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그대
그대가 나타난 후, 사그라들던 내 인생은 빛을 얻기 시작했지. 아무것도 바라지도 꿈꾸지도 않았어. 그냥 살았어. 하루하루 연명하는 삶. 어디로 가고 싶은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관심조차 없었어. 그냥 흐르고 떠밀리며 살았어.
그런데 그런 내 삶에 그대가 나타났지. 나타나서 손을 내밀고, 따뜻한 미소를 보내고, 마침내는 그대의 인생까지 주었지. 그로부터 십수 년, 그대는 이제 지치고 나이 들어가는 모습으로, 무심해진 눈빛으로 나를 봐. 가뜩이나 쉽지 않던 인생에 내가 올라타고, 내가 지던 짐까지 둘러매며 그대의 발길은 무거웠지. 하지만 무거운 걸음을 옮기면서도 싫은 내색조차 없었어. 그런 그대가 이제 지친 표정을 지으며 미소를 잃어가네. 그래서 나 이제 그대를 위해 기도해.
“그가 지켜온 사랑, 선한 용기와 너그러움, 긍정의 마음과 어려운 사람을 향한 어진 마음, 그 모든, 온갖 어려움에도 그가 지키고 쌓아온 미덕이 다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그에게 힘을 주십시오. 지친 다리에 활기를 채워 다시 달리게 하시고, 그를 가두던 속박을 거두어 아름답고 튼튼한 나무로 가지 뻗어가게 하십시오. 이제 그만 그를 따뜻한 햇살 아래에 두시어 굳고 그늘진 구석구석을 햇살에 녹여 새로운 가지 움터 나와 더 큰 그늘을 만들어 가게 하십시오. 그의 동반자로 십수 년을 살고도 진심 어린 위로 한 번 건네지 못한 저를 꾸짖기 위해서라면, 이제 그만 저를 꾸짖으시고 그를 위한 속박은 풀어주십시오.”
# 인생의 큰 고비를 통과하던 오래 전 어느 날, 일기장에 남겼던 남편을 위한 기도입니다. 여러 이유로 가장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시대, 이제 이 시대 모든 가장을 위해 이 기도를 다시 되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