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하나, 천장 무너지지 않기.
시기는 현관문에 락카를 뿌렸다가 처참하게 망한 뒤 난처한 상태에서 다른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다. 일단 이렇게 현관문만 바라보고 기다리며 있을 수는 없으니 할 수 있는 일들을 먼저 하자는 의견으로 실링팬의 설치가 진행되었다. 배송된 실링팬의 박스를 뜯고 각 부품마다 씌워져 있는 비닐을 제거했다. 그리고 나는 모터가 포함된 메인장치를 들었을 때 현관문 걱정은 싹 사라질 정도의 걱정이 물 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그건 다름 아닌 무게 때문이었다. 천장에 매달아두는 장치이므로 어느 정도 무게가 나갈 거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무거울 줄은 몰랐다. 한 손으로 거뜬하게 들 정도가 아닌 무게였다. 내가 천장을 보강할 때 이 정도로 무거운 물체를 매달 수 있을 정도로 보강을 했던가 싶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또 그저 달려만 있는 것이 아닌 작동을 하면서 미세하게 진동이 일어날 테고 실링팬이 회전하면서 아래로 혹은 위로 힘이 실어질 텐데 그 무게가 절대 가벼울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되돌릴 수 없다. 이미 도배는 다 해버렸고 추가적인 보강을 하기에는 도배지를 조금만 잘라내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걱정은 걱정대로 두고 설치를 해야 했다.
아내에게는 "우와 이 무게가 천장에 달리면 와장창 무너지겠는걸?"이라는 말과 함께 장난을 친 정도가 다였다. 하지만 그 말을 하면서도 내 마음속에는 묵직한 걱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설명서를 살펴보며 기본적인 설치방법을 익히고 바로 시공에 들어갔다. 시공은 전선작업을 제외하면 그다지 어려울 건 없었다. 그저 잘 고정하고 잘 조립하면 되는 그런 방식이었다. 아내는 아래에서 내가 달라고 말하는 부품을 집어다 주고 나는 주는 대로 고정을 해나갔다.
설명서를 나름 잘 숙지하고 설치를 했지만 한번 떼어내고 다시 시공을 했다. 순서 한 과정을 빼먹고 넘어간 것이었다. 뭐 풀고 다시 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최대한 천장에 무리를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었다. 시공을 하면서도 혹시나 천장에서 나무 처지는 소리가 날까 싶어 귀를 쫑긋 세우고 작업에 임했다.
날개까지 모두 달고 조명도 설치했다. 일반적인 실링팬에는 조명이 달려있지 않다. 그리고 실링팬이 움직이면서 조명을 흔들어 빛이 어지럽게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조명이 달린 실링팬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생각보다 일리가 있는 말이어서 아내와 고민을 많이 했지만 메인등이 없는 거실이라 조금 어두울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그리고 "흔들리면 켜지 않으면 되지!"라는 간단한 결정과 함께 조명이 있는 실링팬을 선택했다.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흔들림이 적었다. 아니 없다시피 했다. 그리고 조명의 색상은 흰 불 중간불 노란불 세 가지 모드로 켤 수 있어서 밤에 다른 불을 모두 끄고 실링팬 조명 하나만 켜두면 은은하니 좋을 것 같은 정도의 조명이었다.
실링팬을 설치완료 후 꼭 확인해봐야 하는 점이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소음의 부분이다. 소음이란 실링팬 자체의 소음을 말하는 게 아닌 실링팬이 돌아가면서 내부에 배선해 둔 전선이 모터에 간섭이 생기는 가에 대한 소음이다. 실링팬 모터 내부에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전선을 제대로 위치해두지 않으면 말려있던 전선이 점점 펼쳐지면서 돌아가는 모터에 걸려 '틱틱틱틱' 걸리는 소리가 나거나 계속되는 마찰로 '시이이이이이'하는 소리가 들리게 된다. 그래서 전기 배선을 하면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그 테스트를 하기 위해 설치 완료 후 떨리는 마음으로 첫 운행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었다. 조명도 잘 나왔고 소음도 없었으며 흔들림도 없었다. 단계는 총 다섯 단계가 있는데 1단계부터 시작해서 5단계까지 조금씩 단계를 올려 시범운행을 진행했다. 그리고 아내에게는 조금 떨어져 있으라며 걱정스러운 말을 전했다. 하지만 겁쟁이인 나에 비해 아내는 대담하게 "떨어지면 피하지 뭐!" 라며 날 안심시키기라도 하듯 유쾌한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 덕에 나도 뒤로 피해있을 수 없었다.
첫 가동을 하기 위해 리모컨으로 버튼을 눌렀을 때 소리가 "삑!"하고 울렸다. 그리고 실링팬이 돌아가고 단계를 올릴 때마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실링팬이 빠르게 돌아갔다. 다행스럽게 5단까지 올려도 흔들림이 생긴다거나 불안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 다행스러워서 다리에 힘이 풀릴 지경이었다. 그리고 역방향으로도 동일하게 단계를 올려가며 시범운행을 했다. 정상적으로 잘 작동된다고 판단했을 때 이게 뭐라고 괜히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미세한 진동과 꾸준한 하중을 받아봐야 확실해지기 때문에 조금 오랜 기간을 가동해봐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는 아주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