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 불안의 문 앞에서

병원에 가기로 마음먹기까지

by 시욜


병원에 가기로 마음먹기까지 나는 오래 망설였다.
정확히 말하면, 마음은 이미 여러 번 병원에 가 있었고
몸만 아직 현관문 앞에 남아 있었다.


병원이라는 단어는 이상하게도
불안을 더 크게 만드는 말이었다.
도움을 받는 곳이어야 할 텐데, 나에게는 마지막 선택처럼 느껴졌다.
거기까지 가면 정말로 내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나는 계속 갖가지 이유로 미뤘다.
아직은 괜찮은 날도 있고, 아직은 참을 수 있는 순간도 있다고.
이 정도로 병원에 가는 건 너무 유난스러운 건 아닐까, 괜히 문제를 키우는 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병원에 간다는 건 내가 혼자서 이 불안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선언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버텨온 시간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아서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또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있었다.
혹시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면 어쩌지.
혹은
정말로 병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그건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느 쪽이든 지금의 나를 흔들 것 같았다.

나는 여전히 정상이라는 말에 매달려 있었다.
병원에 가는 사람과 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선을 넘는 순간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까지 스스로를 설득했다.
조금만 더 쉬어보자고,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불안은 그 설득이 끝날 때마다
다시 나를 찾아왔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도움을 받지 않기 위해 얼마나 많은 힘을 쓰고 있는 걸까.’

불안을 견디는 데 쓰는 힘보다 병원에 가지 않기 위해 쓰는 힘이
더 커졌다는 걸 그때 알아차렸다.


병원에 가기로 마음먹는 건

용기를 내는 일이기보다 포기하는 일에 가까웠다.
혼자서 다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믿음을
조금 내려놓는 일.


그 포기는 패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살기 위해 붙잡고 있던 것 하나를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바로 움직이지는 못했다.
여전히 망설였고, 여전히 두려웠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이 불안을 계속 혼자 견디는 건
내가 선택한 삶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지점에 와 있다는 것.


병원에 가기로 마음먹기까지
나는 이렇게 오래 서 있었다.

현관문을 열기 전, 그 자리에서
이미 많은 것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