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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 Oct 01. 2023

디스크 환자도 뛸 수 있다고?

7. 러닝 입문 편

몇 년 전 디스크가 아주 나쁜 모양으로 터졌어요. 아이를 안고 있다가 빗물에 미끄러지면서 넘어졌는데, 아이를 보호하려는 맘에 아이를 안은 채로  등이 바닥에 먼저 닿았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다치지 않았는데, 부주의했던 저는 추간판탈출증이라는 디스크 진단을 얻었어요. 척추체는 과잉검사와 과잉시술(수술)이 많은 부위입니다. 많은 성인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질환임에도 적당한 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은 이유에요. 운동을 통해서 코어와 척추기립근을 강화할 수밖에요.


디스크 질환은 일상생활에서 불규칙하게 신경을 누르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수면으로 밤새 눌린 허리는 특히 위험해요. 세수하려고 고개를 숙이는 작은 행동에도 쉽게 신경이 눌립니다. 그럼 또 1~2주를 쩔뚝이로 걷게 돼요. 디스크로 고생하시는 분들이라면 잘 이해하실 겁니다.


다친 후로는 농구나 축구 등 신체 접촉이 있는 운동은 하지 못했습니다. 마음껏 하고 싶은 운동을 하지 못한다는 상실감에 담당 교수님의 당부를 어기고, 야구 정도는 즐겼어요. 그나마도 허리에 무리가 갈까 싶어 늘 조심합니다.


운동을 할 때에도 러닝머신은  2km 이상은 달리지 않았어요. 달리기 후에 허리로 전해지는 묵직함이 운동 후에 오는 근육 뭉침의 재미를 반감시켰습니다. 허리가 충격흡수를 하지 못한다는 느낌에 하체 운동도 런지로 대신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한 달리기 유튜브를 보고 러닝을 시작했습니다. 디스크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서 사실 러닝은 생각지도 않았었는데요. 유산소 운동 없이 무게만 치는 것도 한계가 있고, 좀 일상적인 운동을 하고 싶던 참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달리기는 참 좋은 운동입니다. 장점이 참 많아요. 바로 오늘부터 달려보세요. 건강해지는 취미로서 러닝만 한 게 없습니다. 


스트레스가 만든 노폐물들이 쌓인 상태에서 몸이 건강할 리 없어요. 우리의 마음도 신체와 똑같습니다. 마음이 가지고 있는 감정은 몸의 감정으로 전달됩니다. 러닝은 감정에 쌓인 노폐물들을 땀을 통해 배출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운동인 동시에 마음에 쌓인 노폐물도 배출할 수 있어요. 


◇ 달릴 곳 찾기

우선 달릴 곳을 찾습니다. 광고나 영화처럼 꼭 한강변을 달릴 필요는 없어요.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들판과 농로라면 금상첨화겠지만 한적한 인도도 좋고, 동네 한 바퀴도 좋습니다. 어디든 달릴 수 있다면 그곳이 러닝 코스가 돼요. 다만 저의 경우에 늘 같은 곳을 달리는 것보다는 몇 개의 코스를 만들어 달리고 있습니다. 보통 한 번 뛸 때는 6km 정도를 뛰어요. 집 주변의 러닝하기 좋은 포장도로코스예요.

출처 : By 새로 폰

거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체력이 달라요. 근육량도 다르고요. 10km, 하프, 풀코스 마라톤을 뛰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숨이 찰 정도의 속도로 뛸 수 있는 적당한 코스를 달립니다. 왕복 20분씩 달려서 40분 정도로 시작하면 좋겠어요. 보통 걷는 속도가 4~5km 정도예요. 걷는 것보다는 빠르게 뛰어야겠죠? 30~40분 정도 달린다면 3km 이상은 뛰게 됩니다.



◇ 복장

최근에 러닝이 트렌드가 되면서 삼삼오오 크루를 만들어 뛰는 분들을 자주 봐요. 보기 좋습니다. 함께 달리는 것도 꽤 재미있을 거 같아요. 복장까지 갖추고 뛴다면 취미로 달리기를 지속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겁니다.

제가 추천하는 복장은 없습니다. 그냥 편한 옷으로 입고 달리면 돼요. 땀 흡수, 통풍 등의 기능성도 좋지만.

집에 와서 샤워하면 됩니다. 그냥 편한 옷 입고 뛰세요. 다만 러닝화는 좀 쿠션이 있으게 좋습니다. 스니커즈는 발목과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까요. 운동화를 구매해야 한다면 제조사마다 폭과 길이가 다를 수 있으니 꼭 착용 후 구매하세요.



◇ 자세, 팔 동작

자세는 정말 중요합니다. 달리기 못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 바른 자세로 달릴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운동을 하면서 오히려 몸에 무리가 가면 안 됩니다. 무리가 가지 않는 자세가 바른 자세예요. 보통의 걷기 상태일 때 우리 몸의 무게 중심은 땅과 직각 상태가 됩니다. 반면 러닝은 무게중심을 앞으로 15도 정도로 유지해야 합니다. 뛰는 방향으로 몸이 앞으로 조금 나와야 해요. 몸을 너무 곶추세워 뛰지 않아야 하는 반면에 다리는 너무 구부리고 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달리기를 도와주는 팔 자세도 뒤 쪽을 쳐줄 때를 더 염두에 두고 달려야 해요. 팔을 앞뒤 직선으로 흔드는 분, 8자를 그리면 뛰는 등 여러 가지 모습들이 있는데, 결국 팔의 동작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입니다. 팔 동작이 몸에서 너무 멀어지거나, 커지게 되면 에너지 손실이 많아집니다. 자연스러움과 어색함을 크게 잃지 않는 수준에서 손이 가슴을 스치듯 가볍게 흔들어주는 것이 좋아요.

 


◇ 착지 방법

걸을 때는 발뒤꿈치가 지면에 먼저 닿습니다. 달리기를 처음 하게 될 때도 많은 분들이 발뒤꿈치로 먼저 착지해요. 힐 스트라이크라고 합니다. 발 뒤꿈치가 먼저 닿기 때문에 종아리 근육에 부담이 덜하지만 족관절, 슬관절, 고관절의 충격 흡수에는 효율적이지 못해 상위 러너들은 잘 쓰지 않는다고 해요.


반면 미드풋이라는 주법은 발바닥 중심부로 착지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충격 흡수에 더 효과적입니다. 뒤꿈치로 착지를 하는 힐 스트라이크 주법보다 체중을 완충시킬 수 있으니까요. 발바닥 중심부로 착지를 하는 느낌이 다소 어색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잘 못 뛰게 되면 오히려 관절과 허리에 무리가 갈 수도 있어 발바닥 중심부를 의식하면서 딛는 연습이 필요해요.


포워풋 주법은 발 앞부분을 먼저 착지하는 방법입니다. 속도를 향상하고 충격을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지만 에너지와 종아리 근육 소비가 크기 때문에 중, 장거리 주법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아요. 포워풋 주법으로 10km 달리기를 했다가 며칠을 잘 걷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떤 주법이든 꼭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에게 맞는 주법을 선택해서 조금씩 달리다 보면 그렇게 몸도 습관이 생기고 근력이 강해질 거예요.



◇ 장점

러닝을 마치고 다리에 느껴지는 묵직함이 참 좋습니다.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운동이에요. 유산소 운동은 지방을 태우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강화합니다. 다이어트 효과뿐만 아니라 심혈관과 근력 향상에도 높은 효과가 있겠죠. 신체에 유익한 운동이라는 것을 모르는 분은 없을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달리기의 장점은 감정의 치유에 있습니다. 달리기를 하면서 "와 오늘은 내 폐와 혈관이 건강해졌구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뛰진 않아요. 그냥 달리다 보면 그 성취감이 즐거워 또 뛰게 됩니다. 달리면서 느끼는 능동적인 시련의 극복은 곧 해냈다는 큰 성취감으로 이어집니다. 마음에 쌓인 노폐물은 배출하고, 자존감은 올라가요. 달리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스트레스 관리에 탁월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달리기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맞춰줍니다. 감정노동을 하시는 분이나, 스트레스에 민감하신 분이라면 더욱더 달리기를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겠죠.


모두가 알고 있는 달리기의 신체적 장점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건강하고 이쁜 몸은 추가로 얻는 선물입니다.

건강의 기본이 되는 혈액순환을 도와주니 굳이 신체 의학을 논하지 않더라도 최근 증가하고 있는 혈관 질병의 예방효과에 좋습니다. 러닝을 시작하면서 우려했던 디스크도 괜찮습니다. 바른 자세의 러닝은 추간판 탈출에 큰 무리를 주지 않아요. 저의 경우는 힐스트라이크와 미드풋 주법을 함께 사용합니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정도로 뛰는 거리에서는 허리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어서 최대한 허리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주의해요.


또 다른 장점으로는 근력이 좋아져서 좋아하는 술 마시기에도 제법 효과를 보고 있어요. 더 건강하게 잘 놀고, 잘 마시기 위해서 뛰기도 합니다. 글을 쓰는 지금 생각해 보니 분명 이 목적도 있어요. 


가끔 달리기를 하다 보면 주변에 러닝 하는 분들을 자주 보곤 합니다. 좋은 무게중심으로 러닝을 하는 분을 보면 참 멋있어 보여요. 지속적인 달리기는 일을 하면 잃어버린 몸의 밸런스를 찾을 수도 있어요.




하프 마라톤이나 풀코스를 달리기 위해서는 한 달에 축적해야 할 거리가 있습니다. 훈련을 통해서 심폐기능과 근육을 최대치로 올려야 하니까요. 이처럼 장거리를 염두에 둔 달리기가 아니라면 2,3일에 한 번씩 뛰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빠르고 멀리 뛸 필요는 없어요. 러닝은 몸을 치유해 줍니다. 체중이 있는 사람에게는 감량에 가장 좋은 빠르고 효율적인 운동이고, 나이가 있어 관절 부상을 염려하시는 분에게는 관절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운동이 되기도 합니다. 달리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종종 있어요. 저는 오히려 그런 분에게 꼭 러닝을 권해드립니다. 생각보다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자, 취미예요.


나의 의도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통제의 불능, 그리고 스트레스. 회피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로 피로해지는 나의 마음은 오늘을 지탱해 주는 즐거움을 필요로 합니다. 작고 큰 업무와 외부 자극들로 소모되는 마음을 다스려야 해요.


오늘도 달리기를 통해 터질 듯 뛰는 심장박동으로 지친 마음을 다스립니다. 숨이 차 오르지만, 그만큼 마음은 비어집니다. 달릴수록 확장되는 마음의 여유가 피곤한 관계성 사회에서의 나만의 페이스를 지켜줘요. 


인생이 경주가 아니듯 달리기도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해서 달리면 될 뿐입니다.



대문 사진 출처 : pixabay

사진 출처 : 새로 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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