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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힘들었다.

직급을 내려놓던 날.

by 황언니

두 달 전부터 나는 내가 힘겨웠다. 무엇도 하고 싶지 않음을 넘어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나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했던 것들이 그렇게 몇 번의 좌절로 무너지고 나니, 내가 진정 나를 아는 게 맞는 것인지 의심을 했다. 화가 났다. 남들을 위로한답시고 정작 나하나 어쩌니 못하는 상황에 웃프기까지 했다. 마흔이 다되도록 나는 왜 나를 어쩌지 못하는 것이지?


누구를 만나기도, 누구를 만나 누군가를 욕하기도 싫었다. 그냥 지금 순간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나를 현실에서 뚝 떼어내서 잠시 두고 싶었다. 그렇지만 내가 양손에 들고 있는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나는 엄마였고, 직급이 있는 관리자였고, 건강한 아내여야 했다. 점점 무거워진 양손의 무게로 어깨가 휘어지고 나서야 그때서야 제일 무거웠던 것을 내동댕이 쳤다.


'팀장 때려치워!!!'


아무리 내가 정한 기준이 맞다 한들 그것을 욕심이라 표현하는 대표도 싫었고, 무기력한 상사도 싫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을 때쯤 그것이 또 내가 인정을 바라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는 인간들도 꼴도 뵈기 싫었다.


그래,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잘 못된 점을 보아도 가늘고 길게 가기 위해 눈을 질끈 감으면 되는 것을 미련을 떨었다. 내 상황에 공감 못하는 상사의 동의는 필요 없었다. 결국엔 자신의 편의를 위해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하는 것 뿐, 그 부분까지 염두하고 정하기엔 너무도 지쳐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 상사는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이미 가늘고 길게 가는 방법을 터득했기에 그랬던 것은 아닐까? 그에 비해 나는 열정이 너무 과해 고꾸라졌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나이 마흔에 한 참 커가는 아이들이 있어 대차게 직장을 그만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직급수당도 없었기에 고정지출이 있는 가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었다. 까지것 직장은 유지하되 팀장은 그만 두면 쉬울 일이다.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틀을 합쳐 5시간을 겨우 잤던 잠이 결정을 한 그 날 부터는 푹 10시간을 내리 잤다.


"저 팀장 안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달 무급휴직 신청합니다."


그것은 나에게 고지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2달이 지나 나는 복직을 앞두고 있고, 이제 다시 브런치로 돌아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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