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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미 Feb 05. 2024

'불안'이라고 하는 것

사실은 언제나 숨바꼭질하는 중


성인이 다 돼서 부모님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니 어릴 적 자신은 그리 건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하진 못 했구나 싶었습니다. 든든한 울타리 같은 존재의 부모님였다면 정말 힘든 순간 먼저 손 내밀기도 했을 텐데 전 그러기보다 홀로 싸워 이겨내려 할 때가 더 많았으니까요. 그렇다고 부모님을 원망하진 않습니다. 그저 약간의 바람이 내 머릿속 어딘가 남겨져있을 뿐 요즘 들어 지금의 부모님마저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 어느 한 구석에는 정착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게 있었습니다. 부모님께 바랐던 것들이 정작 제 자신에게 없을 때 많았고(안정애착을 형성하기 위함의 조건들) 혹여 내 아이마저 내가 바라던 걸 똑같이 못 느껴 아쉬움과 훗날의 바람으로 남겨져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부모 자식 간의 건강하고도 단단한 애착관계는 정말 끊임없이 갈고 닦이는 과정 중 하나라 생각하는데 저 역시 날마다 지금과 같은 과정을 훈련이라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젯밤 저는 이 훈련의 진짜 매운맛을 맛봤습니다. '아, 이건 훈련이니 내 마음 하나 잘 다스리면 될 수 있겠다' 하는 밋밋한 평소와 달리 어느 순간 제 안에 들어와 버린 '불안'이란 녀석으로 인해 갑자기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굳이 조급하게 굴지 않아도 됐었는데,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아이와 대화할 수 있었는데, 같은 1시간이라도 좀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마지막까지 아이가 원하는 걸 충분히 경험해 주고 웃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어제의 마무리 역시 '내 마음 하나 잘 다스렸구나' 하는 고백마저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불안'이란 녀석은 늘 제 마음을 어지럽히곤 합니다. 평소와 달리 정말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버리죠.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 하던데 전 만병의 스트레스를 이 불안으로 인해 생겼다고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전 사실 기질적으로 봤을 때 까다로운 아이였을 거라 봅니다. 유전적 요인이 있을 수 있겠고 자라온 환경으로 인해 지금의 자신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사실 제 겉모습만 보고 잘 컸다 말할 수 있겠지만(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보시는 분이 많습니다) 제 자신만 놓고 들여다봤을 때 스스로는 늘 불안에 휩싸여 살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그 불안을 감추며 살기 바쁜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사람은 참 연약한지라 숨기고 싶어도 다 숨길 수 없고, 평생 숨기고 살 수도 없는데 이 '불안'이란 것도 저를 너무나 잘 알기에 꼭꼭 숨어 놀이하는 숨바꼭질을 하다 꼭 제게 들키고 마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찾고 싶지 않은 녀석인데 나의 평소와 달랐던 행동과 생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내가 널 발견해 이 같은 모습이 드러났던 거였구나 싶기 때문입니다.




짧은 순간 이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습니다. 상황이 그리고 자신이 어느 정도 이해되었고 더 이상 나의 불안으로 인한 모든 것을 내 아이에게까지 전하고 싶지 않아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그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려 자신을 이해하고 감싸주었습니다. 그 불안을 이해하지 않았다면 결국 그저 정당화시키고(난 그래도 돼라는 식) 결국 더 커져버릴 모습, 어쩌면 말도 안 되는 '화가 난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서 올라오는 불안은 그저 내가 만들어낸 것이니 그럴 수도 있었겠다 하는 포옹력과 근데 그 불안 잠시 멈출 수도 있어하는 용기 마지막으로는 결국 불안이 아닌 또 다른 평화로도 끝날 수 있다는 확신이 들고선 전 다시 숨바꼭질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아이와 사랑의 스킨십과 대화를 끝으로 하루를 마쳤습니다. 끝이 나고 나서야 제 자신에게 한 번 더 복기하듯 말했습니다. 결국 '불안' 널 어떻게 다스리냐에 따라 나의 많은 것들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될 수 있겠다면서 말입니다.


여전히 지금도 저는 '불안'과 숨바꼭질 중입니다. 또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녀석이지만 그렇다고 살면서 자연스럽게 들쑥날쑥할 자연스러운 이 친구를 이제 더 이상 모른 척하기도 왜 냐오냐며 따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나의 약함 나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이 불안, 같이 껴안고 간다는 것은 결국 그것마저 제 자신이 사랑할 줄 아는 시선, 이해해 줄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전 알게 되었고 다짐까지 합니다.

네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널 괴롭게 하지 않길 바라는 맘으로 그러니 네가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은 결국 널 진짜 사랑하기 위함의 한 방편일 뿐임을 말하면서요.


오늘 하루, 제게서 또 발견될 수 있는 불안이란 녀석과

조금 더 친해질 수 있는 월요일 되길 바라며


작가님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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