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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빈 Aug 23. 2024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듄, 1권 chapter 5 中


 폴은 아버지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이제 뭔가를 밝히려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라키스를 생각해 보자." 공작이 말했다. "마을과 주둔지 바깥은 살루사 세쿤더스 못지않게 끔찍해."

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프레멘!"

"그들은 사다우카만큼이나 강하고 무서운 군대가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들을 비밀스럽게 우리 편으로 만들려면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고, 그들에게 적절한 무기를 갖춰주려면 돈이 필요하겠지. 하지만 프레멘은 그곳에 있어........ 그리고 스파이스라는 부의 원천도 그곳에 있지. 이제 함정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가 왜 아라키스에 가는지 알겠니?"

"하코넨도 프레멘에 대해 알고 있지 않아요?"

"하코넨은 프레멘을 비웃으며 장난 삼아 사냥하곤 했다. 그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세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 하코넨이 행성 원주민들을 대할 때 어떤 정책을 사용하는지 너도 알지 않니. 원주민들을 관리하는 데 되도록 돈을 적게 쓴다는 게 그들의 정책이지."

공작이 자세를 바꾸자 그의 가슴에 있는 매 모양 장식의 금속 실들이 반짝였다. "알겠니?"

"지금 우리가 프레멘과 협상을 하고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던컨 아이다호가 이끄는 팀을 보냈다. 던컨은 자부심이 강하고 냉혹한 사람이지만 또한 진실을 사랑하지. 아마 프레멘은 그를 숭배하게 될 거다. 운이 좋다면 그들이 도덕주의자 던컨을 기준으로 우리를 판단하게 될지도 몰라."


 레토 공작은 가문의 구성원 모두와 함께 행성 아라키스로 이주하게 된다. 황제의 명령이었다. 하코넨을 대신해서 아라키스를 다스리고 아라키스에서만 생산되는 스파이스의 우주적 수요를 감당해야 하는 임무를 황제가 명했다.

 레토 공작은 이 명령이 함정인 것을 알고 있었다. 스파이스 생산을 맞추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으며 하코넨의 사보타주도 받고 있다. 명령을 완수하지 못하면 대가문들과 황제가 레토에게 위해를 끼칠 것이다. 그렇다고 명령을 거부해서 아라키스로 가지 않으면 황제가 자신의 군대인 우주 최강의 사다우카를 보내서 레토와 가문을 파괴할 것이다.

 레토는 위기에 빠졌지만 당황하지 않고 기회를 찾았다. 극한의 환경인 아라키스에서 나고 자란 프레멘족이 우주 최강의 사다우카만큼 강력한 군대가 될 가능성을 본 것이다. 뛰어난 전략가인 레토는 위기에서 기회를 찾아 전 우주의 경제와 무력을 압도하는 기회를 발견한 것이다. 


 듄을 넘어 현실에서도 위기에서 기회를 찾은 사례는 많이 있다. 간척 토목에서 정주영 공법이란 방법이 있다. 서산 간척사업에서 있었던 결정적 문제를 해결한 공법이다. 간척 사업은 물을 막는 재방을 쌓아야 한다. 이를 물막이 공사라고 하는데 마지막 재방을 완성하는 지점이 제일 난도가 높다고 한다. 당시 마지막 재방의 구멍을 막기 위해서 흙과 바위를 산더미처럼 쏟는데도 불구하고 막아지지가 않았다고 한다. 무려 초속 8미터의 물살이 급류가 되어 쏟아지는 바위를 휩쓸어 가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약 300미터를 남기고 고심을 하던 중 정주영 회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울산의 고철로 해체해서 팔려고 한 폐유조선인 천수만호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정주영 회장은 천수만호를 침몰시켜 마지막 재방 구멍의 물살을 가로막아 유속을 감소시키고 재방을 완성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결국 울산에서 가져온 천수만호는 재방 구멍 앞에서 계획대로 침몰했고, 이후 재방은 이틀 만에 완공되었다. 이를 통해 대략 300억이라는, 그 당시 어마어마한 공사비도 아낄 수 있었다고 한다.


 위기는 위기이다. 하지만 위기 앞서 보고 예견하고 있다면 위기 안에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레토는 위기가 오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고 이를 대비하여 우주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정주영 회장은 위기 앞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발견하여 공사도 마무리 짓고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남들이 관심 갖지 않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갖아보자. 그리고 그것의 가능성을 발굴해 보자. 프레멘은 그저 멍청한 야만인이 아니다. 문화를 가진 훌륭한 전사들이다. 폐유조선은 고철 덩어리가 아니다. 무려 해상이동이 자유로운 다용도 구조물이다. 당신 주변에도 위와 같이 관심받지 못한 존재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오늘은 주변을 둘러보고 한 번 더 눈길을 주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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