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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언니 May 31. 2024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나뒹구는 생각 덩어리들이 여백없이 내 머릿속을 촘촘히 채워온다. 답답함으로 나도 모르게 숨이 턱 막혀온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어떤 결말을 예상하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리는 행위임이 분명하면서도 쉽사리 생각을 멈추기가 너무도 어렵다.


 나도 모르게 동공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아마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까의 상황을 재연하는 습관 탓이겠지. 마스크 마저 쓰고 있지 않아 이런 내 얼굴을 본 사람들은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러워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배려마저 느껴진다.

 

 ’아까 그 행동은 무엇 때문이지? 내가 무엇을 잘 못한 것은 아닌가?  그 말이 잘 못된 것인가? 아니면 그때 표정이 안좋았나? 단어 선택이 잘 못 된 것인가?‘


 머릿속으로 복기를 해봐도 결론은 내 쪽 실수는 아니다.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민다. 첫 번째 분노는 이런 상황에서 내탓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게 화가 났다. 또 나는 내가 잘 못 한 줄 알고 철렁했다. 천성이 그런것이라 어쩔 수 없지만 왠지 스스로 을이 됨을 선택한 것 같아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 화는 이 문제를 만든 타인에게 화살촉을 돌리면서 두 번째 분노가 치밀었다.


 ‘도대체 이유가 뭐야? 왜 저런데?

 아니 말을 해야알지! 가서 따져야하나?‘

 

 독기오른 표정으로 상대방을 쳐다봤다. 아니 노려봤다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은 분노가 치민 나와는 좀 다른 듯한 깊게 절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따지려 했던 내가 조금 민망스러워졌다. 지금도 충분히 괴로워 보이는 상대에게 따지기로 한 내 결심이 무색해 질 수 밖에 없는 그런 표정이었다. 웃지만 눈은 슬퍼보이는 그런 얼굴이었다. 내가 답답하다 한들 저사람보다 답답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긴, 지금의 이 분노로 상대와 대화를 한다면 감정을 배제한 대화는 절대 할 수 없다. 휘몰아치는 감정이 잔잔하게 차분해 졌을 때, 상대 또 한 생각과 감정이 정리 되었을 때 대화가 이루어 져야한다.  한 템포 쉬고 오늘은 잠시 숨을 고르기로 한다.


 관계라는게 그렇다. 내 마음을 다 말할 수 없듯이 그 사람이 하는 생각을 내가 다 안다는 전제하에 행동하면 안된다. 그것에 대한 내 생각이 어쩌면 사실일 수도 있겠지만 데게는 오해였다는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다.

 ‘난 촉이 좋다’는 표현을 하며 상대를 가늠하는 것은 그래서 이기적인 행동이라 생각한다.


 그 사람의 절망의 깊이가 깊지 않았으면, 그래서 우리가 건강한 대화를 새롭게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내가 있던 곳으로 발걸음을 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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