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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나데 Jun 11. 2023

질문하지 않던 나에게 주어진 물음

좋은 질문 Gute Frage

Gute Frage라는 말은 독일 어학원 안에서만 국한되어 들리는 말이 아니다. 집 가는 버스 안에서도, 남편과 산책을 하면서도 종종 들을 수 있고-물론 대화를 알아듣진 못하고 Gute Frage만 들린다는 점은 몹시 속상하다.- 유튜브 채널 <Easy German>에서도 자주 접한다.

구테 프라게 Gute Frage는 질문에 응답자가 보이는 반응으로 "좋은 질문이야!"라는 의미를 가진다. 독일에서 생활 반경이 넓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표현을 종종 듣는다는 사실이 내겐 놀랍게 여겨졌다. 아마 그래서 더 잘 들렸던 것일 수도 있겠다.


학창 시절 나는 질문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혹 질문을 하게 되더라도 선생님께 개인적으로 여쭤봤고 그 물음의 빈도도 현저히 낮았다. 그땐 질문하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어느덧 내게 질문은 의미 없는 것으로 다가왔고 그저 선생님이 알려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이해되지 않더라도 그냥 그런 것이겠거니 하고 암기했다. 심지어는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선생님이 설명을 잘해주어서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질문하지 않게 되면 결국 그 물음을 해결하는 것은 나의 몫이 되는데 스스로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어 하지 않아서 나의 질문은 애초에 없었던 것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독일에서 살면서 언제부터 질문하지 않는 내가 되었나 돌아본다. 어렸을 땐 분명 "왜요?", "왜 그런 거예요?"라는 질문을 많이 했을 텐데 말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어학코스 A2는 2단계 과정으로 대단한 질문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긍정적인 반응은 어학 초보자로 하여금 질문이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심지어 좋은 것이라는 인상을 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


단순히 질문에 대답해 주는 것이 아니라 Gute Frage 라니!

누군가 질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좋은 것이라는 반응을 해주었다면 나의 삶은 더 깊어졌을까? 질문은 '관심'으로부터 비롯되고 질문은 또 다른 관심을 유발한다. 나는 사물에 대한, 현상에 대한, 전공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사람이었음을 느낀다.


많은 독일 사람들이 일상에서 좋은 질문에, 또 다른 좋은 질문을 이어왔기에 철학이 꽃을 피우고 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생겨났겠지.


이곳에서 질문할 수 있는 용기를 키우고 누군가의 질문에 좋은 질문이라고 반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하나의 과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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