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무식사이
아내와 나는 현재 백수다.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서 일을 그만뒀다.
결혼준비를 하는데 일을 다니고 말고가 무슨 관련이 있는가. 많은 사람들은 결혼식 전날까지 일하고 결혼식을 하는데 우리는 뭐 특별하다고 일을 때려치우고 결혼준비에 매진하는가. 우리에게는 결혼식도 준비해야 하지만 결혼하면 살 집이 아직 없다. 그래서 우리의 결혼준비에는 신혼집 마련하기까지가 준비다. 결혼준비를 하겠다고 잘 다니던 직장을 호기롭게 퇴사하면서 받을 수 있던 신혼부부 대출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은행을 들려보니 은행에서는 백수가 뭐 그렇게 당당하게 돈을 빌리러 왔냐는 듯한 이야기를 비즈니스 웃음을 장착한 직원의 얼굴을 보며 들었다. 그렇게 카드 만들어라 대출받아라 연락 오던 은행에서도 외면당하고 미리 알아보고 퇴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땅을 치며 후회했다. 결국 우리는 집을 사기 위해서 이자를 빵빵하게 주고 우리가 살 집을 담보로 풀대출을 받아버렸다.
아내는 원룸에서 시작해서 이사해 가면서 살아도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결혼하면서 집은 있어야지"라는 고지식한 개념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혀 있는 사람이다. 그 일념 하나로 할 몇십 년 된 낡아빠진 집을 풀대출로 사면서 무지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결혼준비가 막을 올렸다. 집의 상태를 말하자면 벽지는 누렇게 뜨고 찢어졌으며 여인숙 같은 최저가 모텔을 가서나 볼 수 있는 변기나 세면대 등이 빛바랜 아련한 모습으로 덩그러니 존재했다. 마치 앞으로 우리가 겪을 고생을 말해주는 듯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집을 아주 기가 막힌 전술로 새 단장을 해서 살아갈 계획이다. 그건 '돈 없으면 몸으로 때우기' 전술이다. 돈 없는 백수이기에 부르는 게 값이라는 무시무시한 인테리어업체를 낄 수도 없다. 우리는 둘의 손으로 직접 집을 고치고 리모델링을 할 예정이다. 그 결혼준비의 과정을 하나씩 담는다.
집을 구매하고 아내는 나에게 일정 하나를 이야기해 줬다.
"토요일 낮에 시간 괜찮아? 같이 갈 곳이 있어." -"나야 시간 괜찮지, 어디 갈 건데?"
"웨딩 박람회를 예약했어" -"웨딩 박람회? 그게 뭔데?"
"그냥 결혼식 관련해서 가볍게 둘러보면서 상담받는 거야" -"그렇구나, 그래 가보자!"
웨딩 박람회는 결코 가벼운 곳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