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경과 함께 돌아보는 Frieze London 2024
학생이자 프리랜서이자 또는 개인 유저로서 다양한 이메일을 사용하고 있는데, 문득 눈에 띄는 이메일이 하나 와있었다.
광고성 메일이었지만 휴지통으로 옮기지 않았던, ‘Get Early Access to Frieze Los Angeles 2025 Tickets!’
그제야 내가 2024 프리즈 런던 후기를 브런치에 쓰지 않은 게 생각났다
고로, 오늘은 한 달이 넘게 지난 후에 돌아보는 Frieze London 리마인드 글을 쓰고자 한다.
프리즈는 2003년 런던에서 시작한 아트 페어이다, 한국에서는 프리즈 서울로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런던에서 만나는 프리즈라니, 설레는 마음이 앞서지만 지갑 사정은 생각보다 따라와 주지는 못하더라
오후 타임부터는 가격이 할인이라 어떻게든 마스터즈도 함께 보고 싶었지만 금전적, 시간적, 그리고 나의 체력적 여유를 위해.. 프리즈 런던만 방문했다.
*학생 할인과 오후 타임을 선택해 49파운드를 지불했다.
3시간 안에 모든 부스를 돌아야 하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역에 있는 카페에서 가장 당 충전을 많이 해줄 디저트를 시켰다.
혹 아트페어를 방문한다면 절대 빈속으로 가지 마라.. 정말 에너지 소모가 크다
유난히 날씨가 좋았던 리젠트 공원,
공원에는 조각 작품들과 그 투어를 진행하는 도슨트들을 종종 마주칠 수 있다.
공원 입구 중 간판을 잘 따라가면 프리즈 런던 입구로 갈 수 있다
공원 입구가 생각보다 많아 '어 저 사람 프리즈 가는 사람 같아!..'라는 마음으로 따라가면 금세 입구를 찾을 수 있다.
가보고 싶었던 갤러리들은 모두 다 만난 기분이었다
라인업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좋아서 입구에서부터 계속 발을 동동 구르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2024 프리즈 런던 전시장 전시작 이미지들_유학생 A 촬영
매 아트페어가 그렇듯 한 작가의 작품만을 선보이는 갤러리부터, 전속 작가들의 신작, 대표들의 사적인 컬렉션들, 다양한 텍스쳐 작품 등등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눈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한가득이었다.
그렇게 부스들을 다니다 보면 자랑스러운 한국 작가분들의 작품들이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현시대의 미술 시장을 이끌어가는 작품들과 그 역사의 흐름에 있다고 생각하니 단순 눈이 즐거운 것을 넘어 마스터즈를 가지 못한 것에 대한 분함이 느껴졌다...(정말 후회)
2024 프리즈 런던 참여 한국 갤러리 (총 9)
: 국제갤러리, 가나아트, 갤러리현대, 학고재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PKM갤러리, 조현화랑, 티나킴갤러리, 갤러리 바톤
나름대로 사진을 분류해서 올렸으니, 이 저자가 어떤 기준으로 사진을 그룹 지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떠신지..
화장실 앞에 있던 Patron 부스는 흙을 활용한 전시를 했는데
조금씩 흙이 부족해서 인지 간간히 흙을 채우는 모습마저 작품의 일부 같았다.
파리부터 베니스 비엔날레까지 아트 페어의 기간이다 보니 중복되는 작품들도 종종 있었지만
사진으로만 보던 작품들을 직접 전시장에서 마주하는 것은 정말 비교할 수 없는 에너지를 준다.
개인적으로 전공이었던 만큼 미디어 아트를 만날 때마다 반갑고 그 작업 과정의 고통이 느껴졌다
맨 오른쪽 사진은 퍼포먼스 아트에서 직접 쓰인 부스를 통째로 전시장에 옮겼는데, 내부에는 그 퍼포먼스가 영상으로 재생되고 있다.
위의 사진들은 전시장 바닥에 따라 표현되는 부스의 느낌을 비교하기 위해 찍어둔 사진들이다
별다른 바닥을 추가하지 않고 기본을 사용하는 갤러리들도 많았지만, 확실히 마루 혹은 다른 색감의 바닥재를 활용한 전시장이 주는 느낌의 차이는 확연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색감의 작품을 만날 때마다
모든 작품을 구매할 수 없기에 핸드폰 카메라를 열심히 누르며 눈과 마음으로 작품을 담았다.
전직 근무자로서의 감상
이번 2024 프리즈 런던에서 가고시안 부스는 미국의 조각가 캐럴 보브(Carol Bove)의 솔로 부스를 선보였다.
프리즈 런던과 같은 국제적인 아트 페어에서 솔로 부스를 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나지만,
가고시안 부스라는 점에서 정말 올해 가장 집중해야 하는 작가로 추앙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갤러리 전경들 사이에서 녹슨 철근을 그대로 옮긴 중앙 부스는 모두의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에게는 조금 특이한 직업병(?)이 있는데 그건 작품의 뒷면 혹은 설치 크레이트를 보는 것이다.
아마 업계 종사자들이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작품에 따라 고정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리젠트 공원의 자연 그림자가 천장에 그려진다
아트 페어마다 갤러리에서 가구를 가지고 오는데 (때에 따라 페어 측에 요구하는 경우도 있음)
그 가구와 배치를 보는 맛이 있다.
정말 다양한 레스토랑과 카페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었는데 한 공간에 몰아둬서 메뉴를 고르기 편했다
생각보다 환기도 잘되고 관리하는 직원분들이 많아서 쾌적하게 이용했다.
별 사진을 다 찍어서 올렸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전시 기획자로 일하다 보면 이런 이상한(?) 사소한 것들에 집착하는 병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도 재미난 관점에서의 후기라고 생각하고 사진으로라도 함께 다녀온 느낌을 이 글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나름 예전 생각도 나고 언젠간 이런 국제적인 업무를 하고 싶다는 욕심에 3시간이 너무나도 나에게는 짧고 소중했다
너무나도 좋은 작품이 많았지만 주어진 시간과 체력이 너무 짧아 모든 걸 담지 못한 것에 미안함과 아쉬움이 이 글에 많이 묻어난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전시를 볼 기회가 있겠지만 갤러리 별 특색이 담긴 작품들을 하나의 공간에서 관람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건 독보적인 아트 페어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더 많은 전시를 위해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마무리로 2024년의 프리즈 런던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