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이케아.
입주청소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저 일차원적이니 청소였을 뿐이었다.
가구가 놓아지는 자리만 열심히 닦았고 우린 여전히 신발을 신고 집 안을 활보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신고 있는 신발이 안전화에서 슬리퍼가 됐다는 것. 그것만도 좋았다.
우리는 전에 이케아에서 가구를 구입했었다. 안방에는 붙박이 장을 할 예정이지만 옷방까지 붙박이장을 하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이쁜 것 치고는 저렴한, 번거로운 것 치고는 비싼 이케아를 선택했고 네다섯 번 정도 방문하면서 둘러보고 끝끝내 구입을 했다.
그저 "사 와서 조립하면 되겠다!"라는 생각만 했지 이렇게나 양이 많아질 줄은 정말 몰랐다. 우리가 이케아에서 옷장을 구매한 날 차는 팔하나 집어넣기 힘들 정도로 가득 찬 상태였었다. 그걸 어찌 차에 싣고 왔는지 정말 대단하다 싶다. 우리 덕분에 차가 정말 고생이 많다...
그리고 이젠 놀랍지도 않을 정도로 고통받은 경사로가 없는 우리 아파트덕에 수레로 끌고 들어오지 못하고 한 개 한 개 일일이 직접 들어 올렸다.
뜯어본 이케아의 제품은 생각보다 정갈하고 튼튼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박스를 뜯으면서 이 정도로 언박싱이라는 쾌감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줬던 건 없었던 것 같다. 박스 특유의 재질과 본드와 붙어있다가 찢어지는 게 아닌 '도도도독' 하며 떨어지는 소리. 완벽한 포장이었다.
그리고 새삼 놀랐던 게 정말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까 싶을 정도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깔끔했고 견고했다. 단지 나사를 박거나 마개를 끼워 넣을 땐 두 번 다시 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조이고 끼워 넣어야 한다.
나사가 그만큼 약하기 때문에 뭉개지기라도 한다면 정말...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하다.
나는 큼직한 것들을 조립하고 아내는 섬세한 부분들을 조립해 줬다. 예를 들어 발통이라던지 작은 캡이라던지 그런 것들. 나는 정말 섬세한 것 다루는 일을 어려워한다.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면서도 아내가 옆에 있으면 괜스레 마음이 약해지고 아내에게 은근슬쩍 맡기게 된다. 이렇게 '편일'하면 안 되는데 말이다.
이케아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데에 필수적인 코스가 있다.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놓일 곳의 천장고나 옷장이 놓아질 벽의 치수를 알아가는 것이다. 그건 정말 필수 중에 필수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옷장을 꾸릴지도 어느 정도 생각하고 가야 선택을 하기에 수월하다. 네 번 다섯 번을 갔지만 우리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갔기 때문에 이렇게나 많이 갔다. 제대로 치수와 용도를 구분해서 갔다면 아마 두 번째에 구입해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린 플랏사라는 제품을 구입했는데 이 제품 말고도 여러 가지 제품들이 많다. 그리고 제품에 따라서 규격이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하고 싶은 제품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 집의 규격과 맞지 않으면 억지로 끼워 맞추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다행스러운 건지 우린 큰 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매장에 가서 보자마자 "이거 괜찮네, 이걸로 하자"며 결정을 내려버렸다.
그리고 이케아에 가면 컴퓨터로 제품을 놓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치수를 확인해 가서 그 프로그램으로 한 번 디자인을 해보는 것도 좋다. 그저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하고 나면 그 프로그램에서 사용한 제품들의 코드와 위치가 있는 목록을 프린트할 수도 있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우린 하나하나 받아 적지 않고 수월하게 제품을 구성하고 찾을 수 있었다.
표준 플랏사 제품을 사고 나서 위에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서 작은 사이즈의 수납장도 샀다. 이렇게 하니 붙박이작에서 상부에 몰딩만 떼어낸 정도로 높이가 딱 맞았다. 겉보기에는 붙박이장과 등급을 나눌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지만 기능상에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확연하게 티가 나는 부분은 경첩에 댐퍼기능이 없다는 사실이다. 댐퍼기능이란 문이 닫힐 때 일정 각도가 되면 속도가 느려지며 서서히 닫히는 기능을 말하는데 이케아 경첩에는 그런 걸 기대할 수 없다. 제품이 없는 게 아니라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댐퍼기능이 있는 경첩은 정말 터무니없이 비싸게 와닿았다.
마찬가지로 서랍에도 댐퍼기능이 없는 레일이라 힘을 줘서 닫으면 그저 "쾅!"하고 닫힌다.
이래저래 장단점이 확실한 이케아 옷장이지만 그래도 아내와 함께 쇼핑하고 조립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대만족이다.
그렇게 하루를 옷장 만드는 데에 다 써버리고 손잡이까지 붙인 후 퇴근을 했다.
생각보다 옷장이 이뻐서 아주 좋다. 심지어 문에 거울도 붙어 있어서 더더욱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