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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언니 Jan 01. 2024

안녕, 2024년.

잘 가, 2023년.

 매일  떠오르는 해가 뭐 크게 다르겠나 싶지만 어제와 다른 내일을 다짐하기 위해서 버석한 얼굴로 주섬주섬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다행히도 그리 늦게 일어난 것은 아니었는지 바깥은 아직 어스름 푸르다7시 30분 좀 넘는 시간에 해가 떠오른다고 했다. 산에 오를 용기도 체력도 없다. 그저 해가 잘 보이는 작년의 명당을 찾기로 한다. (언덕 위에 다이소가 있는데, 거기에 주차하고 건너편에 서면 해가 그렇게 잘 보인다. 산 정상이 아니면 어때 해만 잘 보이면 되지. 스스로 변명하던 작년에 찾은 명당이다.) 저 멀리 수평선 너머 넓게 깔려있는 구름 위로 주황색 빛이 양옆으로 서서히 번지기 시작한다.

"오 뜬다. 뜬다. 해가 떠오른다."

 모르는 사람들의 외침에 해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따닥따닥 붙어 수평선 너머를 바라본다. 곧 수줍은 듯 작년보다 천천히, 조금씩 해가 떠오르고 일제히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다. 나 역시 그 들과 다르지 않다. 이쯤이면 괜찮은 사진들을 건진 것 같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준비해 둔 소원들을 빌기 위해 눈을 감는다.




 작년 한 해, 나는 나를 위한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핸드폰을 보던 시간을 줄이고, 넷플릭스 보는 시간을 줄여가며 혼자만의 시간을 좀 더 즐기기로 한 것이다. 매일 30분 이상 책 읽기를 꾸준히 해 나가기로 했고, 내 이야기를 글로 써보기로 했다. 남들과 같이 내가 살아온 인생이 평범한 줄 알았는데, 내 인생에도 남들과 다른 굴곡이 있었고, 힘겨워 울며 지새운 밤이 있었다. 그런 고비들을 지나 지금의 가정을 이루었고, 어느 때보다 안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시간들이 힘겨워 타인에게 상담해 본 적도 있었다.

“다 지나가. 유별나게 굴지 말고, 좀 버텨봐."라는 사람도 있었고, ”어디든 사람 사는 건 똑같아.”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말처럼 가볍게 치부하기엔 내게는 너무도 힘겨운 날들이었다.


  나의 친구들은 나와는 다른 성향과 화목한 가정 속에서 유년을 보내 나의 유리 같은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그들에게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아이였고, 가까이 가기엔 알 수 없는 벽에서 차단당했다. 외로운 우정을 대신해서 찾아 헤맨 사랑에 나는 힘든 이별을 화답받았다. 첫사랑 키 작은놈은 환승이별을, 직업군인이었던 키 큰 놈은 잠수이별을 돌려주었다. 참담했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기가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싶을 때쯤 내 자존감은 인생 최악의 바닥을 기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일터에서의 생활도 그리 건강하지 못했다. 알 수 없는 질투와 미움과 험담을 저 혼자 감당하기엔 내 나이는 고작 26살이었다. 외로웠다. 치열한 서울생활은 나를 지치게 했고, 나의 부모님은 어른이 된 나를 위로해 주기엔 저들의 생활이 고단했다.  그렇기에 버텨냈다. 버텨내면 나는 성장해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에 버텨냈다.


 혼자 있을 때 친구를 찾기보다는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찾아냈다. 책을 보고 조조로 영화를 보고, 뭐 급하면 가끔은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어보기도 했다. 나쁘지 않았다. 신경 써가며 끊임없이 말하지 않아도 되었고, 영화에 책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그 시간을 즐기기 시작하고 나서부터였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내 자존감은 점점 차오르기 시작했다. 마음 맞는 사람 하나면 하루종일 기쁠 수 있는 것을 알았기에 오랜 친구들을 억지로 맞춰가며 만나기보다는 일하며 알게 된 동생을 만나 산책을 가거나, 함께 살았던 언니를 만나 가볍게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그들과 나는 생각보다 깊었고, 생각보다 담백한 사이였다.

 일적으로는 퇴사를 결심하기로 했다. 단, 6개월 뒤로 기한을 정했다. 다른 직장을 찾기 전 지금의 스펙을 좀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었다.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줄 스펙을 쌓기 위해 2달 동안 매주 일요일 8시간 강의를 들었고, 나에게 모자란 스펙을 위해 3달 동안 매주 일요일 8시간의 강의를 들었다. 일에 있어서도 자신감 생겨났다. 그리고는 그곳을 아주 당당하게 퇴사할 수 있었다.


 분명 나 같은 20대가 30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들을 조용히 위로해주고 싶어 내 이야기를 글로 써보기로 했다. 글 쓰는 3개월의 시간은 매일 축적되어 80페이지 분량의 글이 되었고, 지난 5월 출판사와 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 시작되는
1월 책이 출간된다.


 가만 생각해 보면 작년에 내가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뭐 가족의 건강은 당연히 빌었을 것이고, 또 돈 잘 벌게 해 달라는 물질적인 소원 역시 빌었던 것 같다. 올 해엔 이곳에 기록해 보려 한다.


"제 책 베스트셀러가 되게 해 주세요.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 올해도 건강하게 해 주세요. 직장에서 인정받는 중심인재가 되어주세요. 제일 중요한 건데요. 우리 신랑 로또 1등 당첨되게 해 주세요."


모두들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우리 작년 보다 더 행복하게 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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