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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언니 Mar 11. 2024

사람을 보내는 마음.

부디 걱정일랑 말고 영면에 드시길 바랍니다.

 남편 친구의 어머니께서 그저께 소천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15년 전부터 그러니까 내가 23살 때부터 알고 지내던 남편의 친구라 누구 씨보다는 오빠라는 말이 더 편한 그런 사이였다. 그래서일까? 마치 나의 가까운 사람의 부고소식을 들은 듯 하루종일 마음이 불편하다. 이런 내 마음의 몇 배는 무거울 남편의 얼굴에서 티 나지 않는 안타까움을 읽는다.


  오래전부터 지병을 앓았던 것이 아닌 급성간염으로 돌아가신 터라 더욱 슬프다. 같은 고장에 살면서 나 역시 한 번 정도는 인사를 나눴던 중년과 노년사이의 부부 모습이 못내 아른 거려 내 마음의 무거운 공기는 유독 낮게 가라앉는다. 그럼에도 나는 돌아가신 분의 일을 걱정하기보다 남아있는 가족들을 그리고 그 분의 남편을 걱정했다.


 두 부부의 사이가 좋았다. 남편은 아내에게 의지하던 터라 돈 버는 일 외에는 살림에 관해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사이좋던  부부는 아들과 딸 두 아이를 정성을 다해 번듯하게 키우고 각자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어 살 수 있게 다른지역으로 출가시켰다. 이제 젊은 날의 숨가쁜 생활은 접어두고 노년까지 잔잔하게 그리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둘이서 잘 살자고 어렵지 않은 미래를 그리며 약속했다. 그런 약속을 부인은 어느새 까맣게 잊었는지 잠이든지 6개월만에 가벼워진 몸으로 저 드 높은 하늘로 홀연히 날아가고 그런 부인을 배웅하는 남편은 덩그러니 묵직하게 남아 부인의 마지막을 지키고 있다.  본인들의 아이들은 각자의 위치로돌아갈 것이고 남편은 아내의 손길이 구석구석 남아있는 집으로 돌아갈텐데, 유독 작은체구로 여기저기를 쓸고 닦던 넓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아찔한지 순간순간두 눈을 질끈 감는다. 그런 매 순간의 일들이 겁이나 눈물을 삼키며 영정사진을 쓸어내리는 남편 분의 뒷 모습을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득하여 계속 눈에 담는다.


 어쩌면 내 부모의 일이 될지도 모르고, 나 역시 상주가 될지도 모르는 그런 사고 같은 일이다. 슬프다.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슬프고 아프다. 이쯤 되면 부모의 안부를 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정상인데, 나는 이기적 이게도 내 곁에 남편을 한 번더 돌아보고 자고 있는 내 자식을 위해서 나는 건강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바깥으로 내뱉은 적 없지만 내리사랑이고 내 인생이 우선이라는 핑계를 대본다.


 장지까지 같이 다녀온 남편을 퇴근 후 위로해 줬다. 얼마나 울었는지 아직도 코 막힌 소리가 나는 남편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여 안아준다.


 <홀로 남은 분의 아픔이 깊지 않기를 아니 너무 길지 않기를, 그리고 부디 좋은곳에 닿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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