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모임
전날 밤 갑자기 빅토리아연꽃을 보러 가자는 연락이 왔다. 빅토리아 연꽃은 이틀만 꽃을 피우고 삼일째는 물속으로 꽃을 떨군단다.
빅토리아연꽃, 얼마나 예쁘고 장엄하길래 빅토리아라는 학명을 가졌을까 기대가 됐다.
다음 날 아침부터 빅토리아연꽃을 보기 위해 서둘러 왕송호수로 향했다.
왕송호수는 수련과 연꽃이 아주 많다. 당연히 빅토리아연꽃도 많을 줄 알았다.
겨우 다섯 무더기의 연잎이 있었다. 꽃송이도 하얗게 핀 것이 한 송이, 봉오리가 한 송이였다.
빅토리아 연잎은 사람이 올라가만큼 크다는데 그다지 크지 않았다. 물닭이 올라가 있어도 연잎이 물에 조금 잠기는 정도의 크기였다.
조금 실망스러웠다.
저녁이 되면 꽃이 붉어지고 왕관처럼 꽃이 뒤집어진다고 한다. 그 모습이 때문에 큰가시연꽃이 빅토리아연꽃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단다. 우리는 밤에 와서 다시 빅토리아연꽃을 구경해 보기로 했다.
빅토리아연꽃은 수련과다. 수련종류는 50여 종이나 되는데 열대와 온대에 주로 자라고 호수나 연못가에 식생한다. 다년생 담수초(淡水草), 큰 순형엽, 큰 꽃, 방사상칭, 꽃잎-수술-암술 모두 많다.
빅토리아연꽃은 잎 하나에 연꽃이 하나씩 붙어 자란다. 연잎과 꽃을 감싸고 있는 꽃받침에는 가시가 많다. 꽃송이는 낮에 오므리고 밤에 활짝 핀다. 하얀 꽃이 이틀째 되는 날에 붉게 변한다. 병꽃 같은 꽃들은 수정을 하 면 흰색꽃이 분홍색으로 바뀐다. 곤충들에게 수정이 되었음을 알리는 거다.
빅토리아연꽃이 붉은색으로 바뀌는 까닭이 수정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병꽃처럼 수정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고, 색을 붉게 만들어 곤충들을 유인하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듯하다.
우리는 한낮의 뜨거운 볕을 피해 집으로 돌아왔다. 빅토리아연꽃을 그렸다.
해 질 무렵쯤 다시 왕송호수로 갔다.
여왕의 대관식이라고 말하는 빅토리아연꽃이 붉어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과연 오후 6시가 넘어서자 빅토리아연꽃은 붉은색으로 변해갔다. 지켜보는 사이에 색이 변하고 꽃잎이 뒤집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