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의 대문자 T 남자와 함께 살때 벌어지는 일
나는 연예부기자다. 2007년 입사해 두번의 육아휴직을 거쳤으니 벌써 18년차다.
최근엔 유명인들의 결별과 이혼이 유난히 눈에 띈다. 가볍게 만나고, 또 쉽게 손절하는 요즘 트렌드인가 싶다. '환승연애3'만 봐도 너무너무 애절해 대단한 전사를 가졌나보다 싶었던 커플이 고작 3개월 열애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여튼, 이런 중에 나는 무려 결혼 12년째를 유지 중이다. 함께 사는 동거인은 집안일에 관심이 많은 척하지만 실상 직접 손에 물을 댈 마음은 없고, 아이들의 학업에 관해 잔소리는 우다다다 쏟아내지만 정작 학원이나 학교에 전화 한번 하지 않는 앞과 뒤가 다른 사람이다. MBTI 따위를 믿지 않는다는 동거인은 내가 볼때 확신의 대문자 T가 분명하다. 덕분에 아이 출산 이후 F 성향이 강화된 나는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하는 심경일 때가 적지 않다. 매일이 수련이다.
심지어 나는 어학계열, 남편은 이공계열. 나는 기자, 남편은 영업직. 내가 TV드라마를 볼때 남편은 과학 다큐멘터리를 재밌다고 본다.
얼마 전 일이다. 과거 '무한도전'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김태호 PD를 만났다. 김태호 PD가 빠니보틀과 원지, 곽튜브와 새 여행 프로그램을 론칭한 자리였다. 집에 돌아와 김태호 PD 제작사 TEO에서 선물한 커피를 내려마시는 내게 남편이 다가왔다. (다행히 둘 다 커피를 좋아함)
"이게 무슨 커피임"
"김태호 PD 제작사에서 프로그램 별로 이미지를 형상화 해서 만든 커피래"
"김태호 PD는 방송국(MBC) 소속인데 어떻게 제작사를 만들어?"
이때부터 난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말이지. 대체 내가 뭘 들은거죠. 물론 모를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가 아니니까. 그리고 퇴사한지 이제 고작 2년 아닌가. 그래서 계속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럼 지금 '무한도전'은 누가 만들어?"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거죠. 2018년도에 종영한, 그래서 이제는 레전드 짤로만 돌아다닌다는 '무한도전'의 종영 사실도 알지 못하는 예능알못이 바로 내 동거인이라니. 무려 12년간 대한민국 예능판을 뒤흔들었던 '무한도전'을 단 한번도 보지 않았다는 동거인의 손에 TEO가 선물해준 커피를 내려놨다. 솔직히, 커피 주는 것도 아깝지만 정말 오랜만에 나를 파안대소하게 만든 선물.