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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능력의 예비신부

Feat. 핑크 고양이

by 짜미

어김없이 무거운 눈꺼풀을 이겨내고 현장으로 나왔다. 문 앞에는 택배박스가 하나 도착해 있었다. 나는 주문한 게 없어서 아내에게 물었다. "혹시 주문한 거 있었어?" 아내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는 "드디어 왔군."이라는 말만 남긴 채 택배 박스를 들고 안방으로 신속하게 들어갔다.


아내가 주문한 건 작은 용량의 페인트와 고양이(?)였다. 페인트는 이미 조색이 된 상태로 배송이 되었다. 어디다 쓸지 물어봤더니 아내는 현관문도 이쁘게 칠했으니 액세서리들도 이쁘게 칠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리고 저 고양이는 뭐냐고 물었더니 아내는 그저 웃기만 하고 말해주지 않았다.

'이 여자, 또 어떤 아이디어가 생긴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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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안방 한편에 자리를 마련했다. 엘리베이터를 보양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단프라보드를 바닥에 깔고 페인트와 락카 물티슈를 세팅했다. 그리고 중앙에는 현관문에서 떼어낸 액세서리들을 가져다 뒀다.


교체하지 않고 리폼을 해서 사용할 계획인 걸 이때 느꼈다. 나는 오래되고 지저분해서 교체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는데 아내는 기능상 문제가 없으니 리폼해서 쓰다가 나중에 파손되면 그때 바꾸자고 답을 했다. 물론 자금이 충분하지 않았기에 작은 것이라도 사면 부담이 된다.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살 수 있는데 이런 마음을 가져주고 이런 말을 해주는 아내에게 참 고마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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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 액세서리를 중앙에 툭하고 놓아두더니 거침없이 락카를 흔들어대더니 과감하게 뿌려버렸다. 아파트 관리실용 스피커 커버는 아무래도 쇠? 알루미늄?이라 잘 칠해진 거라 생각했고 우유투입구 같은 경우에는 플라스틱이라 락카 칠이 잘 묻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너무 잘 달라붙었다.

이번에 페인트와 함께 구매한 핑크 고양이도 하얗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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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인테리어 구축아파트 신혼집 리모델링 현관문 방화문 우유투입구 도어스토퍼 말발굽 도어클로저 리폼 DIY

나는 오며 가며 지켜보다가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다. '어차피 하얗게 칠할 거면 하얀 걸 샀으면 됐지 않나?'라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곧장 아내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고양이가 하얀색은 없었어? 어차피 하얗게 칠할 건데 왜 핑크색을 샀어?" 아내는 덤덤하게 설명을 해줬다. 들어보니 내용은 이랬다. 쿠땡에서 구매를 했는데 흰색처럼 잘 팔리는 색상들은 몇백 원 더 비싸서 집에 락카도 남아있겠다 제일 저렴한 색상을 구매해서 칠을 해버리자는 것이었다. 나는 "아주 현명해!"라며 웃으며 박수를 쳤다. 고작 몇백 원이라 어떤 걸 사던 상관없지만 그렇게 생각해 주고 아껴주는 아내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면서 이 상황이 재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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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인테리어 구축아파트 신혼집 리모델링 현관문 방화문 우유투입구 도어스토퍼 말발굽 도어클로저 리폼 DIY


하얀 바탕색이 완성되고 일정시간 건조를 진행했다. 건조라기보단 처음 우유투입구를 칠한 것이 다른 작업을 한 후에 건조가 되어 다시 진행을 시작했다. 구매한 페인트를 바닥에 거침없이 붓고 본 도장에 들어갔다. 색상은 아주 이뻤다. 이렇게 칠해진 조개를 보니 애니메이션 보노보노가 생각나기도 하고 노란 현관문에 붉은 조개라 애니메이션 스폰지밥이 생각나기도 했다. 우린 스폰지밥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입장으로써 아주 흡족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작업. 고양이다. 아내는 하얗게 칠해진 바탕에 밑그림을 그리고 칠을 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유심히 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꼬리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형태였다.

이 고양이.. 도어스토퍼였다.! 꼬리 끝부분을 테이프로 감아둬서 몰랐는데 저 부분에 고무가 달려있다고 한다. 도어스토퍼는 그저 말발굽밖에 모르던 나는 대체 이런 제품을 어디서 어떻게 구매를 하는 건지 정말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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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제품의 리폼이 끝나고 건조한 후 다음날 부착을 했다. 도어클로저도 붙이고 안전고리도 달았다. 도어클로저와 우유투입구는 기존 제품을 그대로 사용했지만 안전고리와 말발굽은 너무 파손이 많이 되어 새 제품으로 구입하여 부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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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작품들이 현관문에 하나씩 붙으니 너무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다. 대체 이런 재능은 어디서 키워진 건지 이 상황이 너무 재밌고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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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보고 있지만 이런 손재주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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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제품을 부착하고 아내는 현관바닥 청소를 시작했다. 이전에 바닥에 물이 차 올랐을 때 현관까지 흘러내려서 현관의 하얀 줄눈에 때가 끼었다. 아무리 청소를 해도 지워지지 않았고 결국 지우지 못한 채로 둘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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