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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언니 Mar 25. 2024

직급의 벅참

평직원과 관리직, 그 다른 무게감

 도망가고 싶다. 그냥 가끔은 현실에서 멀리 벗어나 나만 생각하며 사는 곳으로 혼자 도망가고 싶다. 눈뜨면 시작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도망가고 싶다는 말이다.  가족도  내 자신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니 눈뜨자마자 마주치는 그들마저 타인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혼자 살고 싶은 건 아니다. 단칸방, 온기 없는 집에 홀로 들어서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면서도 행동하지 않을 소원을 빌며 눈을 뜬다.


 굳이 이 말에 변명을 하자면 타인들의 관계사이에 낀 내가 너무도 힘들다. 이쪽도 저쪽도 입장차를 알겠다. 두 쪽다 내가 아끼는 팀원들이라 두 쪽 중 한쪽을 고르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말로만 듣던 책으로만 듣던 그 세대차이 아니 시선차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과 타인을 대하는 예의에 대한 냉담한 시선들을 가운데 서서 바라보기가 힘들다. 그 둘이 함께 앉아 터놓고 얘기하지 않는 이상 나는 이 둘 사이에서 적당한 말을 빌어 이들이 서로를 미워하지 않을 단어들을 골라야 한다. 그러면서 불안해한다. 내가 생략한 단어와 내가 돌려 말한 문장들이 누군가가 곡해해 내가 함정에 빠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격하게 몰려온다.


 피곤하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다면 조용히 일만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직급수당이 있는 건가? 책임값 같은 그런 수당일듯하다.


 유독 관계가 어려운 나로서는 이런 트러블 속에 혼자 우두커니 서있을 때가 많다.


 후… 지금도 출근하지 못하고 주자창 내 차 안에서 쭈그려 글을 쓰는 내가 안쓰럽다. 가야지. 출근해야지.

 

터덜 터덜 입구를 향한 무거운 발걸음 뒤로 누군가 걸어오는 인기척이 느껴진다. 가방속에 우겨넣었던 가면을 급하게 꺼내본다. 조금 어색하게 씌워진것 같은데 고쳐쓸 시간이 부족하다. 아몰라, 오늘은 대충하자.


“팀장님,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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