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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모르는 수술실의 충격적인 실태

CCTV 공개 의무화가 빨리 되어야 하는 진짜 이유

대학병원에 가면 마취과가 따로 있다.  그런데 개인 병원 또는 작은 성형외과에는 마취과 전문의가 없는 곳이 많다.  보통은 경력이 오래된 간호사가 마취를 해주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상담 시에 마취과 전문의가 있는지 확인하거나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문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성형외과 홈페이지는 대부분 의사들의 프로필 사진만 가득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가끔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마취과 전문의가 있나요?’라고 질문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답을 안 해줄 수가 없다.  말 그대로 ‘마취과 전문의가 없으면 불안해서 수술을 못 받겠다’라는 의미도 된다.  마취 전에는 우리의 정신은 멀쩡하니까 거짓 답변을 하기는 힘들다.  만약에 거짓이라 해도 마취로 인한 의료사고 시에 보상 문제에 있어서 항의를 할 경우 병원 과실을 입증하기가 일반 의료사고보다 비교적 쉽고, 실제로 과실을 인정하는 경우도 꽤 있다.

그리고 실력에서도 차이가 난다.  추상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경험으로 보았을 때 전문의는 남자가 많았고, 주삿바늘을 찔러 넣을 때 한 번에 피를 빨아들이는 그 실력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일반 간호사에게 수액주사라도 맞아 보면 확실히 알 것이다.  마치 마약쟁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저기 주삿바늘을 찔러대면서 애꿎은 에탄올 솜만 축낸다.  그러고는 노란 고무줄을 풀었다 묶었다 하고, 연신 주먹을 펼쳤다 접었다를 시키면서 어릴 적에나 했을 잼잼 놀이를 수없이 해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그래서 이제는 ‘한 번만 찌르고, 혈관을 찾으세요’라고 미리 알려준다.  긴장하면 혈관이 잘 안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사실 의료사고만 나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핵심적으로 마취 전문의가 꼭 있어야 하는 이유는 마취 후 일어나는 사망사고 때문이다.  가끔 사람들은 이러한 걱정을 하곤 한다.  수술 후에 못 깨어날까 봐 걱정이 된다고 한다.  아마도 마취 후 미흡한 조치로 인한 사망 사고가 빈번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성형수술 중 반복된 과량투여로 인한 호흡저하 또는 기도폐쇄, 출혈로 인한 저혈압의 원인으로 발생한다.  이때 기도확보를 해줘야 하는데 의사는 수술에 집중하기 때문에 긴급 상황을 인지 못 하거나 알았다 하더라도 이미 늦었을 때가 많아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까지 간다.  그런데 마취과 전문의는 성형수술을 하는 의사와는 달리 환자의 상태에만 집중한다.  그래서 수시로 맥박이나 혈압을 체크하고 혹시 모를 호흡저하, 기도폐쇄, 출혈에 대비해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서 사망사고 확률이 확연히 낮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취로 인한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는 이유이면서 CCTV공개가 의무화되어야 하는 진짜 이유는 근무태만과 인력부족이다.  마취 전문의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마취만 하고 환자의 상태를 돌보지 않고 핸드폰을 보거나 엉뚱한 짓을 하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에 공개된 CCTV에서도 마취 전문의가 수술실에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수술 실에서 왔다 갔다 하는 등의 모습이 뉴스에 보도되었다.  아마도 의료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절대로 공개되지 않았을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성형외과는 대학병원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마취 전문의가 수많은 수술을 한 번에 이 수술실, 저 수술실을 쫓아다니면서 하지는 않을 것이고 대학병원만큼 환자가 많은 것도 아니다.  의료혜택 없는 비싼 수술이기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  물론 의료진의 인력확충이나 처우개선은 되어야 할 부분이긴 하다만 수술이 진행이 된 후에 마취 전문의가 자리를 비울 시 누군가는 백업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일은 마취 전문의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모든 의료진들이 그 대상이라 생각한다.  심지어 간호사들이 수술실에서 생일파티를 하고 자랑스럽게 SNS에 업로드 한 일도 있었다.  그뿐 아니라 우리가 마취가 되어 있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의 외모를 조롱하거나 신체를 만지거나 옷이 벗겨져 있는 일도 있었으며, 의사가 해야 할 일을 간호사가 대신한다던지,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시술을 하는 기막힌 일도 벌어진다.  


나의 의식이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최소한의 알 권리라도 보호받고자 한다.  한 때는 나도 주머니 속에 녹음기라도 숨겨놓고 들어가야 하나라는 생각도 한 적도 있었고, 친했던 지인이 이마지방이식을 하고 나왔는데, 상체옷이 거의 벗겨진 채 나온 적이 있어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의심은 들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성범죄는 상상도 할 수 없었기에 그냥 넘겼는데, 추후에 옷이 벗겨져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냐고 물어보았다.  마취가 완벽하게 깬 상태가 아니었기에 기억을 못 할 줄 알았는데, 정확히 기억을 하면서 수치스러웠다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곧 CCTV 의무화가 진행이 되겠지만 구체적인 방안도 확실하게 지켜졌으면 한다.  예를 들면 CCTV는 있지만 촬영을 거부한다거나, 영상은 공개를 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의원이라면 CCTV가 꼭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던지, 의료진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이상한 논리로 CCTV가 있으나 마나 한 법이 생길까 봐 걱정이다.


사실 CCTV가 공개가 된다고 해도 이런 일은 일어난다.  어린이집에 CCTV가 있지만 아직도 아동폭행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CCTV가 있다고 해도 습관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하는 무의식의 행동이 그럴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CCTV가 많고 비교적 안전하지만 감시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절도를 습관적으로 하듯이 어느 순간 망각하면서 근무태만의 무의식적 행동이 나타날 것 같다.  잘못된 행동인 줄 알면서 멈출 줄 모르는 그런 것이 아닐까?


하루 빨리 모든 사람들이 의료사고 없이 투명하고 안전하게 수술받고, 앞으로는 뉴스에서 CCTV가 공개될 만한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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