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썼던 글에서 평탄해서 불안하다고 했던 말이 사실은 경험에서 나온 방어준비를 하라는 사이렌일지도 모르겠다.
일적으로는 익숙하고 손에 익는다 싶으면 꼭 실수를
한다. 다음단계로 이어지는 일을 하다 보니 전 단계에서 삐끗하면 그 이후로 줄줄이 탈이 난다. 근데 전단계에서 이 정도면 괜찮은데 싶은 자만의 물이 차오르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다. 15년 정도 일을 하면 좀 자만해도 되는 거 아닌가? 좀 긴장을 풀어도 되는 거 아닌가 싶은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일을 세게 치고 나면 반복되는 굴레 앞에서 다짐을 한다.
“늘 자만하지 않기 늘 돌아보기 늘 조심하기”
등등의 다짐을 말이다. 그러면 다시 나의 일은 정상궤도를 찾는다.
타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별 일없이 서로의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둥그런 평온한 관계가 조금 깊어진다 하면 어김없이 관계가 어그러진다. 나도 상대도 선이 있고 거리가 있어야 담백하게 관계가 유지된다. 그 거리가 일방적으로 좁혀지면 부담을 느낀 나는 상대를 조심스럽게 밀어낸다.
그 과정에서 상대는 상처를 받기도 하고, 아차 싶은 생각에 두 손을 올리며 한발 뒤로 물러선다. 어쩔 수 없다.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 수단이 이런 걸 어쩌겠나 싶은 요즘이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평탄하지 않은 하루 속에서 약간의 긴장과 함께 안도를 한다. 아마도 지금보다 더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마음만은 지극히도 평온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