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간판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병원에 가기로 마음먹었지만 막상 그 건물 앞에 서자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잠시 건물 입구에서 서 있었다.
아무도 나를 주목하지 않았는데 괜히 시선을 의식했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다 들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정신건강의학과’라는 글자가 유난히 또렷하게 보였다.
그 글자를 읽는 순간 내 상태가
공식적으로 이름을 갖게 될 것만 같았다.
그 전까지의 나는 그저 힘든 사람이었고,
예민한 사람이었고, 조금 지쳐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문을 통과하면 무언가로 분류될 것 같았다.
그 생각이 나를 한 발 물러서게 만들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괜히 시간을 확인했다.
예약 시간까지는 아직 몇 분 남아 있었다.
그 몇 분이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은 아닌 것 같다’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말은 이미 여러 번 나를 같은 자리로 되돌려 놓았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나는 계속 생각했다.
여기까지 와도 되는 걸까. 이 정도로 힘들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누군가는 이 정도는 다 겪는 일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고 할지도 모른다.
복도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특별할 것도, 위협적일 것도 없었다.
그저 다른 병원들과 다르지 않은 공간이었다.
그 평범함이 오히려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어색했다.
문 앞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르며 손잡이를 바라봤다.
이 문을 열면 나는 혼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이 문을 여는 순간
나는 더 이상 괜찮은 척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 짧은 순간에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그래도 들어가야 한다는 마음이
팽팽하게 맞섰다.
발은 움직이지 않았고 시간은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결국 나는 아주 작게 숨을 들이마셨다.
완전히 준비된 사람처럼이 아니라,
그냥 더는 혼자 버티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그리고 천천히 문을 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