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주 차 6-13일까지
10월 2주 6-13일 누적 마일리지 88.3km
24년 10월 9일 수요일 한글날 공휴일.
아침 일찍 와이프를 회사 앞에 내려주고 집에 돌아오는 길. 함께 달리기를 하는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쉬니? 시간 괜찮으면 점심 먹으러 와라"
"네. 1시까지 갈게요"
"육전이랑 다 준비했는데.. 삼겹살 조금만 사 오렴"
"네"
시골 작은 중학교 미술 선생님으로 근무하는 분의 작은 농막에서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를 부렸다. 직장을 그만둔 지 일주일 째라서 그런지 더욱 여유를 만끽하는 것 같다.
정갈함의 끝. 어찌 남자한테서 이런 정갈함이 나올 수 있는지 볼 때마다 신기할 따름이다. 김치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어 치웠다. 기다렸다는 듯이 나보다 내 인생을 더 걱정하시는 분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어쩌려고 그렇게 직장을 그만뒀어? 모아놓은 돈은 있니? 생활은 가능하니? 앞으로 어쩌려고?"
"체하겠는데요.. 좀 천천히 이야기하시죠."
"밥 먹는 거 기다렸으면 됐지. 뭘 더 기다리니. 어쩔 거야."
"일단 25년 서울 마라톤 끝나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 미친놈이네"
그렇다. 미친놈 맞다. 37살에 모아 놓은 돈도 하나도 없이 다니던 직장을 뛰쳐나와서 한다는 일이. 마라톤 준비를 하겠다면 그 누가 박수를 쳐 주겠는가. 그것도 앞으로 4개월이나 남았는데 그동안 운동만 하겠다니.
승인만 받아 놓고 방치해 놓은 브런치가 떠올랐다. 여기에 주 단위로 준비과정을 자세히 적어서 연재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매일매일 달리기를 하니까 매일 연재를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냥 넋 놓고 달리기만 할 텐데.. 매일 연재는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혹시 생활비 급하거나 필요하면 연락해"
"네. 감사합니다. 진짜 연락드릴게요"
"그래.."
24년 10월 10일 목요일.
집 앞 강변길. 19시부터 80분간 14km 평균 페이스 6분 조깅.
오늘은 가벼운 조깅을 했다. 보통 조깅은 거리나 달리는 속도로 계획하지 않고 "조깅 시간"으로 계획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80분간 조깅. 그러면 80분 동안 10km를 뛰어도 되고 12km를 뛰어도 되고 거리는 상관이 없다. 그럼 내 컨디션에 따라 운동강도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인터벌, 지속주 등 중요한 포인트 훈련을 제외한 조깅은 절대 1km에 5분 페이스에 잘 진입하지 않는다. 조깅을 굉장히 천천히 하는 편인데 1km를 6분에서 5분 정도이다. 이는.. 달리기를 처음 하는 사람도 쉬지 않고 5km 또는 10km를 충분히 달릴 수 있을 만큼 느린 속도이다.
조깅을 느리게 하는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앞서 말한 중요한 포인트 훈련에서 에너지를 몰아서 쏟는 편이다. 그 외 조깅은 가능한 천천히 느리게 여유 있게 가볍게 "비워냄"의 시간을 갖으려고 노력한다. 조깅마저 빠르고 강하게 뛰어버린다면.. 아마 내 몸은 진작에 고장이 났어도 났을 것이다.
거리 또는 페이스로 조깅을 계획하게 되면 거리를 채우기 위해, 일정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그럼 신체 또는 컨디션의 회복에 차질이 생기고 다음 중요한 훈련을 실패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느리게 조깅하는 것의 효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가민 데이터 사진을 넣으려 했는데.. 가민 워치에서 핸드폰으로 데이터 전송이 안된다.. 짜증 나게..)
24년 10월 11일 금요일.
집 앞 강변길. 15시부터 80분간 14km 평균 페이스 5분 30초 조깅.
“닭둘기님 내년 달리기 교실 회장 부회장 선출건으로 상의할 게 있으니 오늘 저녁 7시 30분즘 시간 돼요?”
해 떨어지고 뛰려고 했는데.. 해가 지기 전 16-18시경 달리기를 해야 할 판이 되었다. 뭐, 날씨가 선선해져서 괜찮겠지만 그래도 햇빛 아래 뛰는 것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9월 말 구례 아이언맨을 마치고 강한 자극의 포인트 훈련은 하지 않고 조깅만 해 왔다. 그러고 있으니 너무 텐션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오늘은 빌드업 조깅을 했다.
페이스 격차가 큰 빌드업은 아니고 2-3km마다 한걸음만 빨리 뛴다는 마음으로 빌드업 조깅을 한다. 그럼 80분간 약 20-30초 정도 페이스가 빨라지게 된다.
최근 들어 과도할 정도로 달리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오늘도 드문드문 들어오는 잡생각을 밟아버리고 왜 달리고 있는지. 어떻게 달리고 있는지. 그런 고민을 했다.
이런 개똥 같은 철학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의 달리기가 또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 분명하다.
24년 10월 12일 토요일 오전 06시.
토요일 팀 정규 훈련. 06시부터 700분간 12km 평균 페이스 5분 40초 조깅.
매주 토요일 아침은 정기 팀 훈련이 있는 날이다. 하지만 일요일에 대회에 참가하는 인원이 많아 다들 고강도 운동보다는 가볍게 몸만 풀고 운동을 마무리하려는 것 같다. 나도 대회를 신청하기는 했지만 10km이고 빠르게 뛸 생각도 없다.
다들 일찍이 워밍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10000m를 뛰고 있는 회원들이 끝날 때까지 가볍게 조깅을 하고 있었다.
훈련이 끝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조금 답답한 이야기를 한다. 유튜브에서 케이던스 180에 맞추어 달리는 것이 제일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계에서 180에 맞는 비트를 틀어놓고 맞추어 달린 모양이었다.
말을 좀 붙여서 설명을 할까 하다가 필요하면 물어보겠지..라는 생각으로 고생했다고 이야기하고 마무리지었다. 개인적으로 존 2, 포어풋, 미드풋, 리어풋, 특정 케이던스 등 특정 어느 한 요소에 집착하는 훈련은 매우.. 비합리적인 훈련이라 생각한다. 달리기는 개인의 삶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특정 요소를 강조해서 훈련할 경우 실패확률 58000%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원하지 않는 충고는 잔소리에 불과하니 때가 되면 이야기할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나저나 나도 10월은 휴식기를 가지려고 했지만..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빨리 뛰고 싶은 마음과 고강도 훈련을 하고 싶은 마음이 치밀어 오른다. 내 몸도 대부분 회복되었다고 느끼고 있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것은 함정이다.
9월 29일 구례 아이언맨 10시간 이내 완주를 위해 8개월을 쉼 없이 훈련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그에 상응하는 휴식기를 통해 몸과 마음을 쉬어주지 않으면 필히 무너진다. 다음 목표인 25년 서울 마라톤 개최는 3월이다. 그때까지 지치지 않고 밀어 올리려면 답답해도.. 충분히 쉬어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
24년 10월 13일 일요일 07시.
제3회 무등산권 지오마라톤 대회 10km 참가.
컨디션이 확실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철인3종경기 킹코스를 뛰고나면 적어도 2-3주는 쉬엇어야했다. 아직 2주가 지나지 않았지만 거의 본래 컨디션까지 도달한 것 같다.
오늘은 전남 화순 금호리조트 앞에서 열린 무등산지오마라톤 10km에 페이스메이커겸 참가했다.
내게 달리기 지도를 받으시다가 처음 대회에 참가하시는 분이신데.. 50분 목표로 출발했다. 중간중간 위기 지점마다 페이스를 조절해가며 49분으로 무사히 완주했다.
지도한 나는 아쉬운데 본인은 만족스러워하는.. 그런 상황이다ㅎㅎ
나야 뭐… 빠른 페이스 조깅 정도여서 심박수 영역 존 2 영역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된다. 컨디션이 안좋을 때에는 6분 페이스에도 심박수가 140bpm을 넘기는데.. 평균 심박수가 116bpm.
컨디션이 좋아지는 것 같아도.. 10월은 휴식해야겠다. 아는 사람들은 알겟지만 쉬는게 제일 힘들다. 다른 사람들 인터벌하고 지속주하고 대회에서 시원하게 뛰는 모습을 보면 뛰고 싶은 마음이 치밀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