉은 노을 속에 쉼을 준비하는 나무들과 하늘을 만나기도 해요. 일상 속 기적입니다. 물아일체까지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자연 속에서 흘리는 땀에 마음속 노폐물을 모두 담아 나의 밖으로 흘려보내요.




산악 달리기라고 해서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일반 달리기와 같은 수준입니다. 조금 빨리 걷고, 천천히 뛰면 돼요. 과한 운동으로 인해 젖산이 축적되면 근육통, 근육 피로 등이 발생할 수 있으니 본인의 신체 능력, 성향, 컨디션을 고려하여 달려야 합니다. 빠르게 멀리 갈 필요는 없습니다. 자연이 선물하는 초록빛 기운을 받으며 뛰는 것으로도 충분해요


조금 주의해야 할 것은 보폭입니다. 일반 러닝보다 보폭을 좀 줄이셔야 해요. 분 당 케이던스(분 당 걸음 횟수)를 조금 올리는 한이 있어도, 보폭을 줄이는 것이 안전해요. 일반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돌부리, 나뭇가지 등에 발이 걸릴 수 있습니다. 오를 때도, 내려갈 때도 좁은 보폭으로 이동합니다. 산을 뛰다 보면 업힐 구 간을 만나게 될 텐데, 20도 전후의 오르막이라면 뛰기보다는 빠르게 걸어 오르는 것을 추천합니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후에야 페이스 조절이 되겠지만, 산속의 업힐은 일반 도로의 오르막과는 질이 달라요. 오버 페이스는 금물입니다.


속도감을 좀 느끼고 싶을 때는 일반 도로를 뛰지만 두 번 중에 한 번은 산으로 향해요. 4계절마다 각 계절에 걸맞은 옷을 입고 저를 반겨 주는 산속의 나무들과 땅은 늘 새롭습니다. 다만 여름은 좀 힘들어요. 덥기도 덥지만, 자꾸만 날벌레들이 달리는 내내 제 뒤를 쫓아오며 질척입니다. 산에서 좀 뛰어 볼까 하시더라도 8월은 좀 피하면 좋겠어요. 날벌레들이 아주 집요합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구애를 받아본 적이 있나 싶어요.


달리기는 장소와 활동에 제약이 가장 적은 운동입니다. 걸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능하죠. 바쁜 아침 출근 시간. 마포역, 서울역, 강남역,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달리기를 하는 외국인들을 곧잘 마주합니다. 그들은 그냥 뛰어요. 버스정류장이든 지하철역 입구든, 걸을 수 있는 곳이라면 그냥 뜁니다. 러닝이 생활화되어 있는 그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어요. 그에 반해 우리는 복장도 갖춰야 하고, 러닝 코스도 익혀야 하고 좀 준비할 것이 많습니다. 요즘 트렌드인 러닝 크루도 만들어야 하고요. 조금 할 게 많지요.


산악 달리기는 서양 문화를 따라 하면 될 거 같습니다. 그냥 뛰어요. 집 근처 고도 200m가 넘지 않는 동산이나 둘레길을 하나 선택하고, 천천히 뛰면 됩니다. 러닝으로 어느 정도 단련이 된 분이라면 꼭 산악 달리기도 경험하시길 바라요. 도로를 뛰는 것과는 사뭇 다른 활기가 생길 겁니다.


산이 주는 선물을 한 번 받아보세요.자연은 늘 그 모습 그대로 같은 자리에 존재합니다. 선택은 우리 몫이에요.



대문 사진 출처 : pixabay

이외 사진, 영상 출처 : 새로 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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